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주가 흐름으로 최근 코스닥 시장 관심의 중심에 섰던 삼천당제약(대표 전인석)이 다시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경구용 약물 전달 플랫폼 'S-Pass'와 대형 글로벌 계약 기대감으로 시가총액 상위권까지 올랐던 주가는 대주주 블록딜 추진과 기술 실체 의혹이 겹치며 급락했다. 회사는 의혹을 제기한 블로거와 애널리스트를 고발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결국 삼천당제약은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직접 해명에 나섰다.
지난 6일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이사가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삼천당제약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영상=더밸류뉴스]
간담회에서 전인석 대표는 "급히 일본에서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발표 스크립트를 직접 썼다"고 했다. 그는 이날 약 1시간 가까이 혼자 발표를 이어갔다. 블록딜 취소 배경, 글로벌 계약 구조, S-Pass 기술 실체, 특허 전략, 공시 한계까지 거의 모든 쟁점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전 대표의 발표는 '충분한 해명'보다는 '과도한 자기 서사'와 '반복되는 주장'으로 비춰졌다. 시장이 기대한 핵심 사안에 대한 객관적 자료와 정량 데이터는 제한적이었고, 설명의 상당 부분은 "우리를 믿어달라"는 호소라는 평가를 받았다.
◆ 전인석 대표, '세 평 방'과 '사위'부터 꺼냈다...기술보다 자기 서사 앞세워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의 기자간담회 주요 어록 모음. [자료=더밸류뉴스]
전인석 대표는 발표 초반, 상당 시간을 자신의 이력과 회사 성장 서사에 할애했다. 그는 “2014년 전략기획실장으로 입사해 3평 남짓한 방에서 단 한 명의 직원과 시작했다”며 "글로벌 전략을 직접 수립했다"고 강조했다. '1년 중 10개월 이상을 해외 출장을 나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지도 못했다', '미국과 유럽 시장을 직접 조사해 삼천당제약의 중장기 전략을 세웠다', '성과를 내서 회장님이 저를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는 말이 이어졌다.
전 대표는 “당시 삼천당제약은 퍼스트 제네릭도 못 하는 보잘 것 없는 회사였다”며 현재 성과가 자신의 전략에서 비롯되었음을 부각하기도 했다. 이어 "삼천당제약이 국내 최초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상업화 성공에 이어 글로벌 점안제 계약을 통해 주가 4000원 회사에서 지금의 위치에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S-Pass 기술실체 등 기술적 첨단성 설명보다 다른 성과에 대한 설명이 더 많았다.
결국 이 날 간담회는 기업 가치 논쟁의 핵심인 기술 검증이나 계약 구조보다는 ‘성장 스토리’에 초점이 맞춰졌다. 최고경영자가 전면에 나섰지만 시장의 의문에 대한 답변은 부족했다. 특히 그가 사용한 '듣보잡 제약사', '마치 한약방, 빵가게같은 이름의'이라는 표현은 취재진의 귀를 의심하게 했다.
◆ 2500억 블록딜 취소, "이자 폭탄 맞겠다"...주주 달래기였지만 의구심 못 지워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삼천당제약이 밝힌 블록딜 배경 및 취소 이유. [자료=더밸류뉴스]
이날 간담회의 핵심 메시지는 블록딜 전면 철회였다. 전 대표는 “2500억원 규모 블록딜 계획을 공식적으로 철회한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매각이 “납세 의무 이행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본인과 배우자가 부담해야 할 세금 규모를 공개했다. 증여세와 향후 지분 매각 시 발생하는 양도세를 포함한 수치다.
그는 자신과 배우자가 부담해야 할 총 세금 규모가 약 2335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1차 납부를 위해 주식담보대출로 390억원을 냈고, 남은 증여세 1240억원, 주식 매각 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 등 705억원을 더하면 총 2335억원이라는 것이다. 2500억원 블록딜은 여기서 발생 가능한 변동성까지 감안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잔액이 발생하면 전액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려 했다”, “깜깜이 매각이 아닌 공시를 통한 투명한 방식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에 대해서는 “사기극이라는 악의적 프레임이 씌워졌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그는 “차라리 내가 이자 부담을 감수하겠다”며 추가 주식담보대출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사기극이라는 프레임에 굴복하지 않고 차라리 제가 '이자 폭탄'을 맞자, 추가 주식담보대출을 하자고 결단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주주 친화 메시지로 읽힐 여지가 있지만 해당 부분에서도 정량적인 수치와 구체적인 이유는 등장하지 않았다. 블록딜 결정부터 진행과정, 철회까지의 이사회 및 내부 자금 집행 과정을 충분히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설명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악의적인 프레임으로 인해 자신이 '이자 폭탄', '세금 폭탄'을 맞게 되었다는 볼멘소리가 주를 차지했다.
