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연말 인사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룹 주력을 담당하는 '유통계열사'(쇼핑∙백화점∙마트∙하이마트) CEO 거취가 관심을 끌고 있다. 롯데그룹은 25일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하고 다음 달 1일로 발령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롯데그룹은 예년보다 1개월 앞당겨 11월 CEO 인사를 단행했다. 코로나19 쇼크로 그룹이 휘청거리자 앞당겨진 인사였다.
지난해는 롯데에게 ‘악몽’으로 기억되고 있다. 코로나19로 그룹의 주력 비즈니스인 유통과 화학이 동반 직격탄을 맞으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었다. '재계 5위 자리도 위태롭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그룹의 자산 총액은 129조1550억원으로 전년비 12% 감소했다. 5대 그룹(삼성·현대차·SK·LG·롯데) 가운데 자산 총액이 감소한 곳은 롯데가 유일했다.
올해 인사도 이번달(11월)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롯데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의미이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 3Q 어닝쇼크
롯데쇼핑을 이끌고 있는 강희태(62) 대표이사는 2017년 3월 롯데쇼핑과 롯데백화점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2019년 12월 롯데그룹 유통BU장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롯데쇼핑 통합 대표이사도 겸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이 속해있는 롯데쇼핑은 롯데그룹 계열사 가운데 사이즈가 가장 크다. 지난해 연매출액 기준으로 롯데그룹 계열사의 순서를 매겨보면 1위가 롯데쇼핑(16조1844억원)이었고 이어 롯데케미칼(12조2230억원), 롯데면세점(7조), 롯데건설(5조),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운영사. 4조), 롯데하이마트(4조) 순이다.
강희태 대표 취임 이후 롯데쇼핑은 실적 회복세가 더디다.
롯데쇼핑은 올해 3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롯데쇼핑의 1~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11조7892억원, 영업이익 98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3.59%, 40.28% 감소했다. 벤치마킹 기업으로 거론되는 신세계는 같은 기간 매출액 4조3824억원, 영업이익 322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은 27.83% 증가했고, 영업손익은 흑자전환했다. 슈퍼, 마트 부문의 저조한 수익과 함께 롯데쇼핑의 든든했던 버팀목 롯데백화점마저 희망퇴직 등으로 일회성 비용이 생기면서 전년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지난해 4월 롯데그룹 계열사의 이머커머스 사업을 통합해 출범한 롯데온의 미래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아직까지 이마트, 쿠팡, 이베이코리아 등의 대형 이커머스 기업에 맞서는 강점을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시 첫날부터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고 계열사 간 통합작업도 깔끔하지 못해 온·오프라인 시너지 효과가 무색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세계가 이커머스 업계 3위인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 점유율 2위(15%)로 올라선 것과 비교하면 롯데온의 시장점유율은 5%에 불과하다.
이같은 성과 때문에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의 거취가 불확실하다는 분석이다. 강희태 대표의 임기는 2023년 3월이지만 그간의 롯데 CEO 인사를 되돌아보면 실적 부진의 책임으로 임기가 남은 CEO가 교체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원준 유통BU장 부회장을 대신해 올해 3월 취임한 강희태 대표가 여기에 해당한다.
◆황범석 롯데백화점 대표, 1~3Q 실적↑
황범석(56)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롯데백화점 대표)는 지난해 1월 취임해 1년 10개월째 CEO를 맡고 있다. 임기가 내년 3월로 5개월 가량 남은 만큼 이번 이사회에서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황범석 대표 취임 이후 롯데백화점의 실적은 양호하다. 롯데백화점의 올해 1~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2조530억원, 영업이익 1430억원으로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8.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5% 감소했다. 롯데백화점이 9월에 545명 희망퇴직을 시행해 발생한 비용 600억원을 고려하면 오히려 영업이익이 35.33% 증가한 셈다.
롯데쇼핑의 다른 사업부가 실적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이번 백화점 부문 실적은 더욱 눈에 띈다. 할인점(롯데마트), 슈퍼(롯데슈퍼), e커머스(롯데온)의 1~3분기 매출액은 각각 1조4810억원, 3800억원, 24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8.4%, 16.5%, 14.0% 감소했다.
황범석 대표는 신동빈 회장의 신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황 대표는 최근 출범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회에도 멤버로 참여했다. 롯데쇼핑 ESG 위원회의 2/3 이상은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총 3명으로 구성된 롯데쇼핑 ESG위원회에 사내이사 자리는 한 자리밖에 없는 셈이다. 그 자리에 황 사업부장이 앉았다는 것은 그룹에서의 입지가 탄탄하다는 것을 암시한다는 분석이다.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실적 부진·매장 구조조정
강성현(51) 롯데쇼핑 마트사업부 대표는 지난해 11월 취임해 1년째 롯데마트를 이끌고 있다.강 대표는 외부 인사에 해당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근무했고 지난해 11월 '체질 개선'의 미션을 받고 롯데마트 대표에 발탁됐다.
강 대표 취임 이후 롯데마트 실적은 부진하다. 1~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4조3810억원, 영업손실 1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은 7.8% 감소했고, 영업손실도 여전하다. 판관비를 지난해보다 5% 절감했으나, 5차 재난지원금 사용처 제한에 따른 기존점의 매출 부진도 여전했다. 해외에서도 중국 충당금 환입 기저 부담으로 영업이익이 줄었고, 베트남 기존점의 매출도 적자 전환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부터 12개의 점포를 구조조정을 해왔고 지난 2월에 창사 23년 이후 최초의 희망퇴직을 받았다. 경쟁 업체들이 감원에 적극적이지 않은 점을 생각해보면 롯데마트의 구조조정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성현 대표의 경우 임기 1년이 채 되지 않았고, 점포 리뉴얼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유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황영근 롯데하이마트 대표, 1~3Q 실적↓
황영근(54)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는 지난해 10월 취임해 이번 달 2년차에 접어들었다.
올해 롯데하이마트의 실적은 부진했다. 1~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2조9842억원, 영업이익 1조96억원, 순이익 765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3.3%, 24.2%, 19.7% 감소했다. 롯데하이마트 매장의 매출액도 전년비 3.4% 감소했다. 7월 폭염으로 인한 에어컨 판매 호조 및 모바일 신제품 출시로 매출액이 증가했으나, 8월 이후부터 백색가전 판매량이 줄면서 3분기 매출액이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매출총이익 감소와 판관비 증가 영향으로 전년비 50억원 감소했다. 주가도 52주 신저가(11월 12일 2만5700원)를 기록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 이슈도 발생했다. 지난 6월 롯데하이마트 노조(민주노총 롯데하이마트지회)는 서울 강남 롯데하이마트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 발령 행위를 인정했음에도 사측이 여전히 직원들을 괴롭힌다"며 "문제가 되고 있는 '역량 강화 프로그램'(PIP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PIP제도는 롯데하이마트가 매년 2차례 성과 기준에 미달한 직원 일부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다. 지난 1월 인사 발령을 받은 PIP 대상자 중 6명은 서울지노위에 부당한 인사 발령을 당했다며 구제를 신청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롯데하이마트의 PIP제도가 부당인사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롯데하이마트 사측은 지난해 3월과 12월 희망 퇴직자 신청을 받았고 저성과자 역량 강화프로그램과는 상관없다며 효율성이 낮은 일부 매장의 인원을 재배치하면서 발생했던 일을 원만하게 해결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