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상품권 통합 플랫폼 운영을 두고 한국조폐공사(사장 성창훈)와 기존 운영업체인 웹케시 산하 비즈플레이(대표이사 김홍기) 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비즈플레이는 조폐공사가 최근 발표한 5가지 해명이 모두 사실과 다르다며 상세한 반박 자료를 공개했다. 특히 ERD(Entity Relationship Diagram, 테이블간 관계 설명 다이어그램) 제공 문제부터 불법 하도급 의혹까지 조폐공사의 해명이 실제 상황과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ERD 관련 논란
공사 해명: 지난 8월 온누리상품권 통합 운영자로 선정된 후, 기존 운영업체로부터 데이터 이관 과정에서 테이블 관계가 불명확하고 데이터 흐름 분석이 어려웠다. 이에 발주기관인 소진공을 통해 ERD 제공을 요청했으며, 이관확인 용도의 확약서도 법률 검토를 거쳐 정상적으로 제출했다는 입장이다.
사실관계: 조폐공사는 9월 4일 1차 미팅에서 이미 비즈플레이에 직접 ERD를 요청했다. 당시 비즈플레이는 ERD가 자사의 지적재산권이며 과업 산출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원활한 사업 수행을 위해 데이터 관련 문의는 성실히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11월 20일 공문으로 ERD 제공 의사를 밝히고 확약서를 요청했으나, 조폐공사는 한 달이 지난 12월 19일에야 비즈플레이가 아닌 소진공으로 확약서를 보냈다. 게다가 해당 확약서는 분쟁 발생시 소진공과 조폐공사가 협의하여 처리한다는 내용만 담겨있어, 기술탈취 보호조치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비스 오픈 준비 상황
공사 해명: 연말연시 서비스 중단이 없도록 발주기관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으며, 현 서비스 체계 유지와 안정적인 데이터 이관을 진행 중이다. 또한 사용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철저한 테스트와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관계: 지난달 27일 소진공에서 열린 미팅에서 조폐공사 ICT이사는 25년 1월 1일 오픈이 불가능한 이유로 세 가지 문제점을 언급했다. 현재 구축 중인 플랫폼의 DB에 문제가 있고, 카드사 연동이 미흡하다는 두 가지를 명확히 밝혔으며, 세 번째 문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처럼 조폐공사의 준비 미흡으로 1월 1일 정상 오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자체 기술력 보유 여부
공사 해명: 2019년 7월 24일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 자격을 획득했으며, 같은 해 국내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상품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공공 디지털 상품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전담조직을 ICT이사 체제로 운영 중이며, 35명의 경력직 전문가를 포함해 130여명의 전담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관계: 조폐공사는 올해에만 세 차례에 걸쳐 대규모 외주용역을 발주했다. 10월에는 지역사랑상품권 플랫폼인 KOMSCO 지급결제플랫폼 운영 및 유지관리 용역(80억원), 3월에는 온누리상품권 플랫폼인 차세대지급결제플랫폼 구축 용역(54억원), 12월에는 차세대 지급결제플랫폼 유지관리 용역(70억원)을 발주했다. 반면 비즈플레이는 자체 인력 60명만으로도 서울페이와 온누리상품권 과업을 무리 없이 수행해왔다. 특히 온누리상품권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의 하도급이 금지된 사업이므로, 조폐공사가 주장하는 대로 기술력이 있다면 하도급 없이 자체 인력으로 수행해야 한다.
◆불법 하도급 의혹
공사 해명: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 전자금융업 등록을 완료했으며, 금융위와 금감원으로부터 분기별로 엄격한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전담조직과 인력으로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무를 직접 수행하며, 전자금융감독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시스템, 서버, 네트워크 등 일부분만 용역으로 유지보수한다고 설명했다.
사실관계: 디지털온누리상품권 제안요청서 19페이지에는 '하도급은 허용되나,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에 관한 업무는 하도급이 불가'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차세대지급결제시스템 제안요청서에는 전자금융업자가 수행해야 할 상품권 관리, 상품권 원장대사, 잔액대사, 정산 및 환불 운영 업무까지 하도급으로 명백하게 정의되어 있다.
◆시장 교란 행위 논란
공사 해명: 지역사랑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은 정부‧지방자치단체 또는 대통령령으로 발행하는 공공 유가증권으로, 공사의 고유 업무라고 주장했다. 현재 82개 지자체에 디지털상품권 서비스와 350여개의 디지털 정책수당을 지급하고 있으며, 종이형 상품권이 카드와 모바일로 형태만 바뀌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사실관계: 조폐공사는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 대규모 처리가 필요한 상품권사업을 수행한 경험이 전무하다. IT역량 부족으로 인해 하도급이 금지된 온누리상품권사업에서조차 불법 하도급을 강행하고 있다. 이는 공공기관인 조폐공사가 오히려 공공상품권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이번 비즈플레이의 상세한 반박 자료는 한국조폐공사의 온누리상품권 통합 플랫폼 운영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ERD 제공을 둘러싼 공방부터 서비스 오픈 지연, 자체 기술력 부재, 불법 하도급 의혹, 시장 교란 행위까지 5가지 쟁점에서 모두 조폐공사의 해명과 실제 사실관계가 상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조폐공사가 204억원 규모의 외주용역을 발주하면서도 자체 기술력을 보유했다고 주장하는 점, 하도급이 금지된 선불전자지급수단 업무까지 외주를 추진하는 점 등은 공공기관으로서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