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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플랜트, '10대 건설사'인데 회사명에 '건설' 뗐다. 왜?

- 업의 본질을 '친환경 사업자'로 재정의... 폐기물 회사 인수

- "안재현 사장, 리스크 테이커 면모 새 시도"

  • 기사등록 2021-08-04 20: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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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김도형 기자]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 대표이사 안재현)가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시공능력평가'에서 10위를 기록했다. 흔히 말하는 '10대 건설사'에 아슬아슬하게 포함된 것이다. SK에코플랜트의 그간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살펴보면 11위(2019년)→10위(2020년)→10위(2021년)였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SK에코플랜트 사옥. [사진=더밸류뉴스]

건설업계에서 '10대 건설사'에 포함되느냐 그렇지 않으냐는 평판에 큰 영향을 미치고 실제로 사업을 영위하는데도 영향을 미친다. 국내 건설사의 규모를 판단하는 주요한 평가지표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회사 이름을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변경했다. 무언가를 '짓는 것'을 본업으로 하는 건설사가 '건설(建設)'이라는 단어를 삭제한 것은 국내 건설업계에서 이 회사가 사실상 처음이다. 국내 건설사 이름을 살펴보면 예외없이 '건설'이 들어있거나 혹은 '건설'을 연상시키는 '개발', '주택', '공영', '이앤씨'(ENgeneering Company) 등이 포함돼 있다(거의 유일한 예외에 해당하는 삼성물산은 1995년 삼성건설을 합병했다가 건설 부문이 자연스럽게 커진 케이스다)


SK에코플랜트는 스스로의 업(業)의 본질을 '친환경 기업'으로 재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건설사로는 전무후무한 실험에 나선 SK플랜트의 내년 시공능력평가는 어떻게 될까?


토목과 산업·환경설비 'TOP 5'


SK에코플랜트는 건설의 양대 분야인 토목공사와 건축공사에서 골고루 강점을 갖고 있다. 토목공사란 도로, 항만, 교량, 댐 같은 공공부문 공사를 말하고, 건축공사란 아파트를 비롯한 민간부문공사를 말한다.  


이번 ‘2021년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의 토목건축공사업 부문에서 SK에코플랜트는 평가액 4조9162억원을 기록하며 10위를 기록했다.


2021년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사(토목건축공사업). [자료=국토교통부] 

SK에코플랜트는 토목과 산업·환경설비 모두 5위를 차지하며 강점을 드러냈다. 토목 부문 중 택지·용지 조성은 기성액 1조282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고, 산업·환경설비 부문 중 산업생산시설은 9898억원으로 3위를 기록했다. 택지·용지 조성과 산업·환경설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아파트 브랜드 'SK뷰'에도 강점


아파트 공사로 대표되는 건축공사에서도 SK에코플랜트는 강점을 갖고 있다. 건설사가 자사의 입지를 단단히 하려면 아파트 브랜드를 인정받아야 한다. 건설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아파트 사업이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는 아파트 기성액 1조3494억원으로 9위를 기록했다.


아파트 브랜드평판 2021년 7월 빅데이터 분석결과. [자료=한국기업평판연구소]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아파트 브랜드평판 빅데이터 분석결과에 따르면 올해 7월 ‘SK뷰’의 브랜드 평판은 10위였다. 톱10에 포함되는 것이다. 


건설업에서 친환경 사업까지


그런데 SK에코플랜트는 여기서 나아가 친환경 비즈니스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폐기물 소각기업 4곳을 지난 6월 인수한 데 이어 추가로 3곳을 인수하며 환경기업으로 향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도시환경, 이메디원, 그린환경기술 등 3개 기업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SK에코플랜트는 사명을 바꾼 후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를 앵커로 활용한 볼트온(유사기업과의 인수·합병) 전략을 채택했다. 지난 6월 클렌코, 대원그린에너지, 새한환경, 디디에스 등 폐기물 소각기업 4곳을 인수했고 이번에 3곳을 더 인수하면서 하루 968톤의 사업장폐기물 소각용량을 보유하게 됐다. 의료폐기물 소각용량 또한 하루 139톤으로 국내 시장점유율 순위 2위를 차지했다.


SK에코플랜트의 이같은 전략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환경이 시대 대세로 떠오르고 있고 비즈니스 환경이 순식간에 바뀌는 현실에서 적절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같은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안재현 사장이다. 안재현 사장은 평소 "건설사는 수주산업의 한계에서 벗어나 수익성 위주의 사업발굴을 해야 한다"고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12월 SK그룹 정기임원인사에서 SK에코플랜트 CEO로 승진했다. 


안 사장은 EMC홀딩스에 이어 충청권 폐기물회사 4곳의 인수를 추진하는 등 인수합병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6월 클렌코, 대원그린에너지, 새한환경, DDS 등 7개 기업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기도 했다.


안재현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진=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는 해외 프로젝트 노하우를 살려 해외 친환경사업 진출도 고려하겠다는 계획인데, 그런 의미에서 안재현 사장이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수행 중이다. 안 사장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시장에서 토목, 플랜트사업을 펼치며 SK에코플랜트의 해외사업의 범주를 넓히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안 사장은 2019년 우즈베키스탄에서 혈혈단신으로 6억 달러(약 6100억원) 규모의 정유공장 프로젝트 계약을 따내는 등 '리스크 테이커'의 면모를 갖고 있다"며 "새 시도를 하기에 적임자"라는 의견을 밝혔다. 


moldaurang@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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