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광약품(대표이사 이우현)이 한미약품 통합 무산의 여파를 딛고 실적 반등과 신약 개발에서 가시적 성과를 보이며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이우현 대표는 화학·첨단소재 대신 제약·바이오를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전면에 내세우며, 조 단위 규모의 미국 제약사 투자 컨소시엄 구성을 검토 중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제약사로의 즉각적인 도약은 무산됐지만, 오히려 경영권 분쟁 리스크를 피하고 체질 개선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은 장기적으로 이득"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제약·바이오 분야에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파이프라인 선택과 집중 △재무구조 개선 지속 △R&D 비용의 전략적 조정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추가 기회 포착 등의 과제 해결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OCI그룹의 지배구조와 현황. 단위 %. 2024년. 6월.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상반기 흑자전환 실적 개선 '눈길'...2Q 영업이익 영업익 529%↑
부광약품은 2024년 2분기 별도기준 매출액 367억원, 영업이익 23억원을 기록하며 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상반기 전체 실적은 매출액 707억원, 영업이익 4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12%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529% 급증했다. 이는 효율화에 초점을 둔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체질개선 노력이 가시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부광약품의 최근 연결기준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주목할 만한 점은 재무건전성 지표의 획기적 개선이다. 매출채권은 전년말대비 39% 감소한 215억원으로 줄었고, 매출채권회수기일도 101일에서 68일로 대폭 단축됐다. 유통재고 역시 141억원이나 감소해 269억원에서 128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부광약품이 단기간에 공격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냈음을 보여준다.
부광약품은 유통마진 조절과 50여개 비핵심 품목 정리로 수익성을 제고하고 생산·재고 최적화로 원가를 압박했다. 특히 거래처 23%를 과감히 퇴출하며 우량 거래선 중심으로 재편, 핵심 제품 공급 안정화에 주력했다. 회사는 오는 22일 기업설명회에서 R&D 비용 90억원을 배제한 실질적 재무건전성을 부각하며 투자자 신뢰 회복에 나설 계획이다.부광약품의 최근 연결기준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콘테라파마와 프로텍트 테라퓨틱스 등 R&D 자회사들의 90억원에 달하는 연구개발비로 연구개발(R&D) 계열사를 포함한 연결기준 실적은 여전히 적자 상태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손실은 각각 368억원, 26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신약 개발 의지에 반하는 R&D 투자의 효율성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다.
◆'라투다'로 중추신경계 질환치료 시장 공략...대표 직속 CNS 사업본부도 신설
신약 개발의 성과도 나고 있다. 부광약품은 지난 8월 초 CNS(Central Nervous System, 중추신경계 질환치료법 개발, 생산, 판매 전반) 신약 '라투다'를 출시하며 4분기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라투다는 미국에서 연간 1조9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검증된 약물로, 부광약품은 하반기 20억원, 다음해 130억원, 오는 2026년 16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부광약품의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라투다' [사진=부광약품]
라투다의 강점은 기존 약물 대비 현저히 낮은 부작용이다. 체중 증가, 고혈당증 등 대사 관련 부작용이 적어 처방 장벽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라투다는 기존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보다 여성 생리불순, 고혈당증, 체중 증가 등의 대사계열 부작용이 적다는 점에서 낮은 처방 진입장벽으로 빠른 시장 점유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국내 조현병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2400억원 수준인 만큼, 전문가들은 라투다가 흥행을 거둘 경우 부광약품의 1개 분기 이상의 매출액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광약품은 기존 '잘레딥'의 신규 처방 증가와 라투다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대표이사 직속 CNS 사업본부를 신설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라투다는 단순한 매출 기여를 넘어 부광약품의 CNS 분야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파킨슨병 치료제 'JM-010', 전립선암 신약 'SOL-804' 등 현재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우현 대표, "위기가 기회"...제약·바이오 성장 위해 글로벌 투자 단행한다
한미약품과의 통합 무산은 이우현 대표에게 위기이자 기회였다.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 기회를 놓쳤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영권 분쟁 리스크를 피하고 부광약품의 새로운 기회 모색과 자체 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수 있었다.
OCI그룹 오너 가계도와 지분현황. 2024. 6. 단위 %.
그러나 통합 무산으로 인한 지주사 OCI홀딩스의 주가하락, 시장의 신뢰도 저하, 자원 손실 등 타격이 있었기 때문에 향후 이우현 대표의 의사 결정에 낮은 지분율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의 OCI홀딩스 지분(6.55%)은 두 숙부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7.41%)과 이복영 SGC그룹 회장(7.37%)에 비해 낮다. 이는 그룹 내 입지 강화를 위해서는 부광약품을 통한 제약·바이오 사업 성공이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이우현 대표는 미국 제약사 인수를 위한 조 단위 투자 컨소시엄 구성을 검토 중이다. 이는 한미약품 통합 실패의 교훈을 발판으로 더 큰 그림을 그리는 행보로 해석된다.
부광약품의 미래 전략은 명확하다. CNS 사업 강매, 신약 개발 가속화,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특히 CNS 제품군을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 재편이 눈에 띈다. 동시에 R&D 효율성 제고를 위해 파이프라인의 선택과 집중을 진행 중이다.
이우현 대표의 지난 6개월간의 행보는 '실용주의적 혁신'으로 요약된다.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한편,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부광약품은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전환하고 있다. 단기 실적 개선과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향후 라투다의 시장 안착, 핵심 파이프라인의 개발 진전, 미국 제약사 인수 성사 여부가 이우현 대표의 리더십과 부광약품의 미래를 가늠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이우현 대표의 과감한 결단과 실행력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