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이 지난 15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내이사 2명을 최종 선임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박찬구 전 대표이사는 이날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을 공식 사임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박찬구 대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조카의 난' 겪어
이같은 변화는 조카인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와 이른바 '조카의 난'을 겪은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박철완 전 상무는 고(故) 박정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장남으로 금호석유화학 최대주주(9.13%) 최대주주다.
박철완 전 상무는 지난 3월에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신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사외이사 3인을 선임하는 것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투표 결과 회사측이 제안한 안건들이 대부분 승인되고 박철완 전 상무의 제안은 모두 부결됐다.
박철완 전 상무는 주주총회 이후 입장문에서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며 “앞으로도 회사의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또 “부적절한 금호리조트 인수 추진, 과다한 자사주 장기 보유 등 비친화적 주주환원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최대주주로서 책임을 다 할 것”이라며 “금호석유화학을 위한 제안을 계속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금호석화, 계열분리 이후 실적 개선
박찬구 전 대표의 경영권 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호섬유화학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속해있을 때 친형 박삼구 회장과의 갈등 끝에 계열분리를 통해 금호석유화학으로 독립했다.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무리한 M&A(인수합병)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지만 금호석유화학은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2015년 12월 계열 분리 후 2016년 매출액 3조9704억원, 영업이익 1571억원, 당기순이익 808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2020년에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각각 4조8095억원, 7422억원, 5830억원으로 5년간 영업이익은 372.43%, 당기순이익은 621.53% 증가했다.
2019년에는 주력사업의 매출 부진과 생산설비 정비로 성장세가 주춤했지만 재무건전성 지표는 개선세를 그렸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라텍스 장갑 수요 증가 등의 이슈 등으로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박준경 전무, 경영능력 검증대 올라
박찬구 전 대표의 장남인 박준경 전무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박준경 전무는 박철완 상무보다 빠른 지난해 7월 수지영업담당 전무로 승진했다. 이후 지난 4월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가 담당했던 영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영업본부는 국내외 영업을 총괄하는 핵심 조직인 만큼 박준경 전무의 경영 능력이 검증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실질적인 영업 실적을 좌우하는 조직에서 박준경 전무의 경영이 현재 금호석유화학의 성장세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