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대표이사 김정균 장두현)이 우주 제약 사업에 뛰어든 가운데 시장조사기관 코히어런트 마켓 인사이트는 해당 글로벌 시장이 오는 2031년까지 연평균 11%대의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균 대표는 액시엄 스페이스에 780억원을 투자하고 합작법인 브랙스 스페이스를 설립해 우주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보령은 인류 건강에 꼭 필요한 기업이 될 것이고, 그 안에 제약과 우주산업이 있다"고 강조해왔다. 최근 보령의 대규모 자산 매각도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사업 집중의 의도로 읽혀지나, 업계에서는 김 대표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보령이 주력 사업인 만성질환 치료제와 항암제 개발에 집중하면서 우주 사업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주 의약품 시장 연평균 11% 성장...보령 선점 효과 기대감 ↑
보령이 우주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혁신적 연구 플랫폼 구축에 있다. 프레지던스 리서치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우주 기술 시장은 지난해 4432억달러(약 602조7520억원)에서 오는 2033년 9168억5000만달러(약 1247조)로 연평균 7.54% 성장율이 예상된다. 특히 우주 의약품 시장은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코히어런트 마켓 인사이트는 우주 의약품 시장이 지난해 7억7000만달러(약 1조472억원)에서 오는 2031년 16억달러(약 2조1760억원)로 연평균 11%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시장 성장의 주요 동인은 위성 기술의 발전, 우주 탐사 임무의 증가, 상업적 우주 활동의 확대 등이다. 특히 우주 의약품 시장에서는 미세중력 환경을 활용한 신약 개발과 우주 여행자를 위한 의료 솔루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보령은 이러한 시장 트렌드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우주 제약 분야에서의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고자 한다.
보령의 우주 사업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미세중력 환경에서의 약물 반응 연구를 통한 신약 개발이다. 둘째, 우주 여행자를 위한 헬스케어 솔루션 개발이다. 셋째, 우주 정거장을 활용한 연구 및 생산 플랫폼 구축이다. 이를 위해 보령은 액시엄 스페이스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우주 정거장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브랙스 스페이스 코퍼레이션을 통해 한국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액시엄의 저궤도 기술 및 인프라 사용 독점권을 확보했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지난해 3월 미 서부 최고 병원 중 하나인 시더스사이나이병원(Cedars-Sinai Medical Center)과 함께 우주로 줄기세포를 보내 미세 중력이 줄기세포를 더 쉽고 효율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지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보령의 미세중력 환경에서의 우주실험실 구축 계획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주 제약 사업은 높은 기술적 난이도와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이 요구되는 분야다. 따라서 보령의 성공 여부는 기존 제약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 능력과 장기적인 투자 지속 가능성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4일 이탈리아 밀라노 미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IAC2024)에서 김정균 대표는 우주 정거장의 생소한 개념으로 투자유치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액시엄 스페이스가 전 세계 대부분의 우주 기관을 대규모 쇼핑센터처럼 유치할 대규모 개발 연구소를 건설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령 '카나브·젬자' 호실적...제약·우주 두마리 토끼 잡는다
보령은 우주 사업 진출과 기존 제약 사업 강화라는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상반기 회사는 보령바이오파마 지분 80%를 3200억 원에, 보령빌딩을 1315억 원에 매각하는 대규모 자산 정리를 단행했다.
보령의 자회사 정리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보령에이앤디메디칼을 한국에이엔디에 매각했으며, 바이젠셀의 지분 매각도 검토 중이다. 이는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한 조치로 보이지만, 동시에 김정균 대표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김 대표의 보령홀딩스 지분(22.60%)은 모친 김은선 회장(44.93%)에 비해 낮은 수준이어서, 매각 자금을 통한 지분 확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매각 용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보령 측은 이러한 자산 매각이 신사업 집중을 위한 포트폴리오 조정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일부 주주들은 자금 용처의 투명성과 함께 제약 산업 강화 및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 보령은 본업인 제약 사업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패밀리'는 상반기 7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항암제 '젬자'는 전년동기대비 23% 성장했다. 보령은 악성림프종과 폐얌 등의 필수 기초 항암제인 '이피에스주'와 '보령에피루비신염산염주'에 대해서도 약가를 조정하고 안정적인 공급에 힘쓰고 있다. HK이노엔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진행 중이다.
지난 2분기는 매출액 2555억원, 영업이익 20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18.17%, 5.69% 증가했다. 회사는 전문의약품 전 부문이 고르게 성장한 가운데, 특히 고혈압 신약 카나브 제품군은 처음으로 반기매출 700억원대를 기록해 13%의 높은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반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항암제 부문도 전년대비 8% 이상 성장했으며, 항암제 젬자의 상반기 매출도 23% 증가하는 등 LBA(Legacy Brands Acquisition) 품목 모두 처방이 확대됐다.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제품들도 초기 시장에 안착했다.
◆김정균 대표, 올해 1조 매출 목표 임박...경영권 승계·신사업 과제 남았다
김정균 대표는 지난 2022년 보령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Lifetime Care Company"라는 비전 아래 혁신적인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의 주요 경영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기존 제약 사업의 경쟁력 강화다. 김 대표는 만성질환 치료제와 항암제 분야에서 보령의 강점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특히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패밀리'와 항암제 '젬자'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둘째,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이다. HK이노엔과의 '케이캡'-'카나브' 시리즈 공동 판매 계약 체결은 이러한 전략의 대표적 사례다. 이를 통해 보령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셋째, 우주 제약 사업 진출이다. 김 대표는 우주 제약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액시엄 스페이스에 대한 투자와 브랙스 스페이스 코퍼레이션 설립은 이러한 전략의 핵심이다.
김 대표의 경영 성과는 실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경영 첫해인 2022년 매출 7605억원, 영업이익 566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매출 8596억원, 영업이익 683억원, 지난 상반기에는 매출 4892억원, 영업이익 365억원을 달성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보령을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시키는 것이다. 그는 올해 연간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장기적으로는 우주 헬스케어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고 국내 제약사 중 항암제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 및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우선 우주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기존 제약 사업 간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또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력 강화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