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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ksb3433 ]

자신에게 맞는 「투자법」을 찾아라

투자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그런 방법이 있다면 그것의 내용물은 무엇일까. 흔히 인터넷에 등장하는 사이비 투자 예언가들의 말처럼 돈을 버는 직항로는 존재하는 것일까.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 봤을 만한 질문들이다.

얼마 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구구조에 따라 시장 예측을 하는 해리 덴트라는 사람이 쓴 책을 보고 그대로 따라했던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자 출판사로 항의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책 한 권을 읽고서 그의 주장대로 투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런 식의 의사결정을 했을까’라는 안타까움이 일었다.

필자도 덴트의 책을 읽었지만 일부는 공감하고 일부는 공감하지 않는다. 게다가 덴트가 자신의 예측에 따라 펀드를 만들었다가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구글을 통해 우연히 접하게 된 후로는 아무리 빼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도 모든 분야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간단한 상식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그렇다고 텐트의 책이 형편없고 거짓투성이라는 것은 아니다. 덴트의 주장에는 우리가 귀담아들어야 할 소중한 내용들이 적지 않다. 최근 금세기 최고의 스마트 머니(smart money)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도 자기 스스로 실패한 투자를 고백한 바 있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실수나 실패가 있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고의 투자 방법을 찾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일지도 모른다.

필자는 가장 좋은 투자 방법이란 자신에게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으면 어딘가 어색한 것처럼 자신에게 맞지 않는데 남들이 좋은 방법이라는 이유로 선택한다고 그 결과가 좋게 나타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버핏처럼 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거칠게 표현하면 ‘주제 파악’이다. 필자는 주제 파악의 전범을 두 명의 위대한 투자가들에게서 발견한다.

한 명은 ‘저가주 사냥꾼’ ‘저가주 매입자’라는 별명을 얻었던 월터 슐로스다. 슐로스는 가치 투자의 창시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이 경영했던 그레이엄-뉴먼 투자 조합의 직원이었다. 같은 직장 동료 중에는 워런 버핏, 로버트 하일브론 등이 있었다. 버핏과 슐로스는 그레이엄이라는 같은 고용주 밑에서 같이 일했던 사이다. 슐로스는 2001년 은퇴할 때까지 45년 동안 투자조합을 운용했고 연평균 15.7%의 빼어난 투자 성과를 올렸다. 슐로스의 투자조합에 가입해 45년 동안 단 한 번도 돈을 빼내지 않았던 4~5명의 투자자들은 2001년 슐로스 은퇴 시 무려 721.5배라는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복리 수익의 위대함을 볼 수 있는 생생한 경험적 증거다.

 

워렌버핏-1

워렌버핏. 사진=구글 이미지 캡처

 

어느 날 슐로스는 이런 질문을 받았다. “당신은 버핏과 같은 스승 밑에서 배웠지만 버핏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투자한다. 왜 버핏처럼 투자하지 않는가?” 사실 슐로스는 저가주 사냥꾼이란 별명답게 기업을 탐방하지 않고 최고경영자(CEO)도 만나지 않고 오로지 재무제표만 보고 순자산 가치에 비해 싸게 거래되는 주식을 매입해 5년간 보유하는 전략을 취했다. 5년 내 목표 수익률은 2배였다. 만일 5년이 안 되는 시기에 주가가 2배 상승하면 향후 더 오를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도 원칙대로 매도했다.

반면 버핏은 “주식시장이 10년 동안 문을 닫아도 불안해하지 않고 보유할 수 있는 종목을 선택하라”고 말한다. 평생 보유할 가치가 없는 주식에는 눈길도 주지 말라고 한다. 자신의 이런 생각을 담은 표현이 바로 ‘영구 보유 종목’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버핏의 투자 방법을 두고 ‘소수 집중 투자’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슐로스는 이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적게는 100개, 많게는 200개의 종목을 보유했다. 저가주 중에는 진짜 저가주로 머무를 수 있는 주식도 있기 때문에 이런 식의 분산 투자가 필수적이었던 것이다. 이런 슐로스의 스타일은 버핏과는 매우 간극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앞서의 질문, 즉 “왜 당신은 버핏과 다른 방법을 취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던 것이다. 슐로스의 답변은 이랬다. “나도 안다. 버핏처럼 투자하면 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버핏은 단 하나의 예외다.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래서 내 편한 방식으로 투자할 뿐이다.” 슐로스는 버핏의 방법이 자신의 방법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투자의 제1원칙 ‘주제파악’

펀드 선택법에 관한 글에서 필자가 소개했던 로버트 하일브론도 이런 관점에서 다시 한 번 바라보자. 하일브론도 그레이엄-뉴먼 투자조합에서 일했던 인물이다. 투자 결과도 꽤 좋았다. 스스로 투자하더라도 성공적인 투자가로 자리 매김됐을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맞는 투자법은 직접 투자가 아닌 간접 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하일브론은 자신보다 버핏이나 슐로스, 그리고 컬럼비아대학에서 버핏과 같이 공부한 세쿼이어 펀드의 창업자 빌 루안이 더 뛰어난 투자 실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는 직접 투자를 일절 접었다. 투자의 역사에서 스스로 투자하지 않고 투자를 잘하는 사람을 골라 그들에게 돈을 맡기는 방법으로 성공한 매우 보기 드문 투자자가 하일브론이다.

자산 배분 이론의 대가인 예일대 기금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데이비스 스웬센은 직접 투자하지 않고 오로지 자산 배분을 통해 성공한 투자가다. 그는 채권 분야에만 직접 투자할 뿐 나머지 분야는 아웃소싱을 통한 자산 배분을 통해 매우 빼어난 투자 성과를 달성했다.

우리가 살펴본 몇 몇의 성공적인 투자가들은 모두 다른 방법을 썼다. 하나의 단어로 이들의 투자 철학과 방법론을 담아낼 수는 없다.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그것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더 좋은 방법이 나타나더라도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그 방법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투자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 수많은 투자 이론이 등장했고 일부 상황에서는 맞았지만 항구적인 진리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어찌 보면 투자 이론이라는 것은 태생적인 한계가 있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하루 빨리 찾는 것이다. 직접 투자가 내 몸에 맞는지, 아니면 간접 투자가 맞는지, 주식보다 부동산에 더 재주가 있는지 등등의 문제를 스스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투자의 세계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자기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는 것이다. 알면 그만큼 위험은 줄어드는 법이다. 돈 되는 종목이나 투자처를 부나방처럼 좇기보다 지금부터라도 내 몸에 맞는 투자 방법을 성찰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나은 투자 전략이다. 지금부터라도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 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ihs_buffet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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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3-30 09: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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