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의 '오너 3세' 신상열(30) 미래사업실장 상무가 경영 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달 농심의 신사업을 총괄하는 미래사업실장을 전담하게 되면서 그가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펫푸드 비즈니스가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 상무는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 장남이다.
◇신상열 상무는...
△1993년생(30)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학과 졸업(2018) △농심 경영기획팀 사원(2019) △경영기획팀 대리(2020) △경영기획팀 부장(2021) △구매실장 상무(2021. 11) △구매실장∙미래사업실장 상무(2023. 12) △미래사업실장 상무(2024. 6~현재)
◆미래사업실장 전담... 올해 이후 성과가 신 상무 미래 좌우
신상열 상무는 지난달부터 미래사업실장을 전담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그는 구매실장과 미래사업실장을 겸직했는데 이번에 구매실장을 떼고 미래사업실장에 전념하게 된 것이다. 그는 2019년 26세에 농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3년째인 2021년 11월 구매실장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업계에서는 신 상무의 올해부터의 실적이 그의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 상무가 2021년 11월 임원(상무)으로 승진했지만 업무(구매실장) 특성상 KPI(Key Performance Indicator·핵심성과지표)를 객관화하기 어려웠다"면서 "올해 신 상무가 새로 맡게 된 미래사업실장은 성과가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신 상무가 이번에 미래사업실장을 맡게 된 것은 농심그룹이 처한 현실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농심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라면 부문이 53.9%로 절반을 넘고 이어 스낵 14.9%, 신사업 9.7%, 음료 7.6%순이다. 신사업 비중이 1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농심 입장에서는 '포스트 K-라면'을 하루 빨리 발굴해야 하는 도전에 놓여있는 것이다. 최근 삼양식품이 불닭복음면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시가총액에서 농심을 뛰어넘으면서 농심 사내에서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새 먹거리는 '펫푸드', 상표권 출원하고 신제품 3종 선보여
업계에서는 신 상무가 향후 농심의 새 먹거리로 '펫푸드'를 낙점한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심은 지난 3월 21일 특허청에 '반려다움' 상표권을 출원했다. '반려다움'은 동물 사료용 영양보충제, 동물용 단백질 보충제 등 20개의 지정상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달 8일에 '반려다움' 제품 3종을 출시했다.
농심이 반려동물 사업에 진출한 이유는 시장의 확장성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가구 비중은 2020년 27.7%에서 지난해 30%(약 1500만 명)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규모는 2020년 3조 4000억 원에서 2027년 6조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펫푸드 사업은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현상이 확산되면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원재료를 사용한 '휴먼 그레이드(Human Grade)' 펫푸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농심은 이미 식품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펫푸드 시장에 진출하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식품기업의 펫푸드 시장 진출 사례로는 동원F&B와 하림이 있다. 동원F&B의 펫푸드 전문 브랜드 '뉴트리플랜'과 하림의 100% 휴먼 그레이드 브랜드 '하림펫푸드'는 2022년에 각각 400억 원, 36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신 상무가 이끄는 신사업 '반려다움 프로젝트'는 적절한 시점에 이루어진 전략적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기존의 식품 제조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하여 펫푸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체육, 건기식, 스마트팜도 '새 먹거리' 후보
팻푸드에 이어 대체육, 건기식, 스마트팜도 농심의 '새 먹거리' 후보에 올라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동원 회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신사업으로 대체육·건기식·스마트팜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이병학 대표이사는 올해 신년사에서 "최근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건강기능식품과 스마트팜 솔루션을 포함해 농심의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신규 사업영역을 확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M&A, 스타트업 투자 및 전략적 제휴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상열 상무가 경영진의 이같은 구상을 어떻게 구체화시킬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가운데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신사업은 '스마트팜'이다. 스마트팜은 척박한 기후환경이나 환경오염 등 속에서도 우수한 품질의 작물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농심은 2018년 사내 스타트업팀을 구성해 200평의 양산형 모델 스마트팜을 신설했다. 2022년 농심은 오만에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을 처음으로 수출했을 뿐만 아니라, 2023년 UAE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스마트팜을 수출하기 위한 MOU(업무협약)를 체결했다.
신 상무의 구매실장 근무기간(2021년 11월~2023년 12월)의 성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2021년 11월 신 상무가 구매담당 상무로 올라서며 받은 최대 과제는 원활한 원자재 수급관리를 통한 영업이익률 증대였다. 당시 고금리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해 그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주목 받았다.
농심의 2022년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3조1291억 원, 영업이익은 1122억 원으로 각각 전년비 17.5%, 5.7% 증가했다. 하지만 2021년 8월과 2022년 8월 두 차례 가격 인상과 영업이익률이 소폭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 상무의 기여도와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신 상무의 올해부터의 성과에 업계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병학 대표, 2021년 12월 신 상무와 동시 승진하며 손발 맞춰
신 상무가 향후 '포스트 신동원'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농심그룹 지주사 농심홀딩스의 지분을 살펴보면 신동원 회장(42.92%), 신동윤 회장(13.18%), 고(故) 신춘호 명예회장(1930~2021) 차녀 신윤경(2.16%)에 이어 신상렬 상무(1.41%) 순이다. 지분율은 낮지만 농심가(家) 오너 3세 가운데 가장 높다. 또 그룹 핵심 계열사인 농심 주주명단에서 농심홀딩스(32.72%)와 율촌재단(4.83%)을 제외한 개인 최대주주(3.29%)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 신 상무를 지원하는 인맥 1순위로는 이병학(65) 농심 대표가 꼽히고 있다. 이병학 대표는 지난 2021년 12월 부사장과 승진과 함께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이때 신상열 상무도 처음으로 임원(상무)을 달았다.
이병학 대표는 1959년생으로 신 상무와는 34세 나이 차이가 난다. 업무에 치밀하면서도 임직원들에게 다정다감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신 상무와 호흡을 잘 맞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충남대 농화학과를 졸업했고 1985년 농심에 입사해 40년 가까이 근무해온 '농심맨'이다. 농심 공장의 자동화와 최첨단 생산공정 도입에 기여했고, 2017년 농심 전 공장의 생산을 책임지는 생산부문장 전무로 승진했다. 황철용 농심 경영부문장도 신 상무 인맥으로 분류되고 있다.
신상열 상무와 학연을 맺고 있는 오너 3세로는 전병우(29) 삼양라운드스퀘어 상무가 있다. 전병우 상무는 전중윤(1919~2014) 삼양식품 창업 회장 장손이자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대표이사 장남이다. 부친은 전인장 삼양식품 전 회장이다. 신상열 상무보다 한 살 아래이고 미국 컬럼비아대 철학과를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