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의 글로벌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표 기업 LG생활건강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적극적인 M&A 전략을 통해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일본 '비바웨이브' 지분 75% 인수와 미국 '더크램샵' 지분 확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주력 부문의 매출 감소와 중국 시장 의존도 등 여러 과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유일한 효자 기업인 '더크램샵'을 둘러싼 법적 공방은 LG생활건강의 글로벌 전략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주력 부문(화장품•HDB•음료) 모두 매출 감소… 화장품과 HDB는 영업이익 증가
LG생활건강은 지난 2분기 매출 1조7597억원, 영업이익 158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66% 감소, 영업이익은 0.44% 증가했다. 국내, 중국, 북미의 디지털 역량 강화가 성과로 나타나고 있고 북미 사업 턴어라운드가 가시화됐다.
LG생활건강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화장품, HDB(생활용품), 음료 모두 매출이 감소했으나 화장품과 HDB의 영업이익은 늘었다. 화장품 부문은 매출 7596억원, 영업이익 7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2.7% 감소, 영업이익 4% 증가했다. 온라인에서 ‘더후’ 매출이 증가했고 중국 시장 성장이 지속됐다. 마케팅 투자 확대로 비용 부담이 커졌지만 해외 구조조정 효과가 반영되며 영업이익 성을 견인했다. 업황 둔화와 높은 기저로 면세 매출은 하락했지만 국내 온라인과 헬스앤뷰티 채널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HDB 부문은 매출 5215억원, 영업이익 3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4.5% 감소, 영업이익 22.8% 증가했다. 피지오겔, 닥터그루트, 유시몰 등 주요 프리미엄 브랜드 매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해외 구조조정 효과가 반영되며 영업이익이 늘었다.
음료 부문은 매출 4786억원, 영업이익 5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5%, 13.9% 감소했다. 코카콜라 제로, 몬스터에너지, 파워에이드 등 주요 제품군은 지속적으로 성장했지만 내수 경기 부진과 비우호적인 날씨 때문에 음료 소비가 줄어 전체 매출이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음료시장 내 경쟁 심화로 인해 하락했다.
◆성과는 아직 중국에 있다… 일본, 북미 시장 '달리다굼'
전 세계에 K-뷰티 열풍이 불며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수출 호조를 누리고 있으나 LG생활건강은 아직 이 열풍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중국 시장 부진으로 실적 하락을 겪은 LG생활건강은 비중국 시장에 집중하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타겟으로 삼았던 일본, 북미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얻지 못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4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4년도 상반기 및 2분기 중소기업 수출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334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06% 증가했고 이 중 대기업은 2209억달러로 13.22% 증가, 중소기업은 571억달러로 4.39% 증가했다. 특히 일본과 북미에서 인디브랜드들이 인기를 얻으며 수출 호조를 견인했다. 일본에서는 브이티코스메틱의 ‘리들샷’이 인기를 얻으며 브이티의 2분기 매출 47.1%, 영업이익 126.5% 상승했다. 북미에서는 마녀공장이 인기를 얻으며 매출 52%, 영업이익 84% 증가했다.
LG생활건강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 분포도. [자료=더밸류뉴스]
하지만 LG생활건강은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 1조3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7% 증가했고 지역별로 중국 4152억, 북미 2531억, 일본 1872억원을 기록하며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세 지역 중 중국만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LG생활건강은 ‘더후’라는 브랜드를 통해 중국에서 수혜를 얻었다. 그러나 지난 6월 열린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행사 '618 쇼핑 축제' 기간 동안 더후가 브랜드 매출 상위 10위권에 들지 못하는 등 중국 내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LG생활건강이 계속 중국에 의존한다면 실적 회복이 더딜 것으로 전망된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9월 일본에서 인기 많은 국내 색조 브랜드 힌스를 인수하고 북미에서 빌리프와 더페이스샵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비중국 시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2022년 미국 화장품 회사 더크램샵을 인수해 북미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북미 유일한 효자 기업 ‘더크렘샵’, 주주와 콜옵션 법적 공방 판결 관심 집중
북미 사업 중 유일하게 고공행진하고 있는 '더크렘샵'이 법적공방에 휩싸이며 LG생활건강이 더크렘샵의 온전한 오너가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현재 '더크렘샵'의 주주와 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일 김선나, 김인실이 풋옵션 행사 유효 확인 청구를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제기한 것이다.
더크램샵 아이셰도우 팔레트. [사진=LG생활건강]
지난 2022년 4월 LG생활건강은 더크렘샵 지분 65%를 1억2000만달러에 인수했다. 계약에는 기존 주주의 잔여 지분에 대한 풋옵션과 콜옵션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김선나, 김인실은 더크렘샵의 지분 35%를 가지고 있다. 또 콜옵션이나 풋옵션 행사 시 다음해에 지분을 LG생활건강에 넘기는 내용도 있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11월 콜옵션을 행사해 두 주주의 지분 전체를 6680만달러에 매입하기로 했으나 주주들이 이를 거부했다. 이로 인해 LG생활건강이 ICC에 콜옵션 행사 유효성 확인 청구를 내며 갈등이 시작됐다.
그러다 지난 2일 김선나, 김인실이 풋옵션을 행사하기 위해 ICC에 중재를 요청하며 1억3000만달러를 제시했다. 이는 LG생활건강이 처음 더크램샵을 인수할 당시 가격과 비슷하다. LG생활건강은 더크램샵의 가치를 2022년과 똑같이 책정해 65%가 1억2000만원이었으니 35%는 그의 절반 정도인 6680만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주주는 더크램샵의 가치가 이전보다 상승했다고 판단해 인수 당시와 비슷한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ICC 중재 판결은 다음해 상반기쯤 나올 예정이다.
이로 인해 LG생활건강이 더크램샵을 100% 인수하는 과정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더크램샵은 LG생활건강의 북미 사업 중 유일하게 호실적을 내는 사업으로 이번 일로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더크렘샵 매출은 2021년 470억원에서 2022년 700억원, 지난해 1365억원으로 올랐다. 덩달아 LG생활건강의 북미 매출도 지난해 6413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