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늘어나고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한국 산업에 대한 시각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최근 지표를 뜯어보면 산업 회복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이 반도체 호황을 산업 전반의 체력 회복으로 읽는 순간, 자동차·철강·화학 등 다른 제조업이 마주한 현실은 우리의 시야에서 밀려날 수 있다.
우리 산업에 대한 최근 지표는 분명 강하다. 4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고,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174% 급증했다. 그 배경에는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있다. 이 흐름은 성장률과 증시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이 같은 지표는 곧바로 산업 전반의 체력 회복이라는 착시를 일으킬 수 있어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주가와 각종 지표의 상승을 견인하는 동력이 반도체에 집중돼 있다. 최근의 성장률과 수출, 증시 상승은 한국 산업 전체의 경쟁력 개선보다는 반도체 업황 개선의 효과가 거시 지표에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반도체가 한국 경제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숫자가 곧 전체 산업의 현실을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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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의 독주와 비반도체 업종의 체감 경기 격차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업종 간 온도 차이다. 이를 두고 반도체 수출 급증과 달리 한국 자동차 수출이 5.5% 감소했다고 전하며, 한국 경제 안에서 업종간 격차가 벌어지는 ‘K자형 흐름’이라고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이는 현재의 호황이 산업의 ‘넓이’보다 반도체라는 한 축의 ‘깊이’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증시도 같은 메시지를 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42%를 차지한다는 점이 요체다. 지수 상승이 산업 전반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한 것이 아니라 특정 업종과 소수 대형주에 대한 기대가 집중된 결과라는 뜻이다. 이런 구조는 상승기에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업황이 꺾일 경우 충격이 더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취약하다.
◆ 지금 필요한 것은 ‘호황의 확산 구조’
핵심은 반도체 호황이 그 자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체의 경쟁력 강화로 그 효과가 이어지고 있느냐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전례 없는 슈퍼사이클’로 평가했지만, 그 자체로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전문가는 한국의 AI·반도체 산업 정책이 에너지 충격과 정면으로 맞부딪히고 있다고 짚었다. 반도체와 데이터 센터 확대는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고,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다. 즉 반도체 호황은 강점이지만 동시에 전력·에너지·공급망 측면의 구조적 부담도 키운다.
지금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반도체 호황에 머물지 말고 한걸음 더 나아가 그 호황을 자동차·배터리·기계·소재·물류 등 산업 전반의 생산성 혁신과 공급망 안정으로 연결하는 정책과 투자 전략이다. 한국 산업의 경쟁력은 반도체 한 업종의 독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반도체가 이끄는 성장이 지속 가능하도록 다른 제조업 역량도 힘을 보태는 산업 구조가 더 강해져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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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분명 한국 산업의 핵심 자산이다. 동시에 한 업종의 선전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대신할 수는 없다. 지금의 호황이 다른 제조업의 생산성 혁신과 공급망 안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는 하강 국면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