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75주년을 맞은 한국 최초 증권사인 교보증권(구 대한증권)이 당면 리스크를 뚫고 중소형 증권사에서 톱 10 증권사로 점프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교보증권(대표이사 박봉권 이석기)은 지난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556억원, 당기순이익 133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144.6%, 121.7% 증가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석기 대표의 연임 불확실성, 노사갈등과 같은 리스크가 불거지며 향후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도전 등 장기 성장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업계에서는 교보증권의 현 경영진이 교체될 경우 그동안 이뤄온 성과와 미래 비전 달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 대표의 최종 제재 수위가 정해지는 오는 26일 금융위 정례회의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교보증권의 슬로건인 "From the First, Be the Best" 아래 최고(最古)에서 최고(最高)로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3분기 영업익 1556억...S&T부문 선전으로 수익 26%↑
교보증권이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556억원, 당기순이익 1330억원을 기록하며 중소형 증권사 중 돋보이는 성과를 거뒀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144.6%, 121.7% 증가한 실적으로 연간 기준 약 1886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이는 지난 2021년 역대 최고 실적인 1855억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실적 개선을 이끈 것은 이석기 대표가 총괄하는 S&T 부문이다. 채권 금리 하락과 파생상품 운용 성과에 힘입어 자기매매와 장내외파생상품업에서 98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특히 교보증권은 위험 관리를 강화하면서도 시장 상황에 맞는 적절한 투자 전략으로 전년동기대비 26.1%의 수익 증가를 이뤄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자기자본의 성장세다. 9월 말 기준 1조9729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2021년 1분기 대비 52%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한 후 IB 부문이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운용부문 실적이 개선된 결과로 풀이된다.
교보증권은 이러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오는 2029년까지 자기자본 3조원 달성을 목표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 인가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DT전략부를 신설하고 토큰증권, 마이데이터 등 디지털 혁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상위 증권사들에 비해 누적 실적이 낮아 10위권 내에는 들지 못했다.
◆종투사 목표에 '제동'...리더십 불안에 성장통 커진다
교보증권이 종투사를 넘어 초대형 IB 진입을 장기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실현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아 보인다. 9월 말 기준 자기자본 1조9729억원으로, 종투사 인가 기준인 3조원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교보증권은 오는 2029년까지 추가 순이익을 통한 잉여금 적립과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충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 직면한 리더십 불확실성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석기 대표의 연임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종투사 전환 등 장기 전략 수립에 차질이 우려된다. 지난 5월 실시한 랩·신탁 판매 실태 점검에서 부당 행위가 드러나 이 대표는 문책경고를, 교보증권은 3~6개월 영업정지를 사전통보 받았다.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이 대표에 '주의적 경고'로 수위를 한 단계 낮췄으나 최종 제재 수위는 오는 26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문책경고로 결정될 경우 향후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돼 연임이 불가능해진다.
이 대표는 지난 1993년 교보생명에 입사한 재무 전문가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다. 2021년 교보증권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자기자본을 52% 늘리고 S&T 부문 실적을 크게 개선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왔다. 오는 2025년 하반기로 예정된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 작업에서도 그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 갈등도 리더십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 5월 교보증권 노동조합은 임금 체불 문제를 제기하며 이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후 지점 통폐합 및 구조조정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면서 노사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었다. 노조는 이 대표를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하기도 했으나, 회사 측은 이를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교보증권의 현 경영진이 교체될 경우 종투사 도전과 디지털 혁신 등 주요 전략의 연속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IB 부문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리더십 공백은 수익 다각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의 최종 제재 결정과 노사 갈등 해결 여부가 교보증권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고(最古)에서 최高로, '디지털 전환' 가속...AI·토큰증권으로 새 성장동력 모색
지난 1949년 11월 대한증권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최초의 증권사로 출발한 교보증권은 1994년 교보생명에 인수된 후 30년간 중견 증권사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From the First, Be the Best"라는 슬로건 아래 고객중심, 정직과 성실, 도전과 창의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신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DT전략부를 신설해 토큰증권과 마이데이터 사업을 강화하고 'AI 퇴직연금 서비스'를 개발해 테스트베드를 통과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벤처캐피탈 사업부와 디지털자산비즈파트를 신설해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ESG 경영 강화도 눈에 띈다.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을 획득했고, 3년 연속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KRCA 우수 보고서로 선정되는 등 사회적 책임 이행에도 힘쓰고 있다. 리스크심사본부를 신설해 투자심사 업무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부동산금융 익스포져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교보증권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지난해 부동산 PF 리스크, 올해 CFD 거래 리스크 등 크고 작은 위기를 극복해왔다. 최근에는 랩·신탁 불건전 운용 문제와 지점 통폐합을 둘러싼 노사 갈등 속에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에 업계는 "디지털 혁신과 신사업 발굴, 리스크 관리 강화 등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내부 결속력을 다지는 것이 교보증권의 당면 과제"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가 향후 도약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