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정 이승희 작가의 첫 개인전이 부산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된다. 이번 개인전을 통해 방문객들에게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를 잇는 따뜻한 사유의 공간을 제시한다.
소정 이승희 작가는 전통 수묵화의 정신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첫 개인전 ‘자연에 기대어, 나를 찾다 – 화합과 경계’를 오는 11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4층 부산갤러리에서 갖는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을 통한 내면의 성찰과 시대적 가치로서의 ‘화합’과 ‘경계’를 시각화했다.
소정 이승희 작가의 첫 개인전 포스터. [이미지=부산갤러리]
이승희 작가는 30여 년간 전통 수묵과 문인화 기반의 작업을 지속해왔으며, 문인화의 정신적 기조인 기개와 절개, 고결함을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해왔다. 이 작가는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예술기획을 전공했고 대한민국미술대전 문인화 부문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한국문인화협회, 대한민국전통예술전승원 등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전시는 ‘자연에 기대어’와 ‘나를 찾다’ 두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섹션 ‘자연에 기대어’에서는 팔군자(소나무, 매화, 난초, 연, 파초, 포도, 국화, 대나무)를 소재로 한 수묵화를 통해 사계절의 순환과 자연에 대한 사유를 시각화했다. 특히 대나무를 주제로 한 작품군 ‘앙죽’(봄), ‘수죽’(여름), ‘풍죽’(가을), ‘설죽’(겨울)은 계절의 흐름 속 삶의 이치를 묻는 작업이다.
‘나를 찾다’ 섹션은 ‘화합’과 ‘경계’ 두 주제로 나뉜다.
‘화합’ 파트는 작가의 개인사와 시대적 기억에서 출발한다. 실향민이었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담은 작품들에서는 붉은색과 푸른색의 조화를 통해 시각적 화합을 표현한다. 특히 ‘희망.2025’는 두 색이 어우러져 탄생한 보라색 대나무를 통해 다름을 넘어서는 조화와 상생의 메시지를 담았다.
소정 이승희 작가의 '풍요'. [사진=부산갤러리]
작품 ‘기다림’은 마주 향한 두 난초로 간절한 만남을 표현하며, "학의 목이 부럽지 않다"는 문구로 절절한 정서를 더한다. ‘풍요’는 한국 전통 호박, 쿠사마 야요이의 도트 호박, 서구의 할로윈 호박을 한 화면에 배치해 문화 간 상생을 상징한다. ‘우리는 하나’는 수세미와 조롱박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적 연결성을 은유한다. 이처럼 각 작품은 독립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화합’이라는 흐름 속에 공존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경계’ 파트는 인간의 과욕에 대한 경고를 주제로 한다. 금니(金泥)로 그린 대나무에 먹을 덧입혀 금빛이 사라지는 과정을 통해, 겉으로 드러난 찬란함의 이면과 본질을 묻는다. 이는 피해자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 가해자에게는 명예의 실추를 의미한다. 작가는 “‘경계’는 언제나 내 곁에 두고자 하는 그림”이라며, “노나라 환공의 곁엔 유좌지기가, 거상 임상옥의 곁엔 계영배가 있었듯이, 스스로를 경계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문인화의 전통성과 현대적 사유가 만나는 지점에서,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가 조우하는 사유의 장을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