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국내 소비가 직격탄을 맞았지만 반대로 매출이 증가한 업종도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보편화 되면서 인터넷쇼핑, 정육점, 홈쇼핑 등의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면세점, 여행사, 영화관, 항공사 등의 매출은 큰 타격을 입었다.
21일 하나은행 소속 하나금융연구소는 하나카드 매출 데이터를 분석해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여행사의 1분기 카드 매출액은 전년비 59% 급감했다. 아울러 면세점과 항공사도 각각 52%, 50%나 줄었다. 특히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급속하게 늘었던 3월 실적이 직격탄을 맞았다. 전년비 각각 면세점 88%, 여행사 85%, 항공사가 74% 급감하는 등 유례없는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또한 레저∙문화∙취미 관련 업종의 매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 영화관은 3월 매출이 전년비 84% 급강했다. 이어 전년비 각각 테마파크∙놀이공원 83%, 사우나∙찜질방 59%, 헬스클럽은 54% 줄었다. 아울러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음에도 비디오∙음반(-77%), 서적(-49%)의 매출은 줄어 취미 생활에 쓰는 소비는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휴원 권고를 받은 학원 업종, 영업 규제를 받은 유흥업도 사상 최악의 실적 감소를 보였다. 3월 매출의 경우 무술도장∙학원의 매출이 전년비 85% 줄었다. 이어 예체능 학원(–67%), 외국어 학원(–62%), 입시∙보습학원(–42%) 등도 매출이 감소했다.
노래방과 유흥주점은 전년비 각각 50%, 39% 떨어졌다. 실내에서 주로 서비스되는 안마시술소(–39%), 피부관리(-32%), 미용실(-30%)의 매출도 타격을 받았다.
그밖에 한식(–32%), 중식(-30%), 일식(-38%), 양식(-38%) 등 자영업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음식점 업종의 3월 매출도 감소했다. 이어 아울렛 매장(-31%), 가전제품 전문매장(-29%), 백화점(-23%), 대형마트(-17%) 등 대부분의 오프라인 쇼핑 매출도 줄었다.
반면 코로나19로 실적이 늘며 수혜를 받은 곳도 있었다. 1분기에 비대면 쇼핑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인터넷 쇼핑 이용액은 41%나 늘었다. 홈쇼핑 매출도 19% 증가했다. 아울러 비교적 집에서 근거리에 있는 편의점(6%), 슈퍼마켓(12%) 등의 매출이 늘어나 생필품을 근거리에서 주로 산 것으로 분석됐다.
식품의 경우 정육점의 3월 매출은 26%, 농산물매장은 10% 늘어난 것으로 집계돼 소비자들이 식재료를 직접 구입해 집에서 조리해 먹는 일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점 매출은 감소했지만 주류전문 판매점의 매출은 오히려 20%나 늘어 술을 사와 집에서 마시는 '홈술' 현상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의료 업종에서는 소아과(-46%), 이비인후과(-42%), 한의원(-27%) 등 대부분의 병의원 3월 매출이 급감했다. 반면 성형외과(9%), 안과(6%) 매출은 오히려 늘어나 집에 있는 시간이 증가해 성형이나 안과 시술을 받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또 공적 마스크 판매 등 약국 방문도 급증해 1분기 약국 매출도 15% 늘었다.
1분기에 코로나19 여파로 국산 신차(-23%)와 중고차(-22%)를 신용카드로 구매한 금액은 감소했다. 그러나 수입 신차 매출은 11% 늘어나 코로나19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아울러 이동 수단으로서 자전거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3월 매출이 전년비 69%나 급증했다.
연구소는 “2004년 이후 매년 성장해온 신용카드(체크∙법인카드 제외) 이용액의 평균 성장률을 감안할 때 1분기 신용카드 매출의 순감소 폭은 16~18조원 내외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대구시의 1분기 카드 매출이 17.9% 감소해 가장 컸다. 이어 부산(-16.8%), 인천(-15.7%), 제주(-14.6%), 서울(-13.5%), 경기(-12.5%), 경북(-11.9%) 등 순이다.
정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소비 심리가 위축되어 있고 긴급재난 지원금도 식재료 등 주로 생필품 구입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업종 전반의 매출 정상화는 당분간 쉽지 않고 특히 여행, 항공, 숙박, 레저, 유흥업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