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 임직원 4명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321호 법정에서 SK케미칼 박모(53) 부사장, 이모(57) 전무, 양모(49) 전무 등 4명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열어 이들의 증거인멸 혐의의 소명 여부와 구속 필요성 심사를 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지난 2013년부터 최근까지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의 원료 물질 유해성을 숨기려 관련 자료를 은폐한 혐의로 이들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가습기 메이트는 2011년 불거진 가습기 살균제 사태 때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다.
SK케미칼은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원료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 가습기 메이트 원료 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모두 제조한 회사이기도 하다.
검찰은 최근 압수수색에서 SK케미칼이 CMIT·MIT 성분의 독성 실험 연구보고서 등 안전성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이슈화되자 이를 인멸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SK케미칼의 전신인 유공은 1995년 서울대 수의과대 이영순 교수팀에 CMIT·MIT 성분의 안전성 검사를 의뢰한 사실이 2016년 8월 국회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특위의 청문회에서 알려진 바 있다.
당시 청문회에서 일부 위원은 해당 검사 보고서에서 CMIT·MIT 성분의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못했는데도 SK케미칼이 제품을 제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철 SK케미칼 대표가 "검사 자료를 구할 수 없다"고 증언하며 사실 여부가 검증되지 못했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이슈화되자 SK케미칼이 이 교수팀의 검사보고서를 포함해 CMIT·MIT 성분의 안전성과 관련한 내부 자료들을 고의로 은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관련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로 지난달 13일 필러물산 전 대표 김모 씨를 구속기소했다. 이어 같은 달 27일에는 가습기 메이트 판매사인 애경산업의 고광현(62) 전 대표와 양모 전 전무를 각각 증거인멸 교사와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했다.
지난 2016년 검찰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수사 때 SK케미칼은 '원료를 중간도매상에 판매했을 뿐, 그 원료를 누가 어디에 가져다 썼는지 알지 못한다'는 논리를 펴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박 부사장 등 4명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14일 저녁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