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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⑧현대백화점, M&A가 끌고 본업이 밀어 재계 10위권 눈앞

- 리바트, 한섬 등 M&A 잇따라 성과... 지난해 지누스 역대 최대 8947억에 인수

- 정교선 부회장, 현대백화점 사내이사 물러나...분리설 나돌기도

  • 기사등록 2023-06-17 23: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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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더밸류뉴스=이상원 기자]

1852년 5월의 어느 날, 프랑스 파리 한복판에 인류 역사상 듣도 보도 못한 멋지고 장대한 외관의 가게가 문을 열었다. 세계 최초 백화점 봉 마르쉐(Bon Marché)였다(봉 마르쉐는 지금도 영업하고 있다). 화려한 쇼윈도에 이끌려 고객이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소비 욕망에 불을 지르도록 정교하게 설계된 백화점은 한때 현대 자본주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렇지만 최근 시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이커머스와 충돌하면서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롯데, 신세계와 더불어 국내 '백화점 빅3'로 불리는 현대백화점그룹(회장 정지선)은 이같은 녹록지 않은 환경에도 '사이즈'를 지속적으로 키우고 있다.  


◆공시대상집단 24→21위, 3계단↑... 오프라인 유통업황 부진에도 성과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일명 대기업집단) 21위를 기록했다. 전년비 순위가 3단계 점프했다. 그룹 전체 매출액은 13조8900억원, 순이익 4850억원으로 전년비 매출액은 27.3%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소폭(3%) 감소했다. 자산총계는 21조6380억원으로 전년비 3조4080억원 늘며 최초로 20조원을 돌파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공시대상기업집단이 사실상 처음 발표된 2013년에는 32위였다. 


현대백화점그룹 지배구조. [자료=금융감독원]

현대백화점그룹의 이같은 성과는 무엇보다도 잇따른 M&A(인수합병) 성공 덕분으로 요약된다. 


2010년 전까지만 해도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 홈쇼핑, 단체급식 사업을 진행하는 유통기업이었다. 그런데 그해 6월 현대백화점그룹은 ‘비전 2020’을 선언하며 M&A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백화점, 홈쇼핑, 단체급식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매트리스 기업 지누스 8947억에 인수, 그룹 사상 최대 M&A


첫 M&A는 2012년 인수한 가구 전문기업 리바트와 여성 의류 회사 한섬이었다. 두 기업 인수는 성공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한섬과 현대리바트는 그룹 계열사 28곳 가운데 각각 3, 4위를 기록했다


한섬은 지난해 매출액 1조5422억원, 영업이익 1683억원, 당기순이익 1207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매출액 1조4957억원, 영업손실 279억원, 당기순손실 50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주택매매 거래량 감소 등 부동산 경기 침체와 원부자재 가격 상승 때문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 2022년 K-IFRS 연결.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이후 현대백화점그룹은 M&A에 적극 나섰다. 2015년에는 건설장비 기업 에버다임(현 현대에버다임)을 인수했고 2018년에는 인테리어 기업 한화L&C(현 현대L&C)를 인수했다. 이어 2020년 SK바이오랜드(현 현대바이오랜드), 2021년 복지몰 전문 기업 이지웰(현대 이지웰)을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인 8947억원을 들여 매트리스 업체 지누스를 인수해 리빙 사업을 강화했다. 이어 현대백화점그룹 오너의 사돈기업이자 자동차부품 업체인 대원강업 지분을 추가 매입했다. 한해가 멀다하고 숨가쁘게 M&A를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계열회사가 28개로 전년비 5개 증가한 배경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인수합병(M&A) 현황. [자료=현대백화점그룹]

이같은 M&A로 현대백화점그룹은 기존 주력 사업이었던 유통에서 나아가 패션·뷰티, 리빙, 디지털·IT, 바이오·헬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본업 개선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2021년 오픈한 초대형 백화점 더현대서울은 서울 여의도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오픈 당시 오프라인 상권이 예전같지 않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오픈 1년 만에 매출액 8005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1조원에는 육박하며(9509억원) 최단기간 연매출액 1조 백화점 후보에 등극했다. 올해 2월 누적 방문객수 8000만명을 돌파했다. ‘MZ세대’를 타겟으로 한 차별화된 내부 디자인 설계와 팝업스토어 지속 운영이 성공 비결로 분석되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은 현대백화점그룹의 역사가 녹아있다. 한국이 고도 경제 성장을 이루던 1985년 서울 강남 한복판에 산뜻하고 고급스러운 외관으로 완공돼 '현대백화점=강남 고급 백화점'으로 자리잡게 만든 일등공신이다. 지난해 매출액 1조2375억원으로 판교점(1조4532억원)에 이어 그룹 점포 가운데 2위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역사가 오래된 만큼 건물 층고가 낮은 편이다. 영화관이 없고 문화센터도 외부 건물에 별도로 위치해 있다. 증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서울시로부터 번번히 무산되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더밸류뉴스]

◆정지선 회장 백화점 부문, 교선 부회장은 나머지 부문 '형제 경영' 


현대백화점그룹이 어느 정도까지 점프할 수 있을까? 


'백화점 빅3' 가운데 롯데그룹, 신세계그룹은 이번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각각 5, 11위를 기록했다. 21위를 기록한 현대백화점그룹이 가야 할 길이 아직은 멀어 보인다. 


여기에다 지난 3월 정교선(49) 부회장이 현대백화점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면서 두 형제의 분리 경영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현대백화점그룹은 정지선(51)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 형제가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백화점 등 유통 부문은 정지선 회장이, 식품 등 비유통 사업은 정교선 부회장이 각각 맡고 있다. 정지선 회장은 정몽근 명예회장 장남으로 지난 2007년 35세에 회장에 취임했다.   


왼쪽부터 현대백화점그룹의 정몽근 명예회장, 정지선 회장, 정교선 부회장. [사진=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은 지난 2월 지주사 체제 전환에 실패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주력 계열사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분할해 현대백화점홀딩스, 현대지에프홀딩스을 세우기로 결정한 바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분할을 완료했지만 현대백화점은 임시주총에서 분할 안건이 부결됐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추진 중인 '더현대 광주'의 경우 휴먼스홀딩스가 개발을 맡고 있는 복합 쇼핑 타운에 출점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11월 사업제안서를 광주광역시청에 제출했다"며 "현재 광주시청과 휴먼스홀딩스 측이 협상 중으로, 구체적인 개점 시기는 특정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은 오는 10월까지 지하 1층 식품관을 프리미엄 다이닝 공간 콘셉트로 전면 재단장할 예정이며, 판교점의 경우 명품 브랜드 강화에 초점을 맞춘 순차적인 리뉴얼이 예정돼 있다"라고 덧붙였다.


lksw4070@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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