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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치료제 있어도 못 쓴다"…PBC 치료 공백 해소 위해 국회·의료계 한목소리

- 25만명 중 1명에게 발생하는 '희귀질환'...정책 사각지대로 환자 고통은 가중

- 의료계·환자단체 "2차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화 필요"

  • 기사등록 2026-07-30 16: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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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권소윤 기자]

"저는 25년 동안 진단을 기다렸고, 치료를 기다렸고, 희망을 기다렸습니다. 치료제가 있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간 이식밖에는 답이 없다고 합니다. 세상 어떤 부모가 자식의 간을 받고 싶겠습니까?"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BC) 환자 권영숙 씨의 호소에 토론회장은 잠시 숙연해졌다. 지난 29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여성경제신문이 주최하고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한국여성건강간호학회가 후원한 ‘여성 희귀 간 질환 PBC 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개최됐다.


[현장] \지난 29일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개최된 '여성 희귀 간 질환 PBC 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 토론회' 패널 및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입센코리아]이번 토론회에서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PBC 환자들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후속 치료 옵션이 부족해 치료 공백에 놓여 있다며 조기 진단 체계 구축과 신속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 "약은 있는데 못 쓴다"…PBC 환자들 치료 공백 호소


[현장] \권영숙(왼쪽) 씨가 지난 29일 개최된 '여성 희귀 간질환 PBC 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투병 경험을 발언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지난 2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여성 희귀 간질환 PBC 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환자들의 절박한 호소가 이어졌다.


20여 년째 PBC를 앓고 있는 권영숙 씨는 "해외 환자들은 이미 치료제를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아직도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며 "약이 있는데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PBC는 자가면역 반응으로 간 내 담관이 손상되는 만성 희귀 간질환이다. 담즙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간 손상이 진행되며 극심한 피로감과 가려움증(소양증), 수면장애, 브레인포그(머릿속이 뿌옇고 멍한 느낌이 지속돼 사고력, 집중력, 기억력이 저하되는 상태) 등이 나타난다.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간경변이나 간부전, 간이식까지 이어질 수 있다.


[현장] \강원석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지난 29일 개최된 '여성 희귀 간질환 PBC 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PBC 질환 특성과 국내 치료 환경'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강원석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휴식으로 회복되지 않는 만성 피로와 전신 가려움증 때문에 환자들의 업무 수행 능력과 일상생활이 크게 저하된다"며 "질환이 진행되기 전에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표준 1차 치료인 우르소데옥시콜산(UDCA, 우루사)은 많은 환자에게 효과를 보이지만 약 40%는 충분한 치료 반응을 얻지 못한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2차 치료제가 있지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실제 치료 현장에서는 활용이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강 교수는 "2차 치료 옵션이 제때 사용되지 못하면 환자는 결국 간이식이라는 최후의 단계까지 내몰릴 수 있다"며 "약이 있어도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처방할 수 없다면 그림의 떡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 "중년 여성 건강이 곧 사회 문제"…희귀 간질환도 정책 전환 필요


이날 토론회에서는 PBC를 단순한 희귀질환이 아니라 중장년 여성의 건강권과 사회경제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현장]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지난 29일 개최된 '여성 희귀 간질환 PBC 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중장년 여성의 건강 악화와 사회경제적 손실'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40~60대 여성은 직장과 자녀, 부모 돌봄을 동시에 책임지는 시기지만 자신의 건강은 가장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며 "PBC 역시 피로감이나 가려움증이 갱년기 증상으로 오인되면서 진단이 늦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PBC 환자의 약 80% 이상은 여성이며 발병도 40~60대에 집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 경제활동 중단과 돌봄 공백, 생산성 저하 등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도 희귀 간질환 환자와 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환자의 신체적 부담뿐 아니라 경제적·심리적 부담과 가족 전체의 돌봄 부담이 함께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 \방현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이 지난 29일 개최된 '여성 희귀 간질환 PBC 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PBC 환자의 목소리: 질병 부담과 정책 과제'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방현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은 "희귀 간질환은 환자 혼자만의 질환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함께 감당해야 하는 질환"이라며 "환자들이 질환 때문에 일상과 미래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 "더 빨리 발견하고 더 빨리 치료해야"…신속 등재·급여 확대 한목소리


토론회 참석자들은 희귀 간질환 관리의 패러다임도 치료보다 예방과 조기 개입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는 B형·C형 간염 관리에서는 세계적인 성과를 냈지만 희귀 간질환은 여전히 정책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며 "질환이 악화된 뒤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진행을 막을 수 있도록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자단체는 해외에서는 이미 17개국에서 새로운 PBC 치료제가 비용 부담 없이 사용되고 있는 반면 국내 환자들은 급여 적용이 지연되면서 치료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 \이숙현(왼쪽 세번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신약등재부장이 지난 29일 개최된 '여성 희귀 간질환 PBC 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패널토론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제도 개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숙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신약등재부장은 "(해당 치료제가) 아직 접수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신청이 접수되면 관련 규정에 따라 신속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형민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약관리부장은 "재원과 질환의 중증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도 환자들의 목소리가 가능한 한 신속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치료제의 신속한 국내 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제약사도 매출이나 수익성뿐 아니라 환자의 치료 접근성 제고를 함께 고려해 협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장] \김형민(왼쪽 두번째)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약관리부장이 지난 29일 개최된 '여성 희귀 간질환 PBC 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좌장을 맡은 장은선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오늘 논의가 PBC 환자들의 현실을 사회적으로 알리고 실질적인 치료 접근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이 대체 치료제를 제때 사용하지 못하면서 치료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며 희귀질환 치료제의 신속한 건강보험 적용과 조기 진단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vivien9667@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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