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가격 체계가 내년부터 '생산비 연동제'에서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개편되면서 남양유업(대표이사 김승언)이 실적 개선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음용유, 가공유 구분해 가격 매겨
낙농진흥회는 16일 이사회를 열고 원유(原乳·우유 원료) 가격을 내년 1월부터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변경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시행일은 내년 1월 1일이다.
‘용도별 가격차등제’는 원유를 흰 우유 형태의 음용유와 치즈, 버터와 같은 가공유로 구분해 용도별로 각기 다른 가격을 매기는 제도다. 음용유 가격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 가격을 낮추는 방식이며 음용유 원유는 리터(L)당 1100원, 곧 제시될 기준을 넘는 가공유 원유는 리터(L)당 800원으로 가격이 나뉠 예정이다. 기존 시행되던 ‘생산비 연동제’는 원유를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 증감에 연동해 조정하는 방식이었다. 지난 2013년 우유가 부족하던 시절 우유 생산을 늘리기 위해 도입됐었다.
이번 용도별 가격차등제의 시행은 높아진 우유가격과 국내 우유 소비량의 감소에 기인한다. 수요공급의 법칙에 의해 우유에 대한 수요량이 감소하면 가격의 하락은 따라오는 게 당연하지만 그동안 우유 수요는 계속 감소하는 것에 반면 원유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했다. 농심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2020년까지 원유가격은 72.2% 오른 반면 1인당 우유 소비량은 36.5㎏에서 26.3㎏로 줄었다. 호주, 뉴질랜드산 원유는 400~500원 수준이다.
◆남양유업, 저가에 원유 매입→실적 개선
이번 개편으로 남양유업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남양유업의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9561억원, 영업손실 779억원, 당기순손실 58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비 매출액은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영업손실, 당기순손실의 폭이 늘어났다. 원부자재 가격인상, 쿼터제에 따른 초과구매 등의 영향이 있었다. 쿼터제란 낙농가와 우유업체가 협상을 통해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정해진 양(쿼터), 정해진 가격으로 원유를 사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의 원유 소비량은 과거에 비해 줄었기에 ‘원유가격 용도별 차등제’ 시행으로 남양유업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분석된다. 남양유업은 그동안 쿼터제에 따라 소비량에 비해 많은 원유를 공급받고 있었다. 그렇기에 남는 우유 원유 대부분은 탈지 분유 등으로 가공하기도 했다. 원유가격 용도별 차등제가 시행되면 탈지 분유는 가공유 형태이기에 남양유업은 조금 더 저렴한 가격으로 원유를 공급받을 수 있고 낙농가 입장에서는 공급가는 낮아지겠지만 기존 공급량과 비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준에서의 공급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저출산 현상 및 시장 감소로 유업계 시장이 어려워진 가운데 임직원이 힘을 합쳐 실적 개선 및 경영혁신 활동 등 재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배구조 변경→사명변경 포함 일대혁신 가능성↑
때마침 남양유업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22일 법원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가 남양유업 주식을 사모투자펀드(PEF) 한앤컴퍼니에 넘겨야한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5월 홍 회장은 3000억원대의 남양유업 지분 53.08%를 한앤컴퍼니에 넘기기로 하는 주식매매계약(SPA)를 맺었었다. 하지만 홍 회장은 한앤코가 유리한 계약 이행을 강행하기 위해 비밀유지의무 사항들을 위배하고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한다며 주식매매계약 무효를 선언했다. 이에 한앤코는 홍 회장 일가를 상대로 주식양도소송을 걸었고 이날 승소 판결을 받았다.
홍원식 회장은 창업 2세로 지금의 남양유업을 일군 주인공이지만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여직원에 대한 갑질 인사 등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해 5월 남양유업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는 과장광고를 하면서 발생한 이른바 '불가리스 파문' 책임을 지고 사퇴를 발표했다.
남양유업 최대주주가 한앤컴퍼니에 변경되면 사명 변경을 포함한 일대 혁신이 예상되고 있다. '남양’이라는 이름에는 기존 오너 일가의 본관인 ‘남양 홍씨’ 라는 의미가 담겨 있고 여러 좋지 않은 일에 관계돼 불매운동 대상으로 여겨진 적도 있었다.
남양유업이 '우유업계의 삼성전자'로 불리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