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확장되는 LG전자의 공감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
'공감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으로 AI 시장의 차별화를 선언했던 LG전자(대표이사 조주완)가 한 단계 더 진화한 비전을 제시한다.
LG전자는 지난 CES 2024에서 기술 중심의 인공지능(AI)을 '고객을 더 배려하고 공감하는 지능'으로 재정의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CES 2025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이 개념을 제품과 서비스 전반에 구현한 청사진을 공개할 예정이다.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고객의 일상 속 모든 경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확장하는 미래 비전의 실체를 보여주겠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고객 중심의 혁신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어진다. LG전자는 14억 인구의 거대 시장 인도에서 현지 법인의 IPO를 추진하는 한편,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태국과 대만 등으로 구독 서비스를 확대하며 아시아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시장 확대를 넘어 고객의 삶에 밀착된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서의 비전을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최근 10년 LG전자 실적과 주요 연혁. [이미지=더밸류뉴스]
◆B2B·구독 성장에 웃었다...3Q 매출 22조 돌파
LG전자는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22조1764억 원, 영업이익7519억 원을 기록하며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요 회복 지연이라는 도전적인 환경 속에서 4분기 연속 전년동기대비 매출 성장을 이어갔다는 점이다.
LG전자 최근 분기별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생활가전사업본부(H&A)는 3분기 매출액 8조3376억원, 영업이익 527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각각 11.7%, 5.5% 증가했다. 이는 B2B 냉난방공조(HVAC) 사업과 가전구독 사업의 고속 성장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TV사업을 주축으로 하는 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HE)는 매출액 3조7473억원, 영업이익 494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올레드 TV의 유럽 시장 출하량 증가와 webOS 콘텐츠/서비스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실적을 견인했다. LCD 패널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높은 플랫폼 사업을 통해 수익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스태티스타(statista) 리포트에 따르면 LG전자의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21년 18.5%로 정점을 찍은 후 2022년 16.7%, 지난해 16.6%로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 매출액 역시 지난 2021년 672.5억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633.1억달러로 감소했다.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TV 시장의 성숙화, 중국 업체들의 시장 진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LG전자의 최근 7년간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 [자료=statista]
다만 해상운임 상승과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비용 증가는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특히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분쟁과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 발표 이후 급증한 물류비는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LG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운영 효율화를 통해 이러한 도전 요인들을 상당 부분 극복하고 있다.
◆'차이나 리스크' 대안은 인도...14억 인구가 블루오션, IPO 추진 이유
LG전자가 인도를 글로벌 확장의 핵심 거점으로 선택한 배경에는 면밀한 전략적 계산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인도법인의 기업공개(IPO)를 위해 인도 증권거래위원회에 예비심사 서류를 제출했으며, 이를 통해 약 18억달러(약 2조6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심화되고 선진국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든 상황에서, 14억 인구를 보유한 인도는 LG전자에게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패권 경쟁 속에서 제3의 대안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통한 제조업 육성과 외국인 투자 지원 등 우호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인도의 가전제품 보급률이 아직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냉장고 38%, 세탁기 17%, 에어컨 8%에 불과한 보급률은 향후 성장 잠재력을 보여준다. LG전자는 이미 27년간 인도 시장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생산 사업구조를 구축하고 있다.LG전자 최근 15년간 글로벌 매출 총액 추이. [자료=statista]구독 서비스의 글로벌 확장도 가속화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시작한 'LG 렌트업' 서비스는 태국과 대만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연내 인도까지 서비스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더 나아가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 진출도 적극 검토 중이다.
이러한 글로벌 시장 공략 가속화의 배경에는 국내 시장의 성장 한계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난 2021년 이후 전체 매출 감소세는 새로운 성장 동력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가전제품의 경우, 선진국 시장이 교체 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신흥국에서의 성장 기회 발굴이 중요해졌다.
에듀테크 시장 공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인도 오디샤주의 공립 고등학교 2900여 곳에 전자칠판 1만여 대를 공급하는 등 디지털 교육 인프라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이는 약 10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인도 교육 시장의 선점을 위한 전략적 투자이자, B2B 사업 강화를 통한 수익 구조 다변화의 일환이다. 인도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교육 분야 투자 확대 기조는 LG전자의 에듀테크 사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감지능' 스마트 솔루션 기업 도약...테네시 생산 기지 확대로 트럼프發 관세 뚫는다
LG전자는 각 사업부문별로 차별화된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H&A사업본부는 가전구독과 B2B 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으며, HE사업본부는 webOS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와 서비스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VS사업본부는 전기차 부품 사업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BS사업본부는 게이밍 모니터와 LED 사이니지 등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 품목별 및 국내·해외 매출액. [이미지=더밸류뉴스]
신사업 분야에서는 전기차 충전, 로봇, 메타버스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베어로보틱스에 대한 8000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는 상업용 로봇 사업 고도화를 위한 의미 있는 행보다. 조주완 대표는 "LG전자의 상업용 로봇 사업은 주로 배송과 물류 등 서비스 영역에 집중하고 있으며 지분투자나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열어두고 발전 방향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메타와의 XR 사업 협력을 통해 미래 가상현실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도 착실히 진행 중이다.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인 2018년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첫 120만대까지 20%, 추가 물량에 대해서는 50%의 관세를 부과했다.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모든 수입품에 최대 2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상황이다. 이에 LG전자는 이미 미국 테네시주에 구축한 세탁기 생산시설을 활용해 대응하고 있으며 해당 공장에서 냉장고와 TV 생산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2018년 세이프가드 때도 LG전자의 시장점유율이 큰 영향을 받지 않았던 점을 들어 현지 생산 체제 강화를 통해 관세 리스크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조주완 LG전자 대표가 지난 1월 LG월드프리미어에서 '고객의 미래를 재정의하다'란 주제로 고객경험 관점에서 AI를 재정의하고 있다. [사진=LG전자]LG전자는 이러한 전방위적 혁신을 '공감지능'이라는 키워드로 통합하고 있다. 내년 1월 CES에서 선보일 예정인 진화된 공감지능은 단순한 AI 기술 혁신을 넘어 고객의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퓨론(FURON)이라는 생성형 AI 에이전트와 씽큐 온(ThinQ ON) AI홈 허브를 통해 구현될 스마트홈 솔루션은 LG전자가 그리는 미래 비전의 구체적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오는 2030년까지 R&D에 25조원, 설비투자에 17조원, 전략투자에 7조원 등 총 50조 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은 이러한 비전을 뒷받침한다. 미중 무역갈등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별 생산거점 최적화와 공급망 다변화에도 상당 부분의 투자가 이뤄질 방침이다. LG전자는 이를 통해 전통적인 가전 제조업체를 넘어 고객의 삶 전반에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