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SK하이닉스, 美 상호관세 D-1에 긴장...HBM 시장 점유율 52.5% 수요 견조할까?

- 최태원 회장, 美 관세 하루 앞두고 열린 '경제안보전략 TF' 참석...국내 제조기업 10곳 중 6곳 영향권

- 매출 66조 ↑ 전년대비 매출 102% 증가...AI 메모리 매출 4.5배 급증

  • 기사등록 2025-04-01 20:58:01
기사수정
[더밸류뉴스=김호겸 기자]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이 자칫 '미 관세 쓰나미'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를 하루 앞둔 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만나 '경제안보전략 TF' 첫 회의를 가졌다. 이번 회의는 미국의 관세조치가 우리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피해 최소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한 대행은 "기업과 함께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민관 네트워크를 총결집해 전방위적 아웃리치를 전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첫 회의에서는 미국의 반도체과학법 및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축소 우려에 대한 대응 마련 등이 논의됐다. 이처럼 정부가 신속하게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국내 제조기업이 전반적으로 미국발 관세의 직간접적인 영향권 아래 있기 때문이다. 


1일 발표한 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 의하면 제조기업 10곳 중 6곳이 미국 관세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가 69.6%로, 배터리(84.6%)와 자동차(81.3%) 뒤를 이었다. 현재 반도체는 국내 수출에서 18.6%를 차지할만큼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의 통상 정책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자 최태원 회장은 발빠르게 민간 외교 활동에 임하고 있다. 지난 2월 경제사절단과 미 워싱턴 DC를 찾아 대미 통상 아웃리치 활동을 전개하며 기업과 정부가 뭉쳐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52.5%의 점유율을 바탕으로 상반기 내 HBM 내년 물량 계약을 마무리 예정이어서 관세 리스크 대응책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역대 최대 실적 '66조' 돌파...영업익 23조 신기록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66조1930억원, 영업이익 23조467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대비 매출 102% 증가, 영업이익은 7조7300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한 수치다. HBM 사업이 실적을 견인했다. HBM 매출은 전년 대비 4.5배 이상 확대됐으며, DRAM 매출의 약 40%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 美 상호관세 D-1에 긴장...HBM 시장 점유율 52.5% 수요 견조할까?최근 10년 SK하이닉스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AI 서버 중심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고성능 메모리 수요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18.1%, 메모리 시장은 71.8% 성장했으며, SK하이닉스는 DRAM 시장에서 33.2%, NAND 시장에서 20.3%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특히 엔터프라이즈 SSD 매출이 전년대비 300% 이상 증가하며 NAND 사업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이 큰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은 오는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대해 '25%에 가까운'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일부 고객사들은 관세 부과 전에 주문을 앞당기기도 했다.

SK하이닉스, 美 상호관세 D-1에 긴장...HBM 시장 점유율 52.5% 수요 견조할까?SK하이닉스 최근 분기별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추이. [이미지= 더밸류뉴스]SK하이닉스는 원재료 측면에서도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웨이퍼, Substrate, PCB 등 주요 원자재를 일본, 한국, 독일, 미국 등 다양한 국가의 공급업체로부터 확보하고 있다. 특히 웨이퍼의 경우 세계 반도체 업계의 수급 동향에 영향을 받는데, 최근 반도체 시황에 따른 생산량 조정으로 단가 상승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SK하이닉스는 321단 1Tb TLC 4D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하며 이전 세대인 238단 대비 생산성 59% 향상과 에너지 사용량 10% 감소 효과를 거두어 원가 경쟁력을 강화했다.


SK하이닉스의 재무 상태는 크게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4조200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부채는 22조7000억원으로 감소했다. 


◆HBM 점유율 52.5% '압도적 1위'...미국 반도체법 재검토는 '변수'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시장에서 52.5%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23년 3월 업계 최초로 HBM3E 8단 제품을 공급한 데 이어 4분기에는 12단 제품을 출시하며 기술 리더십을 강화했다. 주력 사업은 DRAM과 NAND 플래시로, 특히 AI 시장 성장에 따라 고성능 메모리 제품인 HBM, GDDR7, PCIe 5세대 SSD 등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모바일 기기에서 온디바이스 AI 구현에 최적화된 'ZUFS 4.0'을 개발했으며, 온디바이스 AI PC에 탑재되는 PCIe 5세대 SSD도 출시했다.

