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호 삼양홀딩스 사장은 '스페셜티 글로벌라이제이션'이란 새 성장 전략으로 기존의 안정 경영 기업을 글로벌 소재 강자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까.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삼양그룹은 새로운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지난해 12월 삼양그룹의 지주사인 삼양홀딩스 전략총괄 사장으로 취임한 김 사장은 취임 첫해부터 과감한 M&A와 투자를 단행하며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특히 '생활의 잠재력을 깨우고 인류의 미래를 바꾸는 기업'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사업 강화와 글로벌 확장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으로의 100년을 책임질 게임체이저. 김 사장에게 주어진 역할일 것이다.
◇김건호 삼양홀딩스 전략총괄사장은...
▷1983년생(41) ▷미국 리하이대 재무학(2007) ▷삼양사(2014) ▷해외팀장(2018) ▷글로벌성장 팀장(2018) ▷삼양홀딩스 Global성장PU(Performance Unit)장(2021) ▷삼양홀딩스 전략총괄 사장(2023.12~ 현재)
◆김건호 사장 취임 첫 성적표...상반기 영업익 99%↑에 '합격점' 평가
김건호 사장은 취임 1년차에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삼양홀딩스는 연결기준 매출액 1조7885억원, 영업이익 89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각각 10.0%, 99.1% 증가한 호실적을 달성했다.
핵심사업인 '식품'과 '화학' 부문 실적도 눈에 띄게 성장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기준 식품 비중은 47.2%, 화학은 43.6%로, 회사 매출의 90%를 차지했다. 이는 올해도 마찬가지로, 사업보고서 기준 상반기 식품사업 매출액은 8092억원(45.2%), 화학사업은 9046억원(50.6%)을 기록했다. 이는 스페셜티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과 글로벌 시장 확대 전략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특히 취임 직후인 지난해 12월 미국의 스페셜티 케미컬 소재회사인 '버든트 스페셜티 솔루션'을 3300억원에 인수하며 과감한 투자 행보를 보였다. 버든트는 유니레버, 로레알 등 글로벌 1000여개 기업에 소재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미국·영국·독일에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 측은 "버든트가 양이온 계면활성제를 주력으로 하는 KCI 사업군과 겹치지 않으면서 상호 보완적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어 시너지 창출과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버든트 인수는 삼양그룹의 글로벌 입지를 한 단계 끌어올린 전략적 결정"이라며 "김 사장의 과감한 투자 결정력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알룰로스 신공장 가동과 헝가리 봉합사 공장의 안정화도 주목할 만한 성과다. 울산에 준공한 식품 스페셜티 소재 공장은 차세대 대체 감미료 시장 선점을 위한 교두보가 될 전망이며, 헝가리 공장은 유럽 시장 공략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전고체 배터리 소재기업 솔리드아이오닉스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김 사장은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삼양홀딩스 내 전략총괄과 재경기획PU를 신설해 그룹 전체의 경영전략과 재무관리 역량을 강화했으며, ESG경영 강화를 위해 대표 직속의 CSR총괄도 새로 설치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김 사장 취임 이후 의사결정 체계가 한층 효율화됐다"며 "스피드경영이 가능한 조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양그룹, '스페셜티+글로벌'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서 존재감↑...소재 강자 도약
김 사장이 주도하는 삼양그룹의 핵심 전략은 '스페셜티'와 '글로벌'이다. 식품사업에서는 대체 감미료 '알룰로스'와 수용성 식이섬유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 등 스페셜티 소재의 해외 판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알룰로스는 지난 2020년 미국 FDA로부터 식품안전성 최상위 등급인 'GRAS'를 획득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화학사업에서는 친환경·재활용 소재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연산 2만1000톤 규모의 리사이클 페트칩 생산설비를 도입했으며, 재생 폴리카보네이트(PCR PC) 원료가 90% 이상 함유된 친환경 폴리카보네이트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폐어망 리사이클 소셜 벤처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ESG 경영도 강화하고 있다.
의약바이오 분야에서도 글로벌 확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헝가리에 연산 최대 10만km 규모의 생분해성 봉합사 원사 생산 공장을 준공했으며, 글로벌 CDMO 사업 확대를 위한 항암주사제 공장 증설도 진행 중이다. 현재 전 세계 생분해성 봉합사 시장에서 원사 부문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기존 사업의 고도화다. KCI와 버든트의 시너지를 통한 퍼스널케어 시장 확대, 알룰로스의 글로벌 브랜드화, 친환경 소재 기술 개발 등 각 사업부문별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 사장이 추진하는 투자의 방향성이 매우 명확하다"며 "스페셜티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포석을 착실히 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북미시장 공략을 위해 식품BU 직속의 북미사업팀을 신설하는 등 지역별 맞춤형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화학, 식품, 의약바이오 등 각 사업부문별로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김건호 사장 제조업 기반 디지털 접목...앞으로의 100년 위해 혁신 드라이브
“100년 전 배고픈 국민을 위해 농장으로 시작한 삼양이 성장과 혁신을 거듭해 반도체, 유전자 치료제 같은 글로벌 첨단 산업에 도전하고 있다. 화학, 식품, 의약바이오, 패키징 등 삼양그룹 사업 영역 전체에 헬스 앤 웰니스(Health & Wellness), 첨단 소재(Advanced Materials)를 핵심으로 더 건강하고 더 편리한 삶을 위한 혁신을 만들겠다.”
김건호 사장은 지난달 11일 진행된 '삼양그룹 100주년 기념식'에서 이와 같이 사업의 비전을 밝혔다. 더불어 더욱 진취적이고 과감하게 개척자 정신을 발휘해 고객의 요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한 발 앞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하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룹 내 디지털혁신팀을 김 사장이 총괄하는 미래전략실 산하에 배치하고, 스마트 CRM과 디지털 마케팅 확대, RPA 도입 등을 통한 업무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의 목적은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이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라며 "디지털 시스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심 계열사인 삼양사는 지난 2022년 재생 폴리카보네이트 원료가 90% 이상 함유된 친환경 폴리카보네이트(PC)와 친환경 난연 폴리카보네이트를 개발했다. 소각 시 유독가스를 유발하는 난연제를 첨가하지 않고 분자결합 구조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폴리카보네이트는 열가소성 플라스틱으로 용기, 병이나 건축자재, 자동차 부품 등에 쓰인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 기업 솔리드아이오닉스의 고체전해질 제조공장을 확장, 이전했다. 삼양사는 솔리드아이오닉스의 2대 주주다. 강원도 강릉시에 위치한 신공장에서는 전고체 배터리 핵심 소재인 고체전해질과 주원료인 황화리튬(Li2S)을 생산한다. 이외에도 배터리 소재 사업을 키우기 위해 리튬이온 배터리에 쓰이는 전해액 첨가제도 개발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김 사장의 과감한 투자와 혁신, 특히 전통적인 제조업 기반 위에 스페셜티와 디지털을 접목한 것은 앞으로의 100년을 이끌어갈 새로운 리더십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