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출범한 장인화 호(號)가 100일을 맞았다. 포스코그룹은 장인화 회장 취임 이후 △현장 경영을 통한 소통 강화 △임원 대상 주식보상제 폐지 및 연봉 삭감 △'7대 미래혁신 과제' 추진 등 조직 쇄신과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해 왔다. 특히 본업인 철강과 신사업 이차전지소재의 성장을 골자로 한 '7대 미래혁신 과제'에만 올해 10조8000억원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어서, 글로벌 경기부진이 지속되는 상황 속 혁신 행보가 위기 극복과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스코 철강, 중국 저가 공세에 '휘청'... AI 결합 경쟁력 높인다
포스코그룹(이하, 포스코)이 본업인 철강사업 회복을 위한 투자를 본격화한다. 포스코는 최근 2년간 수익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과잉 생산된 철강 재고를 해외에 덤핑(정상가 이하로 수입) 공세로 밀어낸 것이 주요 원인이다. 여기에 최근 일본마저 엔저 현상을 등에 업고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국내 철강 기업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진 상황이다.
포스코홀딩스 최근 10개 분기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연결기준 매출액 18조520억원, 영업이익 583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동기대비 각 6.9%, 17.3% 감소한 실적이다. 그러나 2분기 실적은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며 매출액 18조8138억원, 영업이익은 7093억원으로 전분기대비 4%, 17.8%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포스코는 지난달 수소환원제철 사업 본격화를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 하이렉스추진TF와 전기로사업추진TF를 정규 조직으로 격상시켰다. 이 과정에서 신철강엔지니어링그룹을 신설해 각각 하이렉스 기술, 전기로 건설, 인프라 투자를 맡게 했다. 하이렉스는 수소 25%를 활용한 포스코형 수소환원제철 기술이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에 6000억원을 투자해 연 250만톤 규모의 전기로를 건설 중이며, 2030년 수소환원제철 기술 상용화, 2050년까지 모든 설비의 하이렉스 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인텔리전트 팩토리를 통해 저탄소 제품도 조기 출시할 방침이다. 그간 포스코는 '탄소 다배출기업'이라는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기준 7018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국내 온실가스 주요 배출 기업으로 꼽혔다. 오는 2026년까지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세 적용 등 글로벌 친환경 규제에 부응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포스코는 전기로 활용 고급강 생산 기술을 확보해 저탄소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단계별로 확대하며 탄소 무역장벽을 허물 계획이다.
◆'위기는 기회' 전기차 캐즘에도 이차전지 소재 이어가..."원가 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것"
철강과 함께 포스코그룹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이차전지소재 사업은 올해 전기차 배터리 풀 밸류체인이 본격 가동되는 첫해를 맞이한다. 리튬, 니켈 등 원료부터 중간재인 전구체, 양극재 및 음극재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면서 탄탄한 성장동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시장 정체) 국면에 돌입하면서 그 효과가 미진할 것이라는 우려도 잇따르는 중이다.
이차전지 밸류체인과 포스코 계열사. [자료=더밸류뉴스]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이차전지소재 사업에 철강 부문 투자액보다 1000억원 더 많은 4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앞서 장인화 회장은 지난 3월 취임식 기자회견에서 이차전지소재 사업을 본업인 철강과 함께 포스코의 '쌍두마차'로 표현하면서 침체기에 빠진 두 사업 모두 챙기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또 캐즘 현상에 놓인 이차전지소재 사업에 대해 "위기는 기회"라며 '일보후퇴' 대신 리튬 등의 우량자원 확보에 주력해 원가를 낮추는 등 '내실 다지기'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완성차 업체들의 잇따른 추가 감산 결정으로 포스코 역시 계획 수정이 불가피했던 모양세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달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을 통해 2026년 기준 리튬 생산량을 기존 16.6만톤에서 9.6만톤으로, 니켈 생산량은 7.3만톤에서 4.8만톤으로 수정 제시했다. 또 양극재와 음극재는 각각 39.5만톤, 11.4만톤으로 눈높이를 낮추면서 수익성 확보를 위한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의 실리콘음극재 공장 전경. [사진=포스코그룹]
눈높이는 낮아졌지만 긍정적인 점도 여전히 존재한다. 포스코홀딩스는 실리콘 음극재 등 고부가 제품에 집중해 수익성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7월 실리콘 음극재 전문 기업 '테라테크노스'를 인수하며 실리콘 음극재 사업에 돌입했다. 지난달에는 포항 영일만산업단지에 연산 550t 규모의 실리콘 음극재 공장을 준공했으며, 오는 2030년까지 연산 2만5000t의 생산능력 구축을 목표하고 있다.
◆3년 내 유망 선도기업 인수합병 계획...'M&A 큰손' 선례 기대감↑
포스코의 위기는 '철강맨'으로 불리는 장인화 신임 회장이 포스코그룹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하게 된 주된 배경이기도 하다. 1988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으로 시작한 장 회장은 30여년간 포스코그룹에서 신사업실장, 기술투자본부장, 철강생산본부장 등을 역임한 철강업계 최고 전문가다. 2018년에는 포스코 철강부문장으로서 제철소 스마트팩토리 체계 구축을 주도하는 등 철강사업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한 인물로 알려졌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포스코그룹]
장 회장은 오랜 기간 동안 쌓은 경영 감각을 바탕으로 돌파구를 찾아냈다. 기존의 포스코 스마트 팩토리를 AI가 결합된 '인텔리전트 팩토리'로 한단계 업그레이드해 생산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대규모 설비 투자와 개수를 통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고 매년 1조원 이상의 원가를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철강 부문에만 4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포스코는 지난 2월부터 포항제철소 4고로 개수에 돌입하는 등 생산체제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도 집중하고 있다. 장인화 회장은 '7대 미래혁신 과제'를 발표하며 향후 3년 내 유망 선도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추진 계획도 함께 밝혔다.
과거 포스코그룹은 'M&A 큰손'으로 불리며 대형 M&A 시장에서 영향력을 과시했다. 8대 회장이었던 정준양 전 회장 재임 시절에는 3조4000억원의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 2조원 규모의 호주 및 캐나다 광산 인수 등 조 단위의 M&A가 수차례 진행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10년을 돌아보면 과거 M&A 큰손로서의 면모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신중한 행보를 보여왔다. 포스코그룹은 이번 '장인화 체제'의 출범과 함께 M&A가 본격화되면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말 기준 포스코홀딩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조6708억원이며, 순부채비율은 13.1%, 유동비율은 200% 이상이다. 즉, 재원도 충분하고 재무구조 측면에서도 무리가 없다. 앞서 포스코그룹이 이차전지 소재 사업으로 한 차례 다각화에 성공한 만큼 앞으로의 인수합병이 또 한번의 선례로 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