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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 신기술은 인간 일자리를 빼앗는걸까? 늘리는걸까?

- 외벽도장로봇, 인간 사고 방지하고 생산성↑... 인간 일자리 대체

  • 기사등록 2022-09-20 15: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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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홍순화 기자]

"윙~ 윙~ 칙~칙~"


완공을 앞둔 30층 회색 아파트 외벽에 성인 크기의 노란색 사각형 기기가 윙윙거리며 하강하고 있다. 아파트 외벽을 페인트칠하는 '외벽도장로봇'이다. 4개의 노즐로 도료를 분사해 아파트 외벽을 척척 페인트칠하고 있다. 로봇이 지나간 곳에는 말끔한 회색 외벽이 반짝 거린다. 예전 같으면 인간 노동자가 아슬아슬 외줄타기를 하며 수행해야 했던 고난이도 업무다. 


인간 노동자들이 집약돼 업무를 수행하는 대표 공간으로 꼽히는 공사현장에 로봇이 투입돼 관심을 끌고 있다. 신기술이 공사 현장의 인간 일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외벽도장로봇, 인간 '도장기능사' 일자리 대체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서울 중구 입정동에 건설중인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 현장에서 ‘외벽도장로봇’ 파일럿테스트를 가졌다고 15일 밝혔다.


서울 중구 입정동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 현장에서 외벽도장로봇이 페인트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과 도장전문업체 제이투이앤씨가 공동개발한 ‘외벽도장로봇’은 건물에 설치된 와이어를 따라 수직 승하강하며, 4개의 노즐로 도료를 분사해 원격으로 도장 작업을 가능하게 해주는 스마트 건설장비다.


이 로봇의 강점은 적지 않다. 


우선, 인간 근로자가 투입될 경우의 추락재해 등 사고 위험을 원천 방지해준다. 기존 대부분의 외벽 도장 작업은 현장 근로자가 달비계 를 통해 높은 현장에서 직접 진행해 고위험 작업으로 분류됐지만, 외벽도장로봇의 적용을 통한 작업 무인화로 외벽 도장 작업 시 추락재해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생산성도 뛰어나다. 외벽도장로봇은 분당 18㎡의 표면을 도장하는데, 이는 현장 근로자가 롤러로 작업하는 것 대비 3배 빠른 속도다. 또 날씨 등의 작업환경이나 근로자의 숙련도 등에 영향을 적게 받아 항상 우수한 작업 결과를 보장, 동일한 품질을 기대할 수 있다.


친환경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외벽도장로봇’에는 페인트 분사 방식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분사 작업 중 분진을 최소화하는 분진제어기술이 적용됐다. 실험 결과 도장 작업 시 사람이 일반 페인트를 분사했을 때보다 도장로봇이 전용 페인트를 분사할 때 분진이 99% 더 적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외벽도장로봇’을 향후 활용 가능한 현장에서 적극 투입할 계획이다.

 

이 로봇이 공사현장에 본격 도입되면 인간 '도장기능사(塗裝技能士)'는 사라지는 셈이다. 


◆자율주행시대 오면 트럭·셔틀버스 기사 필요 없어져


신기술이 인간 일자리를 위협하는 현상은 미래의 일이 아니다. 특히 모빌리티(자동차) 산업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보스톤다이나믹스의 로봇견 '스팟미니'. [사진=보스톤다이나믹스] 

자율주행차는 우선 트럭이나 셔틀버스 같은 정기 노선을 규칙적으로 운행하는 차종에 채택되면서 트럭 기사와 셔틀버스 기사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규칙성 있게 왕래하는 정기 노선은 자율주행차가 가장 손쉽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자율주행차는 택시 기사나 화물차 기사처럼 불규칙한 노선을 운행하는 운전자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종국에는 자가용 운전 기사의 일자리도 빼앗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율주행(전기)차의 ‘일자리 빼앗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전기차의 부품수는 6000여개로 화석연료차의 부품수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부품수가 3분의 1로 줄어든다는 것은 자동차 산업의 규모가 3분의 1로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정비소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기차는 구조가 간단해 좀체 고장이 나지 않기때문이다. 대신 테슬라처럼 방문 서비스의 형태로 자동차 정비나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유 자동차와 연계하는 사업자가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신기술이 새 일자리 창출할 것" 전망도


신기술이 인간 일자리를 반드시 빼앗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서비스와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자율주행차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의 내부 공간은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변하고 인간은 운전하지 않는 대신에 자동차 내부에서 무언가를 즐기게 된다. 이 경우 영화를 감상하거나, 낮잠을 자거나, 업무를 도와주는 엔터테인먼트 및 서비스 산업의 일자리를 늘려줄 수 있다. 


발빠르게 이런 기회를 사업화한 기업도 등장한 상태이다.  스위스의 린스피드(Rinspeed)라는 기업은 2014년 테슬라의 모델S의 내부를 개조해 ‘엑스체인지’(Xchange)로 불리는 차를 선보였다. 이 차는 좌석이 무려 20가지로 변형가능해 탑승자가 다양한 자세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심지어 좌석이 뒤로 돌아간 뒤에는 32인치 크기의 스크린을 통해 자동차를 작은 영화관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세상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현대엔지니어링의 외벽도장로봇은 보여주고 있다. 


hsh@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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