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기업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가진 기업의 주총에서 반대 의사를 표시한 안건이 최근 2년간 4.6%포인트(p)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8년 '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기 시작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5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난해 정기 및 임시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577개사의 안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모두 626회의 주총에서 4139건의 안건이 다뤄졌다. 이 중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한 것은 682건으로 전체의 16.48%를 차지했다.
2017년에는 의결권을 행사한 기업 542개사의 안건 3839건 중 455건에 반대표를 행사해 11.85%의 반대비율을 보였다. 2년 만에 반대 비율은 4.63%포인트 오른 것이다.
반면 찬성 비율은 87.34%(3353건)에서 83.11%(3440건)로 4.23%포인트 낮아졌고, 중립·기권 등 의결권 미행사는 0.81%(31건)에서 0.41%(17건)로 소폭 하락했다.
국민연금 주주총회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 [사진=CEO스코어]
안건별 반대율은 △이사 및 감사의 보상 건이 873건 중 28.98%(253건)로 가장 높았다. 이어 △주식매수선택권의 부여 15.87%(10건) △이사∙감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의 선임 15.38%(309건) △정관변경 15.32%(95건) △자본의 감소 14.29%(1건) 등의 순이다.
이 중 이사∙감사의 보상 안건에 대한 반대율은 2년 전 6.19%(54건)에서 22.79%포인트나 상승했다. 이 밖에 △자본의 감소(14.29%포인트) △주식매수선택권의 부여(6.07%포인트) △이사∙감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의 선임(1.03%포인트) 등도 반대비율이 올랐다.
2년 전 반대비율이 가장 높았던 정관변경 안건은 25.67%에서 15.32%로 10.35%포인트 하락했다. 개별 반대 안건 수는 67건에서 95건으로 늘었지만 전체 안건 수가 3839건에서 4139건으로 7.8%(300건) 늘어나며 상대적으로 비율은 낮아졌다. 합병 및 영업양수도 관련 안건에 대한 반대 비율도 17.5%(7건)에서 4.0%(1건)로 13.5%포인트 낮아졌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힌 유진빌딩. [사진=더밸류뉴스]
그룹별로 반대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유진그룹이었다. 국민연금은 유진의 주총 안건 9개 중 5건(55.56%)을 반대했는데 반대율이 50%를 넘는 대기업집단은 유진이 유일했다.
이어 반대율이 20%를 넘는 곳은 아모레퍼시픽(43.75%), 태광(42.86%), 삼천리(37.5%), KCC∙SM∙넷마블(각 36.36%), 카카오(28.57%), 영풍(28.0%), 하림(26.32%), 세아∙셀트리온(각 25.0%), 태영(22.22%), 롯데(21.25%) 등이다.
아울러 한진∙애경(각 17.95%), 한국테크놀로지∙KT&G(각 16.67%), 현대자동차(16.35%), LS(15.79%), 코오롱∙네이버(각 15.38%), 다우키움(15.0%), KT(14.81%), 농협(14.71%), 대우건설(14.29%), CJ(13.64%), 삼성(13.48%), 금호석유화학∙한국투자금융(12.5%), DB(11.76%), SK(11.58%), 하이트진로(11.11%), 대우조선해양(10.0%) 등은 반대율 10%를 넘었다.
이외 HDC(9.38%), 포스코(9.09%), LG(9.0%), 신세계(8.77%), 한화∙동원(각 8.33%), 효성(7.69%), 현대중공업(7.32%), 동국제강(6.67%), GS(5.56%), S-Oil(5.0%), OCI(4.55%), 미래에셋(4.17%), 현대백화점(3.7%)은 한 자릿수 비율에 그쳤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한 표도 던지지 않은 그룹은 한라, 대림, 두산, 금호아시아나 등 4곳에 그쳤다.
CEO스코어 측은 "지난해 국민연금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민연금기금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등을 심의·의결했다"며 "이에 따라 올해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의결권 행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