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인수합병(M&A) 소식 이후 한진그룹과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가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한진그룹은 KCGI를 외부 투기세력으로 규정하고 "국가기간산업 존폐를 흔드는 무책임한 행태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KCGI는 “한진칼(180640)의 경영권 분쟁과 항공업 재편은 분리 가능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23일 한진칼은 KCGI의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국내 항공산업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한진칼 3자배정 유증은 ‘경영상 목적’에 부합하는 적법 절차”라고 강조했다.
이어 “KCGI는 국가기간산업 존폐를 흔드는 무책임한 행태를 당장 멈춰야 한다”며 “법원의 신속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KCGI는 지난 16일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법원에 신주발행금지가처분을 제기한 바 있다. 향후 법원에서 KCGI에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이 인용될 경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무산될 전망이다.
한진칼은 “만약 인수가 무산된다면 이후 국적 항공사들에 대한 천문학적인 공적 자금이 투입될 수 밖에 없다”며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항공산업은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되고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에서 KDB산업은행에 대한 3자배정 신주발행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 한진그룹의 입장이다.
이에 KCGI는 24일 ‘산은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해명해야 할 7대 의문’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한진그룹과 산은은 재판부와 국민을 오도하지 말고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KCGI에 따르면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과 항공업 재편은 분리 가능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산은과 조 회장이 진심으로 항공업 재편을 원한다면 가처분 인용시에도 대출, 의결권 없는 우선주 발행, 자산매각, KCGI 주주연합 등 기존 주주에게도 참여기회를 주는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실권주 일반공모) 등 방법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진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진그룹이 가능한 대안들을 핑계로 무시하고 있다고 KCGI는 설명했다.
아울러 △산은이 한진칼 경영권에 대해서 중립적 캐스팅 보트만 갖겠다는 건 국민기만 △경영주인 조 회장의 13억원 연봉 삭감, 정석기업 지분 처분 등 자구노력조건 없이 2개월 만에 인수계약 진행은 졸속 △부실 항공사 통합이 절박하다면서 구조조정이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 등을 지적하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현재 한진칼의 최대주주는 경영권 분쟁을 이어오고 있는 3자연합이다. 3자연합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로 구성돼 있다. 3자연합은 한진칼의 주식을 꾸준히 매입해 현재 46.71%를 보유하고 있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41.3%) 보다 5.41% 많다.
향후 산은이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신주 발행(706만2146주)으로 조 회장 측 지분은 47%로 급상승하는 반면 3자연합 지분율은 40%대로 떨어진다. 이에 KCGI가 “기존 주주들에게 우선 신주를 인수할 의사를 물어야 한다”며 법원에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다.
KCGI가 신청한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에 대한 심문은 내일(25일) 오후 5시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560호에서 진행된다. 산은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이 12월 2일인 것으로 감안하면 늦어도 1일까지는 결론이 날 전망이다. 만약 인용이 결정되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불발될 가능성이 커지고 반대로 기각이 결정되면 인수에는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