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10월 인적분할을 앞두고 지난 7월 29일로 예정돼 있던 증권신고서 제출 일정을 미룰 예정이다. 한국거래소의 재상장 예비심사가 길어지면서 향후 일정에도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재상장 예비심사에 필요한 기한을 연장한다며 증권신고서 제출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9월 16일 주주총회, 10월 1일 삼성에피스홀딩스 창립, 10월 29일 재상장 등 전체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분할을 앞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분기 실적은 견조한 모습이다. 연결기준 매출액 1조2899억원(전년동기대비 11.5% 증가), 영업이익 4756억원(9.5% 증가)을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각각 전년동기대비 23.02%, 46.73% 증가했다. 현금성 자산 7520억원을 보유하고 있고 차입금 비율이 12.3%에 불과해 탄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삼성바이오로직스 최근 10년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추이. [이미지= 더밸류뉴스]
◆2분기 실적 깜짝 성과...매출액 1.29조·영업이익률 36.9% 달성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조2899억원, 영업이익 4756억원으로 36.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CDMO 업계에서도 독보적인 수준으로, 지난해 기준 스위스 론자(Lonza)의 EBITDA 마진 29%,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WuXi Biologics)의 35.1% EBITDA 마진을 상회한다.삼성바이오로직스 최근 분기별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추이. [이미지= 더밸류뉴스]
글로벌 CDMO 시장에서의 위치도 공고해지고 있다. 78만4천리터의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론자에 이어 업계 2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23%의 성장률은 업계 평균 15.48%를 크게 앞서고 있다. 1~3공장 풀가동과 4공장 램프업을 통해 가동률도 80.4%로 개선되면서 고정비 흡수 효과가 수익성 향상을 견인했다.
지역별 매출구조를 보면 유럽 50.6%, 미국 42.7%로 두 지역이 전체 매출의 93.3%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글로벌 상위 20개 제약사 중 17곳이 고객사로 참여하고 있어 시장 내 입지도 탄탄하다.
다만 93.3%에 달하는 해외매출 비중으로 인한 환율 노출은 여전한 구조적 과제다. 달러 환율 10% 변동 시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500~8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만큼, 보다 체계적인 환헤지 정책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1분기 호실적의 상당부분이 환율효과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기저실적 대비 지속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삼성바이오로직스 최근 3년 주요 지역별 매출 비중. [자료=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보고서]
연평균 5.5~8.5% 성장하는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의 매출비중이 7% 미만인 점은 향후 추가 성장기회 확보 차원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중국만으로도 오는 2027년 1940억달러 규모의 거대 시장이지만 현재 노출도는 제한적이어서, 향후 지역 다변화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가 필요해 보인다.
품질관리 측면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연간 매출 4조5천억원 달성과 함께 올해 들어서도 유럽 제약사와의 2조원 규모 계약 체결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신뢰관계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이는 엄격한 품질기준을 요구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인적분할로 순수 CDMO 변신...이해충돌 우려 원천 차단 효과↑
중국발 지정학적 리스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BIOSECURE Act 등으로 우시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중국 CDMO에 대한 서구 제약회사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대안 업체로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유럽 소재 제약사와 약 2조원의 역대 최대 규모 수주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신규 수주가 가속화되고 있다.
다만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여전히 공격적 확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중국 내수시장에서의 강력한 기반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우시바이오로직스가 도합 19.5%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향후 경쟁구도는 지정학적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업계는 인적분할이 이런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로 보유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기술 유출을 우려해왔기 때문이다. MSD(머크)와 화이자, 노바티스 등은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출해왔다.삼성바이오로직스 분할 전후 지배구조. [자료=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수 CDMO 기업으로 거듭나며 이해충돌 우려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기존 주주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신설회사 삼성에피스홀딩스 주식을 65:35 비율로 교부받아 주주가치 훼손 없이 분할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분할 후에는 '생산 능력·포트폴리오 다각화·글로벌 거점 확대'의 3대축 성장 전략을 토대로 ADC, AAV, PFS 등 신사업 분야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급격한 글로벌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민첩하게 대응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양사가 각 사업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이번 분할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업분리 목적 명확·주주 권익 보호...견고한 재무기반 순조로운 재상장 전망
재상장 예비심사 지연에도 불구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재무구조는 견고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7520억원으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했고, 지난해년 말 기준 부채비율 59.0%, 차입금 비율 12.3%로 안정적인 재무상태를 보여준다.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 주요 일정표. [자료=삼성바이오로직스]
수주잔고도 풍부하다. 최소구매 기준 92억달러, 예상수요 기준 127억달러의 수주잔고는 향후 3~5년간 안정적 수익기반을 제공한다. 지난해년 43억달러 신규계약은 역대 최고 수준이었으며, 장기계약은 2037년까지 연장되는 구조로 수익안정성을 보장한다.
회계처리도 보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CDMO 매출은 고객 품질승인(QR) 완료 시점에 인식하고, 재고는 고객 지정 장소 인도 시점에 처리해 주관적 추정 여지를 최소화했다. 연구개발비 중 개발비 자본화 비율도 19% 수준으로 적정 범위를 유지하고 있어 급진적 회계처리 리스크는 제한적이다.삼성바이오로직스 수주상황. [자료=사업보고서]
다만 현재의 초고수익성이 지속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36.9% 영업이익률은 1~3공장 풀가동과 4공장 램프업, 환율효과 등 일시적 요인에 의존하고 있다. 5공장 가동 개시와 신규 경쟁자 진입 시 마진 압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속적인 기술혁신과 고부가가치 서비스 확대를 통한 차별화 전략이 중요해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과 관련한 재상장 예비심사가 예상보다 길어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 분할이 시장의 주목을 받는 사안인 만큼 한국거래소가 관련 자료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분할이 사업 구조의 명확한 분리를 통해 이해충돌 우려를 해소하려는 목적이 뚜렷하고, 기존 주주의 권익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심사 통과 이후 재상장 절차는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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