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황예린의 Cool북!] ⑱ 더 이상 나이 헛먹기 싫다면, OO를 되새기자

  • 기사등록 2025-07-01 08:04:37
기사수정
MZ 세대 출판전문가의 속 시원한 독서 솔루션 ‘황예린의 Cool북!’을 연재합니다. 버라이어티하고 거친 야생의 사회생활로 고민하는 우리에게, 기왕 일하는 거 재밌게 일하고 싶은 현직 출판마케터가 책장에서 찾은 해결책을 처방합니다. 황예린은 책 읽는 삶이 가장 힙한 삶이라는 믿음을 널리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새 서른이 넘었다. 어린 시절 서른이 되면 ‘멋진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맡겨진 일은 척척 해내며 열심히 번 돈으로 우아하게 살면서도, 남을 돌볼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 믿었건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자조하며 말하듯 여전히 나는 ‘말하는 감자’일 뿐이었다. 열심히 산 세월이 모이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엄성우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책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에서 같은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황예린의 Cool북!] ⑱ 더 이상 나이 헛먹기 싫다면, OO를 되새기자‘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엄성우 지음, 추수밭. [이미지=알라딘]

어른이 되는 법을 알려면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질문이 있다. 도대체 무엇이 어른인가? 어떤 사람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야말로 어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 어떤 사람은 경제적으로 독립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문제 상황을 해결하고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엄성우 교수가 생각하기에 어른이란 사람다움과 나다움 사이에서 중용을 찾은 지혜로운 사람이다. 


겸손하면서도 자신 있게 살아가기 위한 실천적 지침으로 삼등주의를 제안합니다. 뭘 하든 어디를 가든 3등 정도를 목표로 하는 것이지요. (중략) 즉 등수 자체에는 아무런 본질적 가치가 없다는 것, ‘좋은 것’을 추구하며 산다면 남들보다 ‘더 나은’ 것을 이루는 데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그걸 깨닫는 것이 ‘삼등주의’의 핵심입니다. _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중에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비교와 경쟁을 멈추지 않는 지금 사회에서 나답게 어른다워지는 게 무슨 소용일까? 그래 봤자 손해만 보는 건 아닐까? 이렇게 회의적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엄성우 교수는 ‘더 나은’ 것보다 중요한 건 ‘좋은 것’을 추구하는 삶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누구보다 더 똑똑하고, 좋은 직업을 갖고, 돈을 잘 버는 등 남들의 기준에서 볼 때 완벽에 가까워진다고 해서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다만, 계속해서 남의 시선을 신경 쓰고 그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를 갈아 넣느라 피폐해질 뿐이다. 나만의 기준을 세워 이에 맞는 가치를 채워 넣는 삶을 살 때에야 비로소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윤리적으로 살지 못하는 건 좋은 길과 나쁜 길을 몰라서가 아니라 좋은 삶을 실천할 의지가 부족할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길이 어떤 길인지 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무리 친숙한 덕목이라고 해도 그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그런 덕목을 기르고 발휘해 나갈 방향성을 잡기가 어려울 테니까요. 우선 목적지를 알아야 그곳으로 가는 길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_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중에서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어른이 되기 위한 길라잡이가 되어줄 다섯 가지 덕목으로 겸손, 감사, 효, 신뢰, 정직을 꼽는다. 그렇다고 해서 태어나게 해준 부모의 은혜를 갚아야 하니 응당 부도덕한 부모의 요청에도 성실히 응해주어야 한다거나, 사람 사이엔 신뢰가 중요하니 사람을 믿을 줄 알아야 한다고 뻔한 말로 훈계하지 않는다. 어떤 덕목을 반드시 지켜야만 하고, 무엇이 우선이라고 답을 제시하지 않고 질문을 던질 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더불어 가는 우리 삶에서 절대적으로 우선이 되는 덕목이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끝없이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방향으로 답을 고민해 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그 과정에서 무엇이 더 나은 가치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하고 복잡한 관계의 맥락 속에서 어떤 덕목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야말로 어른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윤리란 나다움과 인간다움을 이어주는 다리와도 같습니다. 나만의 고유한 개성을 잃지 않고도 타인을 향한 인간다운 태도를 완성하는 것. 그것이 윤리가 우리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_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중에서


책장을 덮고 나면 어른이 되어 있기를 꿈꾸며 책을 펼쳤지만, 애석하게도 어른이 되는 길은 그리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어른이란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하면 어른다운 어른이 될 수 있을지 이제는 안다. 착한 사람은 호구가 될 뿐이라고 비웃는 삭막한 사회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나 자신과 타인 사이에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진 어른이 될 준비가 되었다. 나이만 먹고 어른이 되지 못한 자신이 미워졌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한 길고도 외로운 여정에 좋은 길잡이이자 동료가 되어줄 테다.

[황예린의 Cool북!] ⑱ 더 이상 나이 헛먹기 싫다면, OO를 되새기자황예린 문화평론가·출판마케터·비평연대


wendy1995@naver.com

[저작권 ⓒ 더밸류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밸류뉴스' 구독하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광고성 정보 수신

제휴 콘텐츠, 프로모션, 이벤트 정보 등의 광고성 정보를 수신합니다.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5-07-01 08:04:37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더밸류뉴스 구독하기
버핏연구소 텔레그램
리그테이블∙실적랭킹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