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제공되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에 대해서도 통제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삼성은 전체 낸드 생산량의 25%, 하이닉스는 D램의 40%를 중국에서 생산해 왔다. 이에 따라 화웨이, 샤오미 등 한국산 메모리를 쓰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 가전 업계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닛케이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법인으로 바로 수출되는 물량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가 통제에 나섰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가 중국으로 향하는 에칭가스에 대해서도 최종 유저가 누구인지에 대해 보고할 것을 벤더들에게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삼성과 하이닉스의 중국법인으로 향하는 물량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한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법인이 일본에서 에칭가스를 직접 수입해 오던 것도 막힐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은 중국 시안에 낸드 공장이, 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이 있다. 중국 공장의 경우 한국에서 소재가 넘어가기도 하지만 일본에서 바로 소재를 수입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로 중국 법인을 통한 수입 물량이 많아질 가능성이 컸는데, 일본 정부가 사실상 이를 차단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중국 공장도 같은 한국 기업의 공장이라는 점에서 일본 정부가 어떤 판단을 할 지 예의주시해 왔다.
중국 관세 당국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한국에서 중국으로 수입된 고순도 에칭가스는 4000톤에 이른다. 대부분 한국에서 수입된 일본 제품이다. 이 중 70%는 삼성 낸드 공장이 있는 산시성, 30%는 하이닉스 공장이 있는 저장성 지역으로 보내졌다. 지난해 일본에서 한국으로 수출된 고순도 에칭가스 물량이 3만 6,800톤이었음을 감안하면 우리 기업의 중국 법인에서 사용되는 에칭가스 상당수는 그간 일본에서 직수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조치로 한국 기업의 중국 법인 생산 차질은 불가피해졌다. 특히 이번 조치는 전방위적인 ICT 업계의 위축으로 연쇄적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임원은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삼성, 하이닉스의 타격뿐만 아니라 중국 현지 공장에서 만드는 메모리를 쓰는 화웨이 등의 스마트폰 생산도 어려워질 수 있다”며 “전세계 ICT 산업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