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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연 칼럼]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급을 위한 투자 가속화...SMR이 뜨는 이유

- 아마존·구글·MS, 원전 기업과 잇단 계약...AI 전력 수요 대응 '총력전'

- 전력 수급 대응 원전·전력 인프라 기업 주가 급등, AI 특수 기대감 '솔솔'

- '탄소중립'과 'AI 전력 수요', 에너지 정책의 새로운 과제...정부 지원 본격화

  • 기사등록 2024-10-21 11: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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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의 미래 전력 확보를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이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포함한 원전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이는 '에너지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 시장의 급성장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지난 17일 아마존웹서비스(AWS)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를 위해 미국 에너지 기업 3곳과 SMR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X-에너지는 두산에너빌리티와 DL이앤씨가 2500만달러(약 342억7000만원)를 투자한 기업이다. 앞서 구글은 16일 SMR 스타트업 카이로스 파워와 6~7개 원자로에서 총 500MW 전력 구매 계약을 맺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지난 9월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20년 장기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아마존 소식이 전해진 날 국내 원전 및 전력 인프라 관련 주식이 급등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8.68% 올랐고, 서전기전 15.48%, 비에이치아이 15.10%, 우진엔텍 10.74%, DL이앤씨 7.18% 등 원전 관련주가 강세를 보였다. 전선 제조업체인 가온전선 5.98%, 대한전선 3.48% , 대원전선 4.27% 등 전력 인프라 기업들의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AI 시대 전력난 해법, 소형모듈원자로(SMR)에서 찾는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향후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전망이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서비스 확대를 위해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고 있으며, 이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대응에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상시 전력' 공급을 위해 원자력 발전, 그 중에서도 소형모듈원자로(SMR)에 주목하고 있다.

[박수연 칼럼]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급을 위한 투자 가속화...SMR이 뜨는 이유2021~2026년 유럽 연합 예상 전력 수요 변화 동인. [자료=국제에너지기구(IEA)]아마존은 그동안 청정 전력 목표를 위해 태양광발전소 등 '탄소 매칭(Carbon matching)' 방식의 재생에너지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배송차량을 전기차로 바꾸는 등 탈탄소화에 집중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수급 불안정, 데이터센터의 증축 등 안정적인 전력 수급에 대한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원전 개발을 이행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구글도 마찬가지다. 구글은 최근 몇 년간 24시간 무탄소 에너지 방식(지열발전, 원자로, 수력발전 등)으로 탄소 상쇄에 집중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 원전 소유사와 계약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스리마일섬 원전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원전 사고가 있던 곳이다. 2호기의 노심융해(meltdown) 사고 이후 경제난으로 2019년 중단했던 1호기 원전은 이번 계약 이후 크레인 청정에너지 센터(Crane Clean Energy Center)로 분해 다시 한번 전력 공급에 나설 예정이다. 


원자력 발전은 최근 청정에너지로 재평가받으면서 그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EU 분류체계에 따라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분류되면서 에너지 믹스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따르면 2030년까지 원자력 32.4%, 석탄 19.7%, LNG 22.5%, 신재생에너지 21.6%, 수소 및 암모니아 2.1% 비중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며, 2036년까지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신재생에너지(New renewable energy)'라는 개념은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한다. 에너지 자원 부족으로 수입 의존도가 높고 지정된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8개 분야 모두 취약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기 위해 정부는 3개(수소, 연료전지, 석탄액화·가스화)의 신에너지를 더해 '신재생에너지'로 정의했다. 이에 오는 2038년까지 이 에너지 비중을 전체 전력 믹스의 약 1/3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주력하고 있으며, 기술 개발 목표도 구체적으로 설정했다. 이들 신에너지는 많은 자본 투자와 에너지 저장 장치 마련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향후 몇 년간 글로벌 전력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기술 발전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면서, 빅테크 기업들은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력 공급원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전력 인프라 기업들,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문성 확보 나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전력 확보 경쟁은 국내 원전 및 전력 인프라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SMR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하는 등 시장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에너지 산업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박수연 칼럼]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급을 위한 투자 가속화...SMR이 뜨는 이유한국의 원자력 발전 동향 및 목표(2010~2036년)
[출처: 2023년 5월 발간 한국의 전력 통계_한국전력공사,에너지경제연구원(KEEI)]

아마존이 SMR 개발 계약을 체결한 X-에너지에 두산에너빌리티가 투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는 8.68% 상승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순매수(918억원)에 힘입은 것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원전 기술력에 대한 신뢰가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DL이앤씨 역시 X-에너지에 투자한 기업으로, SMR 플랜트의 엔지니어링, 조달, 건설(EPC) 분야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이외에도 서전기전, 비에이치아이, 우진엔텍 등 원전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이는 SMR을 비롯한 원자력 발전 기술이 미래 에너지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전력 인프라 기업들 역시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LS전선은 해저 케이블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대한전선은 초고압 케이블 생산 능력으로, 가온전선은 전력 및 통신 케이블 생산으로 각각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KEPCO)는 국내 유일의 송배전 사업자로서 전력 거래 및 판매를 독점하고 있으며, 효성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은 변압기, 차단기 등 전력설비 제조와 스마트그리드,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AI와 빅데이터 기술과 결합해 더욱 고도화된 전력 관리 시스템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에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조화로운 발전도 중요해질 것이다. 글로벌 원청기업들의 무탄소에너지 활용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다양한 에너지원의 조화로운 발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에너지 저장 기술, 스마트 그리드 등 첨단 기술의 발전이 향후 전력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시대 전력 수요 급증...탄소중립과 산업 현실 사이 균형 맞추며 장기 전략 필요성 ↑ 


국내 기업들의 전력 수요 대응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에너지 효율성 개선을 통한 전력 사용량 절감, 둘째,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와 함께 SMR 개발 참여를 통한 안정적 전력 공급원 확보, 셋째, 전력 그리드 확장 및 강화를 위한 투자 증대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박수연 칼럼]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급을 위한 투자 가속화...SMR이 뜨는 이유연도별 신재생에너지, 신에너지 및 TTL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전망. [자료: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이에 정부도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3030' 정책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으며, 원자력 발전의 안정적 운영과 SMR 기술 개발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또한 '전력망 특별법' 제정을 통해 송변전 설비 확충을 가속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재생에너지의 계통 연계를 원활히 하기 위한 조치로, 전력 산업의 미래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 진출 측면에서 SMR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은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며, 정부의 SMR 개발 및 수출 전략과 맞물려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우선,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이 산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고 수정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오픈해야 한다. 


AI 시대의 전력 수요 급증은 에너지 산업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 확보와 정부의 적절한 정책 지원이 조화를 이룬다면,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경제적 효율성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는 국가 안보와 경제 발전의 근간이 되는 핵심 요소인 만큼, 정부와 기업의 장기적이고 통합적인 시각에서의 접근을 기대한다.

[박수연 칼럼]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급을 위한 투자 가속화...SMR이 뜨는 이유박수연 더밸류뉴스 산업부장.


ynsooyn@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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