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뉴욕증시 기술주 급등 배경에 소프트뱅크를 이끄는 손정의 회장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 현지 언론은 소식통을 인용해 소프트뱅크가 최근 정보기술(IT) 기업 주식들과 연계된 수십억달러 규모의 주식 옵션을 사들인 '나스닥의 고래(큰 손)'로 드러났다고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은 “이번 베팅은 규모가 커 시장 전체를 끌어올릴 정도였다”며 "이 투자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배후가 누구인지는 몰랐던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은 이 투자가 IT 부문에 기름을 부었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가 규제 당국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초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넷플릭스 등 ‘IT 공룡’ 주식을 약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나 매입했다.
아울러 WSJ은 소프트뱅크가 여기에 보태 주식과 연동된 콜옵션을 거의 비슷한 액수만큼 매입했고 훨씬 높은 가격에 콜옵션을 매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소프트뱅크는 단기간 내 주식이 상승하면 콜옵션을 원하는 매수자에게 넘겨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콜옵션은 만기일, 만기일 전에 앞서 정한 값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이다.
소프트뱅크가 사들인 콜옵션은 약 40억달러로 이에 따른 익스포저(투자∙대출금 외 파생상품 등 연관된 모든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규모)는 약 500억달러였다. 주식과 파생상품 매입 규모를 모두 더하면 약 80억달러(약 9조5000억원)로 늘어난다.
WSJ은 주식 중개인들이 소프트뱅크의 투자가 최근 시장 흐름을 일부 설명해준다고 전했다. 활발한 옵션 거래로 기술주가 반등했고 이에 전체 시장에서 이례적인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차량호출 기업 우버, 동영상 위주의 소셜미디어인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 등 스타트업에 1000억달러 규모를 투자하는 비전 펀드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손 회장은 앞서 7월 5억5500만달러 펀드를 포함해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새로운 사업 부서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 펀드에서 3분의 1은 손 회장의 개인 돈이다.
이에 WSJ은 "신생 IT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손 회장이 방향을 전환했다"며 “이 펀드는 파생상품, 차입 투자를 활용해 유동성 높고 상장된 회사에 주로 투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의 이번 투자가 앞서 사무실 공유기업 위워크, 우버 등에 대한 투자로 큰 손실을 보자 이를 만회하려고 단행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