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결과적으로 코스맥스(대표이사 심상배 이동주) 고객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왜냐하면 코스맥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화장품 ODM(주문자상표제작·Original Design Manufacturing) 1위 기업이기 때문이다.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코스맥스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글로벌 20대 뷰티 기업 가운데 16곳이 코스맥스 고객사이다. 연간 생산량만 약 20억 개에 달한다.
알고 보면 코스맥스야말로 지구촌 곳곳의 일상에 가장 은밀하면서도 깊숙이 침투해있는 한국 기업인 셈이다. 생산만 담당하는 ODM 생산방식의 특성 때문에 코스맥스가 잘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K-뷰티의 선봉에 있다.
◆주력사 코스맥스, K-뷰티 열풍으로 실적 '고공행진'
코스맥스그룹은 지주사 코스맥스비티아이(대표이사 이병만 이병주)가 주력사 코스맥스(25.85%)와 코스맥스엔비티(38.17%)를 지배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지주사 코스맥스비티아이의 지분율을 살펴보면 이경수 창업 회장(6.35%), 부인 서성석(20.62%), 장남 이병만(10.04%), 차남 이병주(8.60%) 4인 지분이 절반에 육박한다(45.61%). 여기에다 사실상 이경수 회장 가족회사인 레시피(5.47%), 코스엠엔엠(9.43%) 지분을 합치면 60.51% 이른다.
지난해 기준 코스맥스그룹의 전체 매출액은 2조5000억원 가량이고 절대액(70%)이 주력사 코스맥스에서 나오고 있다(이하 K-IFRS 연결).
주력사 코스맥스의 실적은 그간 가파르게 개선돼왔다. 코스맥스의 최근 8년(2014~2022) 매출액 연평균증가율(CAGR)은 21.64%이다. 해마다 20% 이상씩 매출액을 늘려온 셈이다. 이 결과 2014년 3000억원대에 불과하던 매출액이 지난해 1조7832억원에 도달했고 내년에는 2조원 돌파가 점쳐지고 있다. 조소정 키움증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코스맥스의 내년 예상 매출액은 2조77억원이다.
코스맥스는 향후에도 고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가 먹히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K-대기업은 물론이고 K-중소기업 브랜드까지 잘 팔리기 시작하고 있다. K-중소기업에 화장품을 ODM으로 공급하는 기업이 코스맥스이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중소 화장품 기업의 대(對) 일본 수출액은 181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3% 늘었다. 롬앤, 라카, 마녀공장 등의 브랜드가 일본에서 인기를 끌면서 수출액이 늘어난 덕분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코스맥스는 매출액 4707억원, 영업이익 32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16.2%, 85.6% 증가하는 수치이다.
◆북미 사업 '수렁'... 코스맥스웨스트 자본잠식
코스맥스그룹의 앞날이 마냥 쾌청한 것만은 아니다. 코스맥스그룹이 맞닥뜨린 가장 큰 도전은 '북미 시장'으로 이 사업을 담당하는 코스맥스웨스트, 코스맥스NBT USA가 '수렁'에 빠져 있다.
코스맥스웨스트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코스맥스웨스트는 2017년 미국 화장품 제조업체 누월드(Nu-World)를 인수하기 위해 특수목적회사(SPC) 형태로 설립됐다. 누월드는 미국 뉴저지에 색조 화장품 공장을 갖고 있다.
코스맥스웨스트의 순손실 추이를 살펴보면 사실상 첫 사업연도인 2018년 6억원을 시작으로 87억원(2019년)→829억원(2020년)→894억원(2021년)에 이어 지난해 827억원으로 눈덩어처럼 불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누적 손실액이 2600억원대에 이르고 있다.
코스맥스웨스트의 설립 자본금 3000만달러(약 395억원)를 날린 셈이다. 설립 자본금 3000만달러 가운데 코스맥스와 뉴트리바이오텍이 각각 1400만달러, 100만달러를 출자했고 이경수 회장도 1400만달러(지분 46%)를 출자했다.
이는 코스맥스웨스트를 종속법인으로 두고 있는 코스맥스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코스맥스가 계열사에 제공한 대여금은 총 4518억원인데 이 가운데 70%(약 3200억원)가 코스맥스웨스트에 제공됐다. 코스맥스는 대여금 4518억원 가운데 2564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했으며 이 금액은 고스란히 코스맥스 손익계산서에 비용 처리됐다. 코스맥스웨스트는 올해 1분기 132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코스맥스에 77만 달러를 추가로 빌렸다.
코스맥스엔비티USA는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 계열사의 손순실 추이를 살펴보면 2018년 111억원, 2019년 228억원, 2020년 280억원, 2021년 250억원에 이어 지난해 89억원으로 누적 손실액이 1000억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 계열사를 종속기업(지분 100%)으로 두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코스맥스엔비티(대표이사 윤원일)는 4년(2019~2022) 연속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3282억원, 영업이익 22억원, 당기순손실 129억원이다.
업계에서는 코스맥스가 현지화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북미(미국, 캐나다)에는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으며 피부색도 다양하다"며 "한국 화장품 시장과의 차이점을 좀더 연구했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중국 사업을 담당하는 코스맥스이스트는 지난해 매출액 5568억원, 영업이익 397억원, 당기순이익 3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비 각각 11.75%, 52.62%, 47.39% 감소했다.
◆이병만·병주 형제 '역할 분담' 관심↑
이경수(77) 창업 회장의 두 아들 이병만(45)·병주(44) 형제의 역할 분담과 관계 설정도 현안이다.
장남 이병만 사장은 이병주 사장과 함께 지주사 코스맥스비티아이 각자대표를 맡고 있다. 차남 이병주 사장은 주력계열사 코스맥스에서 심상배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를 맡고 있다. 정리해보면 장남 이병만 사장은 지주사(코스맥스비티아이)를 맡고 있고, 차남 이병주 사장은 지주사와 더불어 주력 계열사인 코스맥스를 총괄하고 있는 셈이다. 아직은 후계 구도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지주사 코스맥스비티아이를 둘러싼 지분관계가 얽히고 설켜있는 형국이다.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 9.43%를 보유한 코스엠앤엠의 최대주주는 이병만 사장(80%)으로 알려졌다. 코스엠앤엠의 전신은 믹스앤매치이며 2001년 설립됐고 주요 사업은 화장품 제조업이다. 믹스앤매치는 2021년 물적분할해 코스엔앤엠(존속법인)과 믹스앤매치(신설법인)로 분리됐다. 존속법인 코스엠앤엠의 매출액은 206억원(2020년)→89억원(2021년)에 이어 지난해 21억 1900만으로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반면 신설법인 믹스앤매치는 지난해 매출액 241억원, 영업이익 21억원, 당기순이익 1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비 각각 82.57%, 234.39%, 267.25% 급증했다.
레시피는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주주는 이병주(76.0%), 이병만(19.0%), 이경수(5.0%)이다. 지난해 매출액 531억원, 영업손실 46억원, 당기순손실 53억원을 기록했다. 코스맥스의 경영 현황 등과 관련, 더밸류뉴스는 코스맥스측에 문의했으나 답변을 얻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