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인수합병(M&A) 소식 이후 대한항공의 주가가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관련 소식 이후부터 외국인과 기관은 주식을 팔고 개인은 산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15분 기준 대한항공의 주가는 전일비 750원(3.14%) 내린 2만3150원에 거래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이슈가 불거진 13일부터 전일(18일)까지 외국인 투자자과 기관은 각각 373억원, 1619억원 어치를 매도했다. 반면 이 기간 개인투자자는 2022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대거 매도한 것과 상반된다.
업계에서는 외국인∙기관과 개인의 판단이 서로 대비되는 것으로 봤다. 외국인과 기관의 경우 이번 인수가 당장 주주들에게는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계획이다. 이에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지수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신주발행주식수는 약 173만6000만주(증자 전 발행주식총수의 99.7%)로 기존주주들의 EPS(주당순이익) 희석효과는 약 49.9%”라며 “이에 내년 추정 주당 순자산가치도 2만7348원에서 2만906원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이 연구원은 대항한공의 투자의견은 ‘매수’에서 ‘시장수익률(Market perform)’로, 목표주가는 2만8000원에서 2만3000원으로 하향했다. 현재 주가(2만3150원) 수준으로 내려온 것이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 역시 “대한항공의 유상증자로 인한 주가 희석률은 11월 16일 종가 기준 -50.1%에 달한다”며 기존 목표주가 2만4000원은 유지하지만 투자의견은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개인들의 경우 이번 인수로 향후 대한항공이 글로벌 7위급의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까지 포함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국제선 여객 점유율은 49%였다.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면 시너지 효과는 클 전망이다. 지난해 대한항공의 매출액(12조6834억원)과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액(6조9658억원)을 더하면 19조6492억원에 달한다. 보유 항공기 수도 259대(대한항공 173대, 아시아나항공 86대)로 증가해 에어프랑스(225대) 등 경쟁사보다 많아져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중복 항공 노선 등을 단일화해 비용을 줄이는 등 효과도 낼 수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양사가 여객 부문 인력과 조직을 최대한 보존한 채 코로나19의 충격이 사라질 때까지 버틸 수 있다면 정부입장에서는 고용 충격을 줄일 수 있고 양사는 여객 시장 회복 시 수혜를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경영권 분쟁을 이어오고 있는 3자연합과의 갈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3자연합은 산은의 한진칼(180640)에 대한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반대하고 있다. 3자연합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강성부 펀드로 유명한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 반도건설로 구성돼 있으며 현재 한진칼의 최대 주주다.
KCGI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연일 입장문을 발표하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아울러 전일에는 KDB산업은행에 배정될 예정인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대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KCGI는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주주들의 신주 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신주 발행이 무효라는 것은 우리 대법원의 확립된 태도”라고 비판했다.
현재 3자연합은 한진칼 지분 47.71%를 보유하고 있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41.3%) 보다 6.41% 많다. 그러나 향후 산은이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지분율 10.66%)하면 3자연합의 지분율이 약 42%로 희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산은이 조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돼 지분율 격차가 큰 폭으로 벌어진다. 이에 3자연합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내놓은 입장문에서 KCGI는 “아시아나항공을 실사 등의 절차와 충분한 논의 없이 한진그룹이 전격 인수하는 것은 조원태 회장이 국민의 혈세를 통해 10%의 우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결과만 낳는다”며 “이는 다수의 다른 주주를 희생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3자연합과의 갈등에 이어 여전히 부진한 항공업황, 구조조정 우려 등으로 향후에도 대한항공의 주가는 등락세를 보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