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009540)이 단가를 깎기 위해 협력사의 기술 자료를 빼앗아 제3의 업체에 넘기는 등 불공정 행위를 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1일 조선비즈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중공업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46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의 법위반 내용은 ▲선박용 조명기구 기술자료 유용 ▲단가경쟁을 위한 기술자료 유용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행위 등 3가지다.
현대중공업은 고객인 선주 P사의 특정 납품업체 지정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2017년 4월부터 2018년 4월까지 30년 이상 선박용 조명기구를 납품하고 있던 A사의 제작도면을 유용했다.
선박용 조명기구는 선박엔진의 진동, 외부 충격, 해수와 같은 혹독한 환경에 노출되기 때문에 일반 가정용 조명기구와 달리, 폭발을 방지하기 위한 ▲구조 ▲높은 조도 ▲우수한 전기적 안정성이 요구된다.
현대중공업은 국내에서 선박용 조명기구를 납품하는 유일한 업체였던 A사의 제작도면을 B사에 전달해 B사가 선박용 조명기구를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중공업은 선주의 요청에 따라 B사를 하도급 업체로 지정하기 위한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선주의 요청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해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행위가 위법하다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B사가 선박용 조명기구를 납품할 수 있게 되면서, 부품 이원화와 경쟁관계 형성 등에 따라 단가 인하율이 높아진 사실도 확인했다.
또 현대중공업은 낮은 견적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목적으로 2016년 6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선박용 엔진부품에 대한 입찰과정에서 기존 하도급 업체의 도면을 제3의 업체에게 제공하고 견적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실제 입찰 결과, 기존 하도급 업체의 도면을 전달받은 제3의 업체가 일부 낙찰받아 제품을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이 80개 하도급 업체들에게 293건의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법에 따라 교부해야 하는 기술요구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점도 적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하도급 업체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행위와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행위에 대해 2억46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며 "아울러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정당한 사유가 있어 기술자료를 요구할 경우라도 반드시 서면 방식을 취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