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이후 최근 9개월 간 미 정치권 로비자금만 100만 달러(약 14억원)를 쓴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로비자금 100만 달러의 절반인 50만 달러는 MBK파트너스∙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이루어지던 지난해 10월 9일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직전 시점인 올해 1월 21일에 집중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 빈 웨버(Vin Weber)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최윤범 회장이 고용한 머큐리 퍼블릭 어페어스의 파트너인 것으로 밝혀졌다.
머큐리 퍼블릭 어페어스 홈페이지에 빈 웨버(Vin Weber) 전 공화당 의원이 파트너로 등재돼 있다. [자료=머큐리 퍼블릭 어페어스 홈페이지 캡처]
◆"고려아연 기술 유출 우려" 주장한 빈 웨버 전 의원, 알고 보니 로비업체 파트너
미국 로비활동공개(Lobbying Disclosure Act, LDA) 웹사이트에 따르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고용한 미국 로비 회사 머큐리 퍼블릭 어페어스(Mercury Public Affairs, LLC)는 지난해 2월 22일 고려아연을 처음으로 고객으로 등록했다. 이후 지난해 4월 10일, 7월 17일, 10월 9일, 올해 1월 21일에 각각 25만 달러(약 3억6,000만원)씩을 로비자금으로 지출했다.
특정 로비 이슈에는 ‘중요 광물, 재활용, 청정 에너지 보조금 관련 문제’라고만 적혀 있을 뿐, 해당 로비자금이 어떤 구체적인 이유로, 어느 정치인에게 사용됐는지에 대해서는 기재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중국 스파이로 의심되는 여성과의 불륜 의혹 당사자인 민주당 에릭 스왈웰 하원의원(캘리포니아주)이 미 광물 공급망을 이유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미 국무부에 보냈다. 고려아연의 미국 내 사업과는 관련이 없는 하원의원이 중국으로의 고려아연 기술 유출 가능성 등을 문제 제기한 것이다.
미국 로비활동 공개 웹사이트 내용 일부. [자료=로빙 디스클로저 홈페이지 화면 캡쳐]
◆빈 웨버 전 의원, 러시아 기관 대신해 우크라이나 의회 로비
또, 전 공화당 하원의원 빈 웨버(Vin Weber)는 최윤범 회장이 고용한 머큐리 퍼블릭 어페어스의 파트너로 등재돼 있다. 빈 웨버 전 하원의원은 미 정부 기관에 "MBK 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기술과 기밀 정보를 중국으로 유출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지난 2016년 8월 7일 빈 웨버 파트너가 이끄는 머큐리 퍼블릭 어페어스가 친 러시아 기관을 대신해 우크라이나 의회에 로비한 대가로 최소 70만 달러(약 10억원)를 받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그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왜곡된 잡음들이 미 정계 변방에서 나오면서 최윤범 회장의 대규모 미 정치권 로비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활동하는 대관 관계자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관련해 미국의 일부 정치인 및 로비스트들의 활동은 자발적으로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라 로비자금으로 은밀히 계획된 것”이라며 “최윤범 회장이 미-중 갈등을 빌미로 내용의 사실 여부보다는 어떤 주제이든 미국 보호 정책 관련 선전(프로파간다)용으로 둔갑시키면 일부 정치인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