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주 채종일 기자
신한금융지주(회장 진옥동. 이하 '신한금융')의 지난해 자본총계(자기자본)가 58조8210억원으로 KB금융지주(회장 양종희. 59조8151억원)의 턱밑까지 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본총계 차이가 불과 1조원이 채 되지 않아 올해 어떤 변화가 생길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본총계는 금융지주사의 펀더멘털과 사업 경쟁력을 파악하는 핵심 지표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자본총계 1위 = 업계 1위'로 평가받고 있다.
◆신한금융 자본총계 5.8조, KB금융(5.9조) 턱밑 추격
더밸류뉴스가 5대 금융지주사가 최근 공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전수 조사한 결과 자본총계 1위는 KB금융이었다. KB금융의 지난해 자본총계는 59조8151억원이었고 신한금융 58조8210억원이 뒤를 이었다(이하 K-IFRS 연결). 두 금융지주사의 자본총계 차이는 1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9941억원). 이어 하나금융 43조5769억원, 농협금융 36조9023억원, 우리금융 35조8952억원 순이었다.
KB∙신한∙하나∙우리∙농협금융지주의 자본총계 추이(K-IFRS 연결. 단위 억원. 2012~2018년은 하나은행 영업수익).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본총계는 금융지주사의 펀더멘털과 사업 경쟁력을 파악하는 핵심 지표이다. 금융사는 자기자본(Equity) 1원을 확보하면 이것의 약 10배인 부채(Debt) 10원을 조달해 기업이나 개인에게 대출해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자기자본의 사소한 차이가 결과적으로 큰 실적(이자 수익) 차이를 낳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본총계를 놓고 신한금융은 KB금융과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신한금융은 자본총계에서 2013년까지만 해도 KB금융을 앞섰지만 2014년 KB금융에 1위를 내주었다. 2018~2021년에 KB금융을 앞섰지만 2022년 재역전당했다.
◆올 연말 격차 6500억으로 좁혀져... 신한금융 '막판 스퍼트' 낼 수도
신한금융이 자본총계를 늘린 배경에는 실적 개선이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매출액 41조9028억원, 영업이익 6조4587억원, 당기순이익 4조558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비 각각 6.26%, 5.73%, 1,78% 증가했다. 순이익 증가→이익잉여금 증가→자기자본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KB금융도 지난해 잘 했지만 신한금융은 더 잘한 셈이다.
최근 10년 신한금융지주 실적과 신한금융그룹 주요 연혁. [자료='대한민국 2025 재계 지도']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추세가 올해 어떤 결말을 맺을 지에 주목하고 있다. 증권사 리포트를 종합하면 신한금융은 올해 영업이익 6조8722억원, 당기순이익 5조19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년비 각각 6.51%, 10.10% 증가하는 수치다. 이렇게 되면 올해 12월 신한금융의 자본총계는 약 62조3500억원에 도달한다.
KB금융은 올해 영업이익 7조5869억원, 당기순이익 5조400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12월 KB금융의 자본총계가 약 63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 금융지주사의 자본총계가 차이가 불과 6500억원으로 좁혀진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숫자가 찍혀 봐야 알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글로벌 시장 성과... 해외 법인 10개로 국내 금융업계 최다
신한금융의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는 부문은 글로벌 시장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금융그룹 중 최대 규모인 7589억원의 글로벌 손익을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해외 현지 법인 10개를 운영하고 있다(미국, 캐나다, EU(2개소), 중국, 카자흐스탄, 캄보디아, 일본, 베트남, 멕시코). 인구 절벽으로 내수 시장이 한계에 도달한 한국 금융 업계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절박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의 현황과 지배구조. [자료='대한민국 2025 재계 지도']
특히 신한베트남은행의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되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 중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신한카드도 카자흐스탄과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법인을 운영하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알마티, 아스타나, 쉼켄트 등 3대 핵심 도시를 중심으로 자동차 금융과 신용 대출 사업을 운영하며 현지 230여 개 금융사 중 5위를 기록했다(2023). 이는 한국 금융주(株)가 저평가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미래 성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신한금융이 압도적으로 앞서는 부분도 있다. 2023년 신한금융의 비은행 이익 기여도는 43.0%로 KB금융(34%)을 앞서며 1위를 기록했다. KB금융 입장에서 신한금융은 위협적이다.
신한금융은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을 통해 주주 가치를 높이는 것에도 적극적이다. 신한금융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 앞서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7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에 이어 다시 한번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친화 정책 강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앞서 2024년 신한금융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2027년까지 자사주 5000만 주(총 발행주식의 약 10%)를 소각하기로 했다. 배당성향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최근 5년(2019~2023) 평균 배당성향은 24.76%에 달한다.
◆진옥동 회장, 재임 2년 '실적 개선∙임직원 동기부여' 두 마리 토끼잡아
이같은 실적 개선과 경영 혁신은 진옥동 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진 회장은 지난 2023년 3월 라응찬(1대), 한동우(2대), 조용병(3대) 회장에 이어 4대 회장에 취임했다. 임기 만료일은 내년 3월이다. 재임 2년여 동안 실적 개선과 임직원 동기부여를 원만하게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진옥동(왼쪽) 신한금융 회장이 지난 9일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누를란 압드라흐마노프(Nurlan Abdrakhmanov) 카자흐스탄 금융감독원 은행 담당 수석부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신한금융그룹]
진옥동 회장은 지난 9~12일 사흘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주요 국가를 방문해 금융당국 면담 등의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귀국했다. 현지 금융당국과의 전략적 교류와 사업 점검을 통해 중앙아시아 시장 확장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대 신한금융지주 회장. [자료='대한민국 2025 재계 지도']
신한금융은 최근 사내 캠페인 ‘ON(溫)타임’을 도입하며 조직문화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점심시간 고정(12시~13시) △업무 중 불필요한 외부활동 자제 △평일 음주 자제 △비공식적 호칭 자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