삼천당제약 매출액 비중 및 최근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 "마일스톤은 에피타이저"라 했지만...결국 핵심 숫자는 제시 못해
삼천당제약 글로벌 계약 진행 과정 및 미공개 데이터. [자료=더밸류뉴스]
전 대표가 이날 가장 공들여 설명한 부분은 글로벌 계약 구조다. 삼천당제약의 사업 모델을 설명하며 “우리는 기술 수출 회사가 아니라 제품 공급 회사”라고 규정했다. 글로벌 계약 관련해서도 계약서 양식은 관습상 오래전부터 이용되고, 글로벌 파트너사가 작성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마일스톤은 전체 계약이라는 거대한 식탁에서 보면 에피타이저"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삼천당제약의 계약 구조는 다음과 같다. △제품을 직접 개발·생산 △글로벌 파트너에 독점 공급 △상업화 이후 이익을 5:5로 배분 등의 순이다. 이는 최근 뻥튀기 논란이 되었던 글로벌 계약에 대한 해명을 진행해, 초기 자금 확보가 중요하지 않다는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이러한 설명은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계약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대표의 주장은 이번 계약의 핵심이 추후 발생할 90%의 순이익 배분(Profit Sharing)에 있으며, 파트너사가 약속한 10년간 15조 원의 매출 전망이 진짜 가치라는 논리다. 특히 S-Pass 기술과 관련해 “임상 신청은 곧 특허 등록의 완성”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기술적 실체를 자신했다.
나아가, 계약 세부 조항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파트너사들이 매출 예상치를 제출하고, 이를 2년 연속 50% 이상 달성하지 못하면 계약 해지도 가능하다는 바인딩 조항을 언급하며 "이런 독소 조항을 넣었다는 것 자체가 기술 검증이 끝났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9:1'이라는 이번 계약 조항에 대해서도 "시장에 없는 혁신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파트너사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이 이날 발표의 한계이기도 했다. 전 대표는 계약 구조에 대해 매우 장시간 설명했지만, 정작 시장이 궁금해한 '그래서 실제 얼마가, 언제, 어떤 조건으로 들어오느냐'에 대해서는 기존보다 뚜렷한 수치를 내놓지 않았다. "마일스톤은 에피타이저"라는 비유는 인상적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현재 시장이 확인할 수 있는 실체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셈이 됐다. 계약 구조가 아무리 정교해도, 상업화 이전 단계에서는 결국 미래 가치가 추정치에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단일 국가에서 제네릭 제품이 연간 1.5조 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산출 근거에 대해서는 "파트너사가 제출한 바인딩 포캐스트(구속력 있는 전망치)"라는 점만 되풀이했다. 정작 이 수치를 실현할 파트너사의 실체는 2042년까지 비공개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 '익명 루머'는 맹공했지만...정작 해명은 '익명'에 기대
전인석 대표는 간담회 내내 온라인 커뮤니티와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 확산된 의혹을 ‘근거 없는 루머’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FDA 제출 문서와 PCT 출원 번호, 특허법인 검토 의견, 유럽 임상 신청 자료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FDA는 말이 되지 않는 서류에는 응답조차 하지 않는다”, “국가기관에 제출된 문서는 거짓일 수 없다”, “사기라면 국제법에 따라 처벌받을 것”이라는 발언도 이어졌다.
전대표는 “숨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기기 위한 전략”을 강조했다. 오리지널사의 특허를 회피하고 선제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승인 전까지 정보 비공개가 필수적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그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사례를 언급하며, 경쟁사들이 특허 침해 판결을 받은 상황에서도 자사 제형은 비침해 판단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파트너사 및 특허 여부, PK(약동학) 데이터 등의 정보를 비공개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공식 문서가 존재한다”, “규제기관과 소통 중이다”, “비공개는 전략”이라고 답했다.
이날 해명은 상당 부분을 FDA, 특허기관, 파트너사 등 외부 기관에 의존했다. 즉, 스스로 데이터와 수치로 논란을 해소하기보다 “기관이 인정했으니 문제없다”는 논리를 반복했다.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이러한 한계는 반복됐다. △9대1 이익 배분 구조의 구체적 산출 근거 △S-Pass 후속 특허의 등록 여부 △FDA가 실제로 ‘제네릭 경로’를 공식 확정했는지 여부 △경구용 인슐린 및 세마글루타이드의 PK 데이터 미공개 이유 등 핵심 질문이 이어졌지만, 명확한 수치나 문서로 확인되는 답변은 제한적이었다.
결과적으로 간담회 자리에서도 자력으로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남겼고, 논란만 지속되고 있다. 정보 비공개가 전략일 수는 있지만, 비공개로 인한 정보공백 기간이 길어질수록 시장은 그 공백을 다시 의심으로 채울 수밖에 없다.
지난 6일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삼천당제약 본사에서 진행된 삼천당제약 기자간담회에서 끝까지 신원을 밝히지 않은 '회사 측 관계자'가 기자들의 질의응답에 응하고 있다. [영상=더밸류뉴스]
간담회 말미의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전 대표가 주요 기술 및 특허 관련 질문에 대해 직접 답변을 이어가지 않고, ‘회사 측 관계자’에게 설명을 넘겼다. 이 관계자는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익명으로 발언을 이어갔다. 나중에 그는 석상제 디오스파마 대표로 알려졌다.
전 대표는 이런 장면에 대해 "지난 10년 오직 기술 개발과 글로벌 시장 개척에만 몰두했고, 주주들과 시장과의 소통에 너무 미숙했다"며 사과했다. 또 "전략적 보안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루머는 잠시 시장을 흔들 수 있지만 실적은 영원한 진실"이라며 하반기 글로벌 공급 계약 성과와 오럴 인슐린 임상 결과를 숫자로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에도 남은 질문은 결국 하나다. 삼천당제약은 '말'이 아니라 '숫자'로 증명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