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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㉒유진그룹, '한국형 홈디포' 등 신사업으로 존재감 쑥쑥 '레미콘 1위'

- '레미콘 1위' 바탕으로 홈임푸르브먼드, 음식물 처리기 등 신사업 나서

  • 기사등록 2023-10-03 14: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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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더밸류뉴스=박지수 기자]

'내 집 꾸미기'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 사이에 서울 용산구 청파로를 비롯해 전국 4곳에 운영되고 있는 집수리 전문매장 '에이스하드웨어'가 소리소문없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곳을 방문하면 나의 집을 유지·보수하는 데 필요한 나사, 볼트, 회반죽 등의 갖가지 공구와 인테리어 상품을 한 자리에서 쇼핑할 수 있다. 방문 후기를 살펴보면 "여기 저기 방문할 필요 없이 내 집 꾸미기에 필요한 모든 게 다 있다", "싸다", "장판이나 벽지를 사면 시공 업소를 연결해줘 편리하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이같은 집수리 전문점의 정식 용어는 홈임푸르브먼트 스토어(home improvement store)이며 원조는 미국 홈디포(Home Depot)이다. 미국 홈디포에 들러본 경험이 있다면 온갖 주택 용품들이 '착한 가격'에 진열돼 있고 집 꾸미기에 관해 풍부한 지식을 가진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에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홈디포 주가는 1979년 25센트에서 2일 현재 301달러로 44년에 걸쳐 1200배 올랐다. 생활 수준이 높아질 수록 내 집 꾸미기에 관심을 갖는 인구는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홈디포 실적은 개선되고 있다. 


그런데 에이스하드웨어를 운영하는 곳이 유진그룹(회장 유경선)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유진그룹은 주력 사업이 B2B이다 보니 아직은 일반 소비자에게는 낯선 편인데, 최근 에이스하드웨어를 비롯한 B2C 신사업이 본격화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유진그룹을 분석해보면 레미콘 1위 강점을 바탕으로 신사업 확장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대기업집단 78위, 계열사 52개... 코로나19 해제로 실적↑


유진그룹은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일명 대기업 집단) 78위를 기록했다. 그룹 전체 매출액은 4조650억원, 순이익 110억원을 기록했고 계열사는 유진기업, 유진투자증권, 동양(이상 상장사), 유진로지스틱스, 유진PE를 포함해 52개이다(이하 K-IFRS 연결). 


유진그룹 지배구조. 2023년 6월 기준. 단위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유진그룹의 건설·건자재 업계에서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유진그룹의 지주사이자 사업 회사인 유진기업(대표이사 최종성)이 국내 레미콘(Ready Mixed Concrete) 시장 1위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레미콘은 건설 공사의 필수 원재료로 시멘트(54.6%), 모래(24.3%), 자갈(20.2%)을 트럭 믹서에서 섞은 것인데, 레미콘 트럭이 90분 이내에 공사현장에 도달해야 굳지 않고 사용가능하다. 이런 특징을 갖고 있다 보니 국내 주요 레미콘 회사의 사업장 소재지를 살펴보면 전국에 골고루 분포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유진기업은 한국에서 건설 공사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수도권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레미콘 사업은 대규모 장치산업이어서 신규 진입자의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워런 버핏이 말한 '해자(垓字·핵심 경쟁력)'를 갖고 있는 셈이다.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유진기업의 최근 10년(2012~2022) 매출액 추이를 살펴보면 2019년 1조4578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2020년 코로나19 쇼크로 감소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각종 건설 공사가 중단 혹은 보류되면서 유진기업도 타격을 받은 것이다. 


그렇지만 이후 매출액이 다시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1조4077억원으로 2019년 최고치(1조4578억원)에 근접했다. 


