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고속도로 휴게소, 수입담배가 없는 이유는?

- 시민들, 아직까지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외국 브랜드 담배 살 수 없어...

- “경쟁사 담배를 판매하지 않으면 대금을 깎아주겠다”

  • 기사등록 2021-02-08 06:00:03
기사수정
[더밸류뉴스=박유신 기자]

“고속도로 휴게소 갈 때면 항상 피는 담배를 2갑은 더 챙기는 것 같아요. 휴게소에서는 제가 피는 외국 브랜드 담배를 안 팔거든요”


이는 고속도로 휴게소를 이용하는 시민 J씨의 답변 내용 중 일부이다. 이처럼 현재 대부분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외국 브랜드 담배를 구입할 수가 없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영동고속도로 덕평휴게소 편의점 안에 진열된 담배의 모습. [사진=더밸류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erican Chamber of Commerce in Korea)는 지난해 고속도로 휴게소 내 담배 판매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입장문에서 한국유통학회와 함께 폐쇄형 유통채널에 대한 유통질서 확립을 위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여전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폐쇄적이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유통정책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속도로 휴게소 내에서 특정 담배 제조회사 제품만 취급·판매하는 등 독점적 행위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의 브랜드 선택 기회는 부당하게 줄어들고, 휴게소 운영사의 공정한 거래 및 판매 기회가 제한되어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의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45%의 소비자는 특정 담배 제조회사의 제품을 이용하지 않고 있으나, 고속도로 방문 시 해당 제품을 판매하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응답자의 42.3%는 이러한 고속도로 휴게소 내 담배의 독점적 판매 구조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휴게소 운영사 심층 인터뷰 및 현황 조사결과 참여한 휴게소 운영사 모두 소비자 만족도 향상 및 제품 다양성 보장을 위한 개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오랜기간 특정 담배 제조회사의 제품만 판매하는 암묵적인 관행으로 인해 담배 거래업체를 선택하는 자율성은 지켜지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수많은 한국의 대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오늘날에 이번 유통학회의 연구 결과는 고속도로 휴게소라는 특정 유통채널에서의 보이지 않는 특이한 규제장벽이 비즈니스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한국 기업들이 투명하고 공정한 글로벌 기준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만큼, 정부의 영향력하에 있는 한국도로공사의 휴게소 유통망에서의 특이하게 남아있는 이러한 규제장벽은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T&G의 이러한 독점 및 불공정한 거래행위는 2008년부터 지적되기 시작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경쟁사의 담배 제품을 판매 또는 진열하지 않는 조건으로 담배소매상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KT&G에 대해 시정조치 및 과징금 5000만원을 부과한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KT&G의 구체적인 법 위반 내용으로는 △경쟁사업자 담배를 판매하지 않는 조건으로 담배대금을 할인 △자사의 신제품 담배 출시 후, 경쟁사업자의 동종담배를 한시적으로 판매하지 않는 조건으로 담배대금을 할인 △경쟁사업자의 담배 및 담배광고물을 매장에 진열하지 않는 조건으로의 금전 지급 등이 있었다. 


국내 담배시장 매출액 규모 및 시장점유율 자료에 따르면 2006년말 기준으로 매출액 약 3조원과 70% 이상의 점유율을 보여주고 있던 KT&G의 도가 지나친 독점행위에 대해 많은 소비자들은 선택권 침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국내 주요 담배사업자 매출액 규모. [이미지=한국신용평가정보 제공]

국내 담배시장 시장점유율 추이. [이미지=한국담배협회 제공]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에도 불구하고 KT&G의 이러한 불공정 및 부당 행위는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그 규모 또한 대담해져 결국 2015년 대대적으로 적발됐다. 이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다시 한번 시정명령과 총 25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구체적인 적발 내용으로는 △고속도로 휴게소, 군부대 등 폐쇄형 유통채널(일반 소비자의 접근성은 제한되나 내부 소비자는 내부 판매처에서 소비를 할 수밖에 없는 효과가 큰 유통경로) 내에 자기 제품만 취급하는 조건으로 이익 제공 △편의점 내 경쟁 사업자 제품의 진열 비율을 25%~40%로 제한 △대형 할인마트 등에 경쟁사 제품 취급 여부에 따라 할인폭 차등 △일반 소매점에서 경쟁사 제품 판매를 감축하는 조건으로 정액 보상금 제공 등이 드러났다. 


 KT&G 지역본부들의 불공정 프로그램 계획 발췌. [이미지=공정거래위원회 제공]
한편, 국내 담배시장 현황을 살펴보면 KT&G는 2013년말 기준으로 매출액 약 3조9000억과 61.7%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주요 담배사업자 매출액 규모. [이미지=금융감독원 제공]

 국내 담배판매량 및 시장점유율 추이. [이미지=한국담배협회 제공]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들이 이루어진 후에도 지금까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외국 브랜드 담배를 구입할 수 없는 점에 의문이 들었던 더밸류뉴스는 이와 관련해 취재를 진행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질의 결과 해당 관계자는 “아직 제보가 없었기에 몰랐던 상황이다”라며 “시민들의 제보가 들어온다면 조사명령을 내려서 확인절차를 거친 뒤 위법사실이 발견되면 2015년도에 시정명령을 내렸던 것을 참작하여 가중처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BAT(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는 “성인 흡연 소비자의 고속도로 휴게소 내 담배 제품 선택의 기회를 제한하는 현실이 지난 2015년 공정위 시정명령 이후에도 시정되지 않는 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며 이러한 불공정 거래행위가 해소되어 소비자의 선택권이 보장되고 공정한 경쟁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러 시정조치에도 불구하고 KT&G의 독점 및 불공정 행위가 현재도 암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라며 ”이제는 소비자들의 선택권과 공정한 경쟁시장을 위해 개인의 지나친 욕심을 거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우리는 2015년 공정위에게 시정명령을 받은 이후로 일절 고속도로 휴게소에 간섭하고 있지 않다"라며 "아직까지도 소비자들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외국 브랜드 담배를 구입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알지 못한다"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pyusin213@thevaluenews.co.kr

[저작권 ⓒ 더밸류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1-02-08 06:00:03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삼성SDS
버핏연구소 텔레그램
기획·시리즈더보기
재무분석더보기
제약·바이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