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렌탈 업계는 이제 ‘포화시장’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의 보급률이 높아지며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 사정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실적이 매년 성장하고 있다.
청호나이스가 대표적이다. 렌탈 포화라는 얘기와 다르게 매년 최고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2024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전년대비 증가율은 각각 4.4%, 49.3%였다. 렌탈 산업의 역사가 길어지며 교체 수요가 발생하고 있고 젊은 층 유입, 품목 다변화, 해외 시장 확대 영향이 더해지며 성장판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청호나이스에게 실적 이상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빈칸'이 남아 있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렌탈 업계에서는 아직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기에 누가 먼저 선점하는지가 관건이다. 청호나이스가 이 영역을 선점한다면 렌탈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할 수도 있다.
청호나이스의 최근 행보는 렌탈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보여준다. 역대 최대 실적을 통해 렌탈 시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했고 AI 분야의 발전 가능성을 남겨두며 또 한 번의 전환점을 향하고 있다.
◆‘교체 수요·고객 다변화’로 역대 최대 실적 기록… B2B 렌탈 비율 전년대비 35%↑
청호나이스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청호나이스는 2024년 매출액 4727억원, 영업이익 670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렌탈 수요가 둔화되고 있음에도 청호나이스의 성장세는 멈출 줄 모른다.
현재 국내 렌탈업계가 포화상태라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성장 가능성이 있다. 필수 가전으로 자리잡은 만큼 교체 수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매트리스, 홈케어 등 품목이 다변화되고 다양한 디자인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어 매출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과거에는 ‘있으면 좋은 제품’이었다면 이제는 ‘없으면 불편한 서비스’가 된 것이다.
고객 연령층의 다양화도 매출에 기여하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40대 이상 주부들이 사용하는 서비스였다면 이제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며 20~30대 소비자들도 늘었다. 이들은 개인 시간이 중요하고 소유보다 경험과 편의를 중시하다 보니 방문 관리 서비스에도 많이 투자한다. 청호나이스는 방문판매원 인력을 통해 영업력을 강화하고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청호나이스의 렌탈 실적은 지속 성장하고 있다. 전체 렌탈 계정수는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지난해 어린이집, 유치원, 경로당, 교육기관 등 단체 이용시설의 렌탈 비율이 전년대비 3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인원이 많은 곳의 특성상 대용량, 위생, 안전을 갖춘 제품의 선호도가 높아 대용량 얼음정수기 ‘슈퍼 아이스트리’, 대용량 공기청정기 ‘클린업’, 법인전용 매트리스 ‘클린핏’을 주로 이용한다.
◆66개국 관통한 ‘맞춤 전략’으로 글로벌 성장 가속
청호나이스의 순항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유럽, 동남아, 아프리카 등 해외 66개국에 진출해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청호나이스는 ‘현지 맞춤형 제품’을 통해 시장을 넓혀왔다. 현지 바이어를 발굴한 뒤 그 지역 특성에 맞는 제품을 개발 후 납품한다. 국내 제품 중에서도 니즈에 맞을 시 수출하는 경우가 있다. 현지인의 의견을 반영해 각 지역의 니즈를 자세히 파악할 수 있어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청호나이스 대용량 얼음정수기 ‘슈퍼 아이스트리’. [사진=청호나이스]
예를 들어서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는 얼음 소비가 많고 뭐든 대용량으로 마련하는 특성이 있다. 얼음이 강점인 청호나이스는 ‘슈퍼 아이스트리’를 수출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또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서는 물에 석회가 많이 섞여 있어 필터에 대한 수요가 높다. 여기에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더해져 국내 정수기가 진출하기 유리하다.
이를 통해 2023년 청호나이스의 글로벌 매출액은 전년대비 70% 이상 성장했고 이 중 미국이 50% 이상을 차지했다. 같은 해 중국 매출액 2500억원, 베트남 23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6%, 1% 증가하며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청호나이스의 해외 공략은 앞으로 더 활발해진 전망이다. 고(故) 정휘동 청호그룹 전 회장은 지난해 1월 9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청호의 리더십을 공고히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4년 국내 출시한 커피얼음정수기 '휘카페'를 중심으로 각 국가 및 지역별 맞춤 전략을 펼치고 있다.
◆렌탈 업계의 빈칸 ‘AI’… 청호나이스에게 청사진 될까
청호나이스의 다음 관전 포인트는 ‘AI’다. 2020년대는 인공지능(AI)을 빼놓을 수 없는 환경이 됐다. 실제로 다양한 산업군에 적용되며 업무 효율을 개선하고 성장 속도를 높이고 있다. 렌탈 업계에서는 SK인텔릭스를 제외하고는 아직 적극적으로 도입한 곳이 없다. 관련 업계는 청호나이스가 이 분야를 발전시킨다면 업계 내에서 큰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호나이스 항균 공기청정기 디오. [사진=청호나이스]
현재 청호나이스는 제품에 자동화 시스템을 많이 적용하고 있다. 2024년 3월 출시한 코골이 파장과 패턴을 분석 및 학습하는 'AI 모션필로우', 같은 해 12월 출시한 실내 공기 오염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자동으로 조절하는 ‘항균 공기청정기 디오’ 등이 있다. 모두 생활에 편리함을 선사하는 기능이지만 AI보단 IoT(사물인터넷) 기능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렌탈 업계에서 AI를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제품에만 있지 않다. 좀 더 넓게 살펴보면 제품 관리 및 교체, 이를 위한 전문가 매칭, 제품 구매 시 추천 기능 등 서비스 영역에도 AI가 들어설 자리가 많다. 예를 들어 코웨이의 경우 넷마블에 인수된 후 IT부문이 강화되면서 고객 근방에 있는 코디네이터 매칭, 서비스 매니저 위치 알림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청호나이스도 이런 부분을 강화하면 소비자가 체감할 만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렌탈 업계가 서비스 영역에 AI를 수혈하는 이유는 '초개인화된 고객 경험'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정기적으로 필터를 교체해 주는 단계를 넘어, AI가 고객의 생활 패턴을 분석해 선제적으로 케어 서비스를 제안하거나 제품의 이상 징후를 미리 감지하는 ‘프리딕티브 케어(Predictive Care)’가 업계의 새로운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AI는 단순한 편의 기능을 넘어 브랜드 충성도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가 되고 있다
청호나이스는 지난해 취임한 이경은 회장을 중심으로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내는 '창신(創新) 정신'을 강화해 신성장 동력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AI가 청호나이스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