SK하이닉스, 美 상호관세 D-1에 긴장...HBM 시장 점유율 52.5% 수요 견조할까?SK하이닉스 품목별 및 주요 원재료 비중. [이미지= 더밸류뉴스]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AI 칩 및 반도체 분야에 약 10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이 일환으로 총 38억7000만 달러를 투자해 HBM과 AI 메모리용 패키징 시설을 구축하려는 계획이 지역 주민들의 환경 우려로 지역계획위원회에서 부결됐다. 당초 36만4200㎡ 규모로 계획했던 부지를 49만1650㎡로 확대하고 위치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새 부지에 일부 주거지역이 포함되면서 지역 주민들이 반발한 것이다. 이 안건은 4월 7일 시의회 최종 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당초 최대 4억5800만 달러의 보조금과 5억 달러의 대출을 SK하이닉스에 제공하기로 했으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칩스법(Chips Act)의 보조금 지급을 재검토하면서 이 지원 규모가 축소되거나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낸드 가격 하락과 수요 부진에 대응해 생산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있다. 이는 기업 SSD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낸드 시장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엔터프라이즈 SSD의 출하를 늘려 매출 손실을 보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NAND 사업 강화를 위해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88억4400만달러에 인수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이를 통해 인텔의 지적재산권과 R&D 자원을 확보하고 솔리다임 브랜드로 엔터프라이즈 SSD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 美 상호관세 D-1에 긴장...HBM 시장 점유율 52.5% 수요 견조할까?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3일 공개한 지난해 4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매출. [이
         미지= 트렌드포스]
다만 칩 산업에 대한 미국의 통제 강화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고 있는 점은 과제로 남아있다. 최근 소비자용 전자제품 수요 감소로 낸드 시장의 약세가 지속되면서 올해 1분기 NAND의 출하량과 ASP는 각각 전분기 대비 21%,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최태원 회장, 통상 위기 대응 위한 민관 협력 강화...AI 메모리 '집중'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일 '경제안보전략 TF' 회의에 참석해 기업도 국익 차원에서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 2월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도 활동하며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대미 통상 아웃리치 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美 상호관세 D-1에 긴장...HBM 시장 점유율 52.5% 수요 견조할까?최태원 SK 회장이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경제안보전략TF 회의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상목 부총리, 정의선 현대차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대행은 총수들이 모인 TF 회의에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은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에 큰 위협"이라며 "경제안보전략 TF를 중심으로 기업과 함께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민관 네트워크를 총결집하여 전방위적 아웃리치를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4대 그룹 회장들은 미국의 반도체과학법 및 IRA 축소 우려, 관세 부과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을 위한 세제 지원 등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을 요청했다.


SK하이닉스는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TSMC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에 집중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HBM과 같은 AI 메모리 제품 수요는 생성형 AI 시장의 확대로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경량화된 LLM(대형언어모델) 등장에 대해서도 회사 측은 "고성능 가속기나 HBM에 대한 수요를 둔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美 상호관세 D-1에 긴장...HBM 시장 점유율 52.5% 수요 견조할까?HBM 글로벌 시장 규모 성장 추이. [자료=비즈니스리서치컴퍼니]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비즈니스리서치컴퍼니는 HBM 시장 규모가 지난해 23억6000만달러에서 올해 30억달러로 27.3% 성장하고, 2029년까지 26.8% 연평균 성장률로 77억800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GPU 발전, 빅데이터 분석, AI와 머신러닝 확대, 고성능 컴퓨팅 수요 증가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무역 갈등 속에서도 SK하이닉스의 고부가가치 AI 메모리 제품 수요는 견고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AI의 핵심인 eSSD와 HBM3E 비중 상승에 힘입어 견조한 실적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올해 1분기 실적으로 매출액 16조9000억원, 영업이익 6조7000억원을 예상했다. HBM 매출이 DRAM 매출의 40.2%를 차지하며 하방 리스크를 방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laghrua823@thevaluenews.co.kr

[저작권 ⓒ 더밸류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밸류뉴스' 구독하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광고성 정보 수신

제휴 콘텐츠, 프로모션, 이벤트 정보 등의 광고성 정보를 수신합니다.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5-04-01 20:58:0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삼성SDS
버핏연구소 텔레그램
기획·시리즈더보기
4차산업혁명더보기
제약·바이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