박수연 이승윤 기자
'인보사(INVOSSA)'
'혁신적인(Innovative) 관절염치료제'라는 의미를 내포한 개발 코드명 TG-C(티슈진-C)의 공식 제품이다.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라는 화려한 데뷔가 무색하게도 인보사는 2액 세포 성분 허위 기재라는 오명을 쓰고 현재까지 판매 정지 상태에 있다.
지난달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의 1심 무죄 판결과 미국 임상 3상 환자 투약 완료로 업계는 인보사의 향후 전망에 파란불이 들어왔다는 평이다. 인보사는 국내 대신 해외로 눈을 돌렸다. 인보사의 원천 기술 개발사이자 미국 판권을 보유한 코오롱티슈진은 오는 2027년 TG-C의 FDA 품목허가(BLA)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판결 이후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는 인보사 개발 가능성에 힘입어 오름세를 유지하다가 지난 13일 이후 다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신약개발 실패는 범죄 아냐"...이웅열 명예회장 1심 무죄, 검찰 증거 불충분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 퇴행성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성분 조작 의혹을 4년 5개월만에 벗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는 지난달 29일 이웅열 명예회장에 대해 약사법 위반 등 7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인보사 2액 세포 성분 착오에 관한 코오롱생명과학과 피고인들의 인식 시점은 제조·판매보다 늦은 지난 2019년 3월30일 이후"라며 식약처의 허가를 믿고 인보사를 제조·판매한 이 회장 등은 범죄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미국과 한국의 상반된 대응을 지적하며 "미국 FDA는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과 안전성에 대해 과학적 관점에서 차분히 검토한 후 우려가 해소되자 자국민 임상시험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은 품목 허가 취소 후에도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고 수년간 형사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며 과학적 분야에 대한 사법적 통제의 범위와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의 개발과 생산, 판매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개발을 주도하고 생산을 담당하며, 코오롱티슈진은 원천 기술 개발과 미국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코오롱티슈진의 지분 14.8%를 보유하고 있으며, 아시아 이외 지역 25개국의 판권도 확보했다.
올해 3분기 실적을 보면 두 기업 모두 매출은 증가했으나 여전히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매출액 3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89.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코오롱티슈진도 매출액 14.5억원으로 8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43.1억원의 적자를 이어갔다.
◆소송으로 얼룩진 TG-C의 과학적 가치...FDA 임상 3상 순항
지난해 12월 미 국립보건원(NIH) 논문을 통해 TG-C의 과학적 가치가 입증됐다. 박의호 고려대 의과대학 연구교수가 제1저자로 참여한 본 논문은 쥐 실험을 통해 TG-C가 통증 관련 단백질인 NGF의 발현을 억제하고 신경 성장 마커인 GAP43와 통증 전달물질인 CGRP의 발현을 낮추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TG-C의 작용기전을 분자 수준에서 처음으로 규명한 연구다.
특히 TG-C 투여군에서는 신경세포의 과민성이 대조군에 비해 크게 완화됐으며, 투여 4주 후에는 정상군과 비슷한 수준의 통증 반응을 보였다. 연구팀은 TG-C가 NGF-TrkA 신호전달 경로를 조절함으로써 통증을 완화시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발견은 새로운 통증 치료제 개발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7월 미국에서 106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TG-C 임상 3상 투약을 완료했다. 회사는 프로토콜에 따라 모든 투약 환자를 대상으로 2년간 추적 관찰을 진행하며 TG-C 투여 후 안전성과 효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향후 임상 과정은 2년간의 추적 관찰이 종료되는 시점에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코오롱티슈진은 이 기간 동안 미국 내 TG-C의 시판 허가를 받기 위한 생물학적 제제 허가 신청서(BLA) 제출 패키지를 준비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세계 최대 제약 CDMO인 론자와 협력하여 상업 생산 관련 준비에도 이미 착수했다는 점에서 회사의 FDA 승인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FDA '임상 진행' vs 식약처 '허가 취소...코오롱 바이오, 글로벌 시장 공략 강화로 위기 넘겼다
코오롱티슈진은 무릎 골관절염에 이어 고관절과 척추 디스크까지 적응증을 확대하며 시장성 확보에 나섰다. 고관절은 임상 1상을 건너뛰고 2상부터 진행 중이며, 척추는 FDA IND 승인을 받은 상태다. 이는 TG-C의 작용기전에 대한 과학적 신뢰도가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코오롱티슈진은 이미 무릎 관절염에서 입증된 TGF-β1 유전자 기반 기술을 다른 관절 질환으로 확장함으로써 시장 영역을 넓히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 과정에서 미국과 한국의 상반된 대응은 혁신과 안전성에 대한 두 나라의 규제 패러다임의 차이를 보여줬다. FDA는 혁신적 치료제의 발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반면 한국은 안전성 검증에 더 무게를 뒀다. 이는 바이오산업 육성과 안전성 확보라는 두 가치의 균형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다. 무엇보다 FDA가 임상 중단 1년 만에 재개를 승인하고 "모든 임상 보류 이슈들이 만족스럽게 해결됐다"고 평가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이점은 인보사 투여 환자들의 부작용 보고와 관련해 현재까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입증된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9년 8월까지 총 329건의 부작용이 보고됐으나 종양 관련 보고 8건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례가 '평가 곤란' 또는 '평가 불가' 판정을 받았다. 코오롱생명과학도 "현재까지 인보사 투여 환자군의 장기추적에서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 이외에도 차세대 의약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후속 파이프라인으로는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제 KLS-2031와 종양 살상 바이러스 KLS-3021를 개발 중에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유전자 치료제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희귀질환과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번 판결은 바이오 제약 산업에서 혁신과 안전성의 균형 그리고 과학적 검증과 법적 판단의 경계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사회에 던졌다. 재판부가 지적한 "과학적 분야에 대한 사법적 통제의 범위"는 향후 신약 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해 보다 유연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