유진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단위 억원, %. [자료=유진기업 사업보고서]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레미콘 업계는 제조 원가가 상승하면 판매 단가를 인상하는 '가격 전가력(pricing power)'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레미콘 제조원가는 재료비, 노무비, 경비의 3가지로 구성되는데 재료비 비중이 압도적이고 특히 시멘트 가격이 재료비의 61.1%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시멘트 가격이 2021년 말 톤당 5만8073원에서 지난 6월 말 기준 8만 6661원으로 1년6개월만에 49.23% 올랐다. 이에 따라 1분기 레미콘 평균 판매가격도 9만875원으로 지난해 말 1㎥당 8만635원보다 12.7% 상승했다. 


레미콘 원재료 가격변동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유진기업은 레미콘 가격 인상 효과로 지난 1분기 영업흑자전환(138억원)했고 2분기 영업이익 338억원을 기록했다.  


◆건설사 동양, 코로나19 해제되며 흑자 전환... 지난해 매출액 7600억


유진그룹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3위를 차지하고 있는 건설사 동양(대표이사 정진학)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동양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 4352억원, 영업이익 213억원, 순이익 22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은 19.80% 증가했고, 영업손익과 순손익은 각각 흑자전환했다. 


이같은 성과로 동양은 올해 초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시공능력평가에서 100위권에 처음 진입했다(81위). 충북 음성 금왕테크노밸리 물류센터, 대전 용문동 LH 매입임대주택, 메가스터디 용인 기숙학원, 보령화력 저탄장 옥내화 공사, 한전 서대문 은평지사 복합사옥 신축공사 등을 수주한 점이 양호한 평가를 받았다. 동양은 코로나19 쇼크로 2019, 2020년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2021년부터 연간 흑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7677억원, 영업이익 79억원, 당기순이익 100억원을 기록했다. 

 

유진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 2022년 K-IFRS 연결 기준.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유진그룹은 앞서 언급한 집수리 전문매장 '에이스하드웨어'를 비롯해 다양한 신사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유진에너팜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유진기업은 지난해 친환경 음식물처리기 '베르디(Verde)'를 선보였다. 베르디는 스페인어로 '푸르다'는 의미이며 자연풍 건조, 하수구관을 통한 배기 시스템 등 음식물을 처리하는 과정에 친환경적인 요소들을 적용했다. 이들은 신사업은 대부분 B2C이고 기존의 건자재 사업에서의 노하우를 적용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 B2C 신사업이 성과를 낼 경우 기존의 B2B 비즈니스와의 시너지가 기대되고 있다. 


◆제과 회사에서 '레미콘 1위'... 유경선 회장, M&A로 사세 키워


유진그룹 오너 유경선 회장은 유재필 창업 회장 장남으로 1985년 유진기업 대표이사에 취임해 그룹 경영을 맡았다. 유경선 회장은 인천과 경기 부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레미콘 공장을 잇따라 설립하며 사세를 확장했다. 2016년  동양까지 인수하며 레미콘 시장 점유율 10%를 넘겼다. 2007년 12월 1조9500억원으로 하이마트를 인수하며 한때 재계 30위권에 진입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2012년 7월 하이마트를 롯데에 넘겼다. 2006년 대우건설, 2020년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려다 불발됐다. 


유재필 창업회장은 1954년 대흥제과(현 영양제과)를 설립해 건빵을 군에 납품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유진그룹 오너 가계도. 

유재필 회장 삼남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은 금융 부문을 맡고 있다.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했고 미 노던일리노이대 MBA(경영학석사)를 받았다. 


4남 유순태 유진홈센터 사장은 앞서 언급한 집 꾸미기 전문매장 에이스하드웨어 경영을 맡고 있다. 고려대, 일본 와세다대를 졸업했다. 


유재필 창업 회장→유경선 회장→유석훈 유진기업 사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석훈 사장은 연세대를 졸업했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MBA를 받았다. 유진자산운용에서 경력을 쌓았고, 2014년 유진기업 부장으로 입사했다. 2015년에는 유경선 회장의 등기이사 자리를 물려받으며 본격 경영수업에 돌입했다. 2021년 말 재경본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parkjisu09@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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