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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연 칼럼] 'AI 전력 쇼크' 한국의 승부수…SMR·반도체 전략을 동시에 가동해야 하는 이유

- 국회 국감서 체코 원전 논란...AI 시대 전력 확보 전략 도마 위

- 2030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945TWh...일본 전체 전력 소비량 수준

- 국내 4년 안에 637개 데이터센터 확보 계획...원전 30기 추가 전력 필요

  • 기사등록 2025-10-20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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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박수연 선임기자]

AI 시대의 진짜 위기는 'GPU 확보'가 아니라 '전력 확보'에서 시작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글로벌 빅테크들은 HBM4, GPU, LLM 훈련이 아니라 '전력 계약'부터 선점하고 있다. 한국 또한 전력 확보가 중요한 시기이다. 


지난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장 많은 질의를 받은 주제는 체코 원전 수주가 아니었다. "AI 인프라 시대, 한국은 전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였다.


IEA가 지난 4월 발표한 'Energy and AI'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945TWh에 도달할 전망이다. 지금 일본 전체가 1년간 쓰는 전력이 약 1000TWh 수준이다. 단 5년만에 데이터센터만으로 한 국가 전체의 전력 소비량에 맞먹는 수요가 창출되는 것이다. AI 전용 데이터센터로 범위를 좁히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대비 4배 이상 폭증한다는 분석이 이미 국제적으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수연 칼럼] \ AI 전력 쇼크\  한국의 승부수…SMR·반도체 전략을 동시에 가동해야 하는 이유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전망. [자료: IEA 'Energy and AI' 보고서]

◆원자로 9기 분량 전력...AI 데이터센터가 삼키는 미래


문제는 이 증가가 안정적인 성장곡선이 아니라 '폭발적·불연속적' 성장이라는 점이다. 조지타운대·에포크AI·랜드연구소 공동 연구진이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500개가 넘는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분석한 결과, 2030년까지 주요 AI 데이터센터는 200만개의 AI칩을 보유하고 2000억달러의 비용을 지출하며 9GW의 전력을 필요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로 9기 분량이다.


시장조사업체 세미애널리시스(SemiAnalysis)는 "AI 서버는 일반 클라우드 서버보다 평균 7~8배 많은 전력을 사용하며, 학습 과정에서는 모든 GPU가 동시에 작동하거나 종료될 때 수십MW급 순간 피크 변동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기존 전력망이 감당하도록 설계되지 않은 형태다. "AI는 전기를 먹는 것이 아니라, 전력 인프라 자체를 재설계하도록 강요한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더 큰 우려는 이 전력 수요가 가속 중이라는 점이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8년까지 미국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 소모량은 74132GW에 달해 미국 전체 전력 소비의 1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4년 4.4%에서 불과 4년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하는 수치다.


미국 버지니아주는 이미 주 전체 전력 소비의 25%를 데이터센터가 차지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50%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이 말의 의미는 단순하다. "반도체보다 먼저, 전력을 장악한 나라가 AI 패권을 가져간다."


[박수연 칼럼] \ AI 전력 쇼크\  한국의 승부수…SMR·반도체 전략을 동시에 가동해야 하는 이유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구성 변화. [자료: IEA 보고서,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 AI 시대 '전력 절벽' 코앞...원전 42기 필요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9년까지 추가로 필요한 데이터센터는 732개, 계약전력 기준 약 4만9397MW 규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를 감당하려면 1000MW급 원전 53기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원전 1기 건설에 10~12년이 걸린다는 점이다. 지금 속도로는 '2030년 이전에 전력을 먼저 잃고, 그 후에 기술경쟁에서 패배하는' 시나리오가 훨씬 현실적이다. 정부는 2038년까지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SMR 1기만 건설하기로 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계획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올해 4461MW에서 2028년 6175MW로 1.4배 증가할 전망이다. 정수종 서울대 기후테크센터 센터장은 "2030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945TWh로 인해 약 25억 톤의 탄소가 배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기후위기 가속화를 우려했다. 단순히 전력 부족이 아니라 환경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빌 게이츠부터 구글·아마존까지 SMR 러시...한국은 아직 초기 단계


글로벌은 이미 움직였다. 구글은 2030년까지 SMR 개발사 캐이로스파워로부터 500MW의 원전 전력을 구매하기로 계약했고, 아마존은 4개 SMR 기업과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리마일 원전 재가동을 추진 중이며, 메타도 1~4GW 규모의 원전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SMR 투자액이 현재 50억 달러에서 2030년 250억 달러 이상으로 증가하고, 2050년까지 누적 투자액이 6,5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기업이 아니라 전력 기업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도 움직인다. 삼성물산은 루마니아 SMR 프로젝트에 뉴스케일파워와 협력하며 유럽 시장에 진출했고, SK그룹은 빌 게이츠의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SK텔레콤은 AWS와 협력해 울산에 100MW급 친환경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장기적으로 1GW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국의 SMR 개발은 여전히 초기 단계다. 정부는 지난 2023년부터 2028년까지 3992억원 규모의 '혁신형 SMR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중국·러시아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것과 비교하면 뒤처져 있다.


[박수연 칼럼] \ AI 전력 쇼크\  한국의 승부수…SMR·반도체 전략을 동시에 가동해야 하는 이유SMR 시장 투자 규모 전망. [자료: IEA 보고서]

◆반도체가 만드는 새로운 해법...전력 효율 혁신이 열쇠


SMR만이 유일한 답은 아니다. 전력 수요의 근본 원인인 AI 서버 자체를 혁신하면 된다. 이병훈 포스텍 교수는 "새로운 반도체 기술로 전력 소모를 기존 대비 100분의 1 수준까지 줄이는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IEA는 AI 기반 에너지 관리와 워크로드 스케줄링 등 소프트웨어 최적화만으로도 최대 15%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9월 세계 최초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 HBM4는 이전 세대 HBM3E 대비 대역폭을 2배로 확대하고 전력 효율을 40% 이상 향상시켰다. 이 제품을 데이터센터에 도입하면 AI 서비스 성능을 최대 69%까지 높이면서 전력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은 SPV(Smarter Power Village) 모델을 제시했다. 데이터센터 내 UPS(무정전 전원장치)와 백업 설비를 태양광, ESS 등 분산 자원과 통합해 전력망의 안정성과 유연성을 높이는 개념이다.


많은 사람들이 "SMR이 답인가?"라고 묻지만, 진짜 질문은 "우리는 SMR을 선택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이다. AI 시대를 준비하려면 세 가지를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첫째, SMR + 청정PPA + 데이터센터 전력 직계약: 안정적 기저전력 확보

둘째, HBM4 / 액침냉각 / AI 반도체 전력최적화: 반도체 기술 혁신을 통한 전력 효율 향상

셋째, 마이크로그리드 / UPS-ESS 통합 SPV: 스마트 전력망 구축을 통한 수요 관리


그리고 전력-반도체-정책-도메인 산업이 한 덩어리로 움직일 수 있는가. 이것이 AI 시대의 성과를 증명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1983년 고 이병철 회장은 "이게 다 반도체 덕분"이라는 말을 듣고 반도체 투자를 운명적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이게 다 AI 전력 덕분"이라는 말에 따른 새로운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ynsooyn@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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