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회장 김승연)이 최근 인사와 구조조정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7개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를 단행하며 세대교체와 경영쇄신을 꾀했다. 특히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임팩트 투자부문 대표까지 맡게 되면서 신성장 동력 발굴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인적분할을 통해 방산·우주항공 부문에 집중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다만 주력 사업인 태양광 부문의 실적 부진과 한화솔루션의 재무 악화가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사상 첫 연간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영구채 발행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김승연 회장은 추석 연휴에 인사 단행 이후의 사업 구상에 집중할 전망이어서 그룹 차원의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실적 개선과 경영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화, '재계 7위' 100조 클럽 입성...지주사 전년비 12개 증가
한화그룹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이하 대기업집단)에서 지난해와 동일하게 7위를 유지했다. 특히 대우조선한양(현 한화오션) 인수 효과와 주요 계열사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공정자산 '100조 클럽' 에 입성했다(112조9000억원).
지주사는 ㈜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한화엔진(이상 상장사), 한화토탈에너지스,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 한화비전(이상 비상장사) 등 108개로 전년비 12개 증가했다.
한화그룹의 향후 실적은 태양광 부문 셀·모듈(업스트림) 시장 내 중국발 과잉생산 및 과잉재고 문제로 실적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 주요 계열사인 한화솔루션이 태양광 셀·모듈의 미국 내 제조기반 확충을 위해 최근 대규모 투자를 진행중인 상황에서 글로벌 셀·모듈 과잉공급 상황이 조성돼 투자리스크를 증가시킨다는 이유다.
다만 방산·조선 부문이 그룹의 실적을 보완할 전망이다. 방산부문은 군수사업과 민수사업의 수주잔고가 모두 크게 증가한 상황으로 중단기 사업실적은 안정적일 전망이다. 조선부문도 2020년 4분기 이후 해상물동량 증가, 친환경선박 수요 증가 등으로 조선업 발주환경이 개선되면서 신규수주가 크게 증가했다.
건설부문은 국내사업의 경우 주택 및 분양 경기의 위축과 건설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 증가 등으로 당분간 침체될 예정이다. 다만 해외공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라크 비스마야(Bismayah) 프로젝트는 관련 리스크가 과거 대비 완화됐다. 특히 국내건설 관련 PF보증이 우발채무로서 존재하나 그 규모가 크지 않은 수준이다.
방산 부문은 그룹 내 안정적인 이익을 기반으로 매출 성장에 기여 중이며 주로 군수 부문과 민수용 항공 부문이 견인하고 있다. 이익 창출의 경우에는 군수 부문을 주축으로 한화비전(舊 한화테크윈)을 통한 시큐리티(CCTV) 부문이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인적 분할 통해 효율화 ↑...종합 방산기업 도약
한화그룹의 방산·우주항공 부문 핵심 성장 동력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인적분할을 통해 항공기 엔진, 자주포, 장갑차, 우주발사체, 위성시스템 등에 집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
이로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력 사업인 방위·항공 분야 사업에 집중하고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는 독자 경영 체제를 구축해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인적 분할을 통해 인더스트리얼솔루션 사업을 담당하는 신설 법인인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가칭) 지주를 설립했다. 신설 법인은 인공지능(AI)·보안솔루션 사업을 하는 한화비전과 차세대 반도체 전·후 공정 장비 사업을 하는 한화정밀기계를 100% 자회사로 두게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신설 지주회사의 분할 비율은 9대 1이며, 인적 분할 후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지분을 각각 33.95% 보유하게 된다.
신설 지주회사는 한화비전의 견조한 현금흐름에 기반해 한화정밀기계 사업을 고성장 반도체 장비사업 영역으로 확장시킬 예정이다. 한화그룹 측은 이번 인적 분할을 통해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3사 중심의 방산 기업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루마니아, 폴란드 등에서 대규모 수주 성과를 연달아 이뤄냈고 차세대 KF-21 최초양산 착수와 함께 차세대 우주 발사체 주관 제작사로 선정되는 등 방산과 항공우주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한국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 했다"며 "글로벌 초일류 방산기업으로 도약하고, 혁신기술을 기반으로 항공우주 및 뉴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오는 10월 22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한화시스템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김동관 부회장 중심 경영 체제 본격화…방산·조선·수소로 성장동력 재정비
한화그룹의 미래 전략이 김동관 부회장을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에너지화학 중심이던 그룹 비전이 방산, 조선, 수소 등 첨단 산업 분야로 빠르게 전환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단행된 7개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에서도 뚜렷하게 보인다. 김희철 전 한화에너지 대표가 한화오션의 신임 대표로, 손재일 대표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수장으로 각각 선임됐으며, 이재규 전 기획실장이 한화에너지의 새로운 대표로 내정됐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임팩트 투자부문 대표이사로 내정된 것이다. 이는 그룹의 미래 혁신 기술과 신성장 동력 발굴에 김 부회장이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번 인사는 김동관 부회장을 주축으로 한 세대교체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부회장이 밀고 있는 주력 사업은 제조업 중심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임팩트, 한화시스템 등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매출 9조3590억, 691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그룹 내 최고 수익성을 자랑하는 핵심 계열사로 자리 잡았다. 그외 주요 계열사 매출은 한화오션 7조4083억, 한화에너지 4조7111억원, 한화임팩트 2조7591억원, 한화시스템 2조4531억원 순으로 전체 매출의 24%를 차지한다.
이번 대규모 인사를 통해 한화그룹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우수 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영진이 한화그룹의 미래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