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대표이사 김성환 , 이하 한투)이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Investment Management Account)를 중심으로 자금 조달 체계를 다시 세우고 있다. 단기 리테일 자금 기반의 발행어음에, 장기 운용이 가능한 IMA 인가를 더해 ‘이중 조달(듀얼 조달)’ 구조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금융당국이 이달 중 IMA 1호 사업자 지정을 앞두면서, 한투의 자본 구조 개편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전경 이미지. 전광판에는 코스피(KOSPI) 지수가 표시돼 있다. [자료=한국투자증권]
◆ 리테일 자금 재가동…발행어음 특판 흥행
올해 하반기 한투는 리테일 자금 유입세를 다시 끌어올렸다. 발행어음 특판이 연이어 완판되며 개인 투자자의 단기 자금이 한투로 빠르게 모이고 있다. 저원가 자금 확보를 위한 한투의 핵심 조달 축이 다시 자리 잡는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잔고 추이 그래프. [자료=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시장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한투가 올해 잇따라 진행한 ‘퍼스트 발행어음’ 특판이 연이어 완판되며 개인 자금이 빠르게 모이고 있다. 은행 예금보다 높은 금리와 간편한 가입 절차가 수요를 끌어올렸다. 8월 1차 특판은 1조원이 2주 만에 모두 팔렸고, 10월 2차 특판(6개월 3.3%, 1년 3.4%)도 조기 마감됐다.
상반기 말 기준 발행어음 잔고는 17조9724억원, 자기자본(11조4000억원)의 174% 수준이다. 조달금리(3.09%)는 회사채(4.19%)보다 낮아 운용마진이 넓어졌다. 이익 구조도 개선됐다. 상반기 운용수익은 전년동기 대비 88.9% 증가했다. 한투는 모바일 앱 ‘한국투자’와 영업점PB(프라이빗뱅커) 채널을 함께 활용하며 리테일 자금 유입을 유지하고 있다.
한투 관계자는 “발행어음 특판을 계기로 개인 자금이 다시 유입되고 있다”며 “저원가 자금이 운용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 IMA 인가 임박…단기·장기 ‘이중 조달’ 완성
금융당국이 이달 IMA 1호 사업자 지정을 예고하면서, 한투의 자금 구조가 단기 중심에서 장기 중심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발행어음과 IMA를 결합한 ‘듀얼 조달’ 체계가 현실화되면 자금 운용 폭이 크게 넓어진다.
자금 조달금리 비교 그래프. [자료=더밸류뉴스]
금융위원회가 이달 중 IMA 1호 사업자 지정을 예고했다. 한투는 발행어음(단기)과 IMA(장기)를 결합한 조달 구조를 완성해 단기 중심의자금 체계를 중장기로 확장할 계획이다. IMA는 자기자본의 최대 300%까지 자금 운용이 가능한 장기 제도다. 발행어음(200%)과 합치면 조달 여력이 두 배로 커진다.
발행어음이 1년 미만 단기 자금 중심이라면, IMA는 2~7년 만기의 장기 자금을 다룬다. 만기 미스매치를 줄이고 자본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한투는 올해 유상증자로 자본을 11조4000억원까지 늘렸다. IMA 인가 이후에는 인프라, 대체투자, 해외채권 등 중장기 자산 중심으로 운용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IMA 인가가 확정되면 한국투자증권이 단기와 장기 조달을 모두 갖춘 유일한 증권사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 JP모건과 협력…운용 네트워크 확장
조달 기반을 다진 한투는 이제 운용 무대를 넓히고 있다. 제이피모건(JP모건·J.P. Morgan)과의 협력을 통해 해외채권·대체투자 등 글로벌 자산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달–운용의 선순환 구조를 완성하려는 전략이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왼쪽)과 댄 왓킨스(Dan Watkins) 제이피모건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0월16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에서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한국투자증권]
한투는 조달 기반을 넓히는 동시에 운용 라인도 키우고 있다. 지난달 16일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과 만나 해외채권, 대체투자 상품 공동운용과 리서치 교류, 리스크 관리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투는 이를 통해 국내에서 모은 자금을 해외 시장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IMA 자금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 해외채권, 인프라, 대체투자 등 중장기 운용 비중이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투는 듀얼 조달을 기반으로 글로벌 자산 운용 네트워크를 넓히고 있다”며 “국내외 자금 순환 구조를 완성해 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 자본금융 구조 전환, 업계 전반으로 확산
한투의 변화는 업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이 발행어음 확대와 IMA 인가 검토에 나서며 ‘자본형 조달’ 경쟁이 시작됐다. 한투는 이 구조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행보는 증권업 전반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미래에셋, NH투자, KB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발행어음 확대나 IMA 예비인가를 검토하며 ‘자본형 조달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동안 증권사 수익이 브로커리지(중개 수수료)에 집중돼 있었다면, 이제는 조달과 운용을 결합한 자본금융 모델로 옮겨가는 흐름이다.
한투는 단기 발행어음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IMA를 통해 장기 자금을 더해 운용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네트워크가 더해지면 리테일 자금에서 글로벌 시장까지 이어지는 자금 순환 구조가 완성된다. 한투의 듀얼 조달 전략은 단순한 자금 확대가 아니라, 조달–운용–투자를 연결하는 자본 구조 전환 과정이다.
조달 한도와 만기를 동시에 넓힌 한투가 어떤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며 안정성과 수익성을 병행할지가 금융투자업계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