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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 고려아연 공개매수 오늘(14일) 마감... 누가 이겨도 '상처 뿐인 승리'

- 영풍∙MBK 승리하면 '최윤범 회장 경영 배제' 불가피... 최윤범 회장측 승리하면 재무 부담∙사법리스크↑

- 양측 모두 과반 미달하면 분쟁 장기화할 듯...국민연금·소액주주가 대세 가를 수도

  • 기사등록 2024-10-14 16:2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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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박수연 기자]

14일 한국 재계를 뒤흔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날이 밝았다.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가 이날 종료되면, 75년간 이어온 두 가문의 동업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이번 경영권 분쟁은 단순한 기업 소유권 다툼을 넘어 한국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 철학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사건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개매수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재계와 금융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풍∙MBK 연합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의 치열한 경쟁은 주주들의 선택에 달려있지만, 이번 결과는 한국 산업 생태계에 많은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누가 이겨도 '상처 뿐인 승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영풍∙MBK, 고려아연 공개매수 오늘(14일) 마감... 누가 이겨도 \ 상처 뿐인 승리\ 영풍그룹 지배구조와 현황. 단위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영풍∙MBK 승리하면 '최윤범 회장 경영 배제' 불가피 


영풍∙MBK 연합이 목표한 14.61%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장악할 경우 고려아연은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이들이 공개매수로 발행한 주식수의 7%가량만 확보해도 과반을 넘는다. 그렇게 되면 연합 측은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통해 이사진을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고려아연 정관은 이사 수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 최소 5명 이상의 신규 이사를 선임해 이사회 주도권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이 경우 최윤범 회장 경영 배제는 불가피해 보인다. 최윤범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에서 해임되고 경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임직원 구조조정은 없고 트로이카 드라이브 등 신사업도 기존대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MBK측은 고려아연에 부담을 주는 배당금을 당장 늘리지도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MBK측은 "고려아연 성장을 이끌어온 임직원 분들의 노고와 신사업 성장 전략에 대한 방향성을 존중한다. 최윤범 회장에 대해 제기된 의혹과 문제점은 고려아연 이사회의 다른 구성원이나 경영진, 임직원 분들이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것과는 별개 사안이다. 직원 고용도 종전과 같이 유지되고 앞으로도 지역 사회의 고용 창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영풍∙MBK, 고려아연 공개매수 오늘(14일) 마감... 누가 이겨도 \ 상처 뿐인 승리\ 영풍그룹 장씨 오너 가계도와 지분 현황. [자료=더밸류뉴스]

영풍∙MBK 연합의 승리는 한국 재계에 새 선례를 남기게 된다. 사모펀드와 기존 주주 연합이 대기업 경영권을 확보한 첫 사례이며 이는 향후 다른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최윤범 회장 경영권 방어 성공하면 재무부담·사법 리스크↑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할 경우, 단기적으로 현 경영진의 입지가 강화된다. 그러나 이 승리는 '상처뿐인 영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고 공개매수로 사들이는 자사주는 소각될 예정이어서 실질적인 우호지분 증가 효과는 없다. 대규모 자금을 동원한 자사주 매입으로 인해 회사의 재무구조 또한 크게 악화될 수 있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투입금으로 밝힌 3조6852억원은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크게 초과하는 금액이다. 이는 회사 외부의 대규모 차입으로 인해 부채비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이자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오는 2030년 부채비율이 244.7%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영풍∙MBK, 고려아연 공개매수 오늘(14일) 마감... 누가 이겨도 \ 상처 뿐인 승리\ 고려아연 최씨 오너 가계도와 지분 현황.  2024. 10. [자료=더밸류뉴스] 


또 자사주 매입에 따른 대규모 현금 유출은 회사의 신사업 투자와 성장 동력 확보에 걸림돌이 된다. 고려아연이 추진하던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사업, 신재생에너지 등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의 실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장기적으로 회사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법적 리스크도 간과할 수 없다.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이 배임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만약 법원이 이를 인정할 경우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회사 경영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김용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려아연이 주주총회에서 자원사업이나 해외에 투자하기로 약속하고 오랜 기간 쌓아온 임의적립금을 주총도 거치지 않고 이사회에서 자사주 취득을 하겠다는 것은 회사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이번 사태로 인해 고려아연의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크게 훼손될 수 있다. 소수 지분으로 거대 기업을 지배하는 한국 재벌의 전형적인 모습이 재현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며, 이는 향후 주주들의 권리 행사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최윤범 회장 측의 승리는 표면적으로는 현 경영진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지만, 회사의 재무적 부담과 법적 리스크, 그리고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불신 등 많은 과제를 남기게 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경영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양측 모두 과반 지분 미달할 수도... 분쟁 장기화 우려


영풍∙MBK 연합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 모두 과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은 가장 복잡하고 불확실한 시나리오다. 이 경우 고려아연은 장기간의 경영 불안정과 지배구조 혼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오는 23일 고려아연 공개매수 마감까지 양측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영풍∙MBK 연합은 추가 매수에 나설 것이고, 고려아연 측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경영권 방어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양측의 공방도 격화될 전망이다.

경영권 분쟁은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 가서야 일단락된다. 양측은 임시 주주총회 소집, 의결권 확보 경쟁, 위임장 대결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역할도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법적 공방도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양측은 이미 상호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인데, 과반 지분 확보에 실패한 상황에서는 이러한 법적 다툼이 더욱 복잡해지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회사의 경영 안정성과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경영권 불확실성으로 인해 주요 의사결정과 투자가 지연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 특히 신사업 투자나 대규모 설비 투자 등 중요한 전략적 결정들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 고려아연의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영풍∙MBK, 고려아연 공개매수 오늘(14일) 마감... 누가 이겨도 \ 상처 뿐인 승리\ 영풍-MBK,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종료일인 14일 지난 3개월 주가 변동 추이. [자료=네이버 주식]

이러한 상황에서 고려아연의 주가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권 불확실성과 실적 악화 우려로 인한 주가 낙폭은 주주들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


양측 모두 과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은 고려아연에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영풍-MBK 연합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영풍-MBK 연합이 확보한 주식은 의결권 있는 우호지분으로 계산되는 반면, 고려아연이 매입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어 실질적인 지분 경쟁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양측의 딜(deal)이 요구된다. 제3자의 중재나 정부 차원의 개입도 고려해볼 수 있는 옵션이다.  


ynsooyn@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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