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
[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항간에 주식투자를 할 경우에 이른바 물타기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하여 논란이 많다. 물타기는 주식을 매수한 후에 주가가 떨어질 때 추가매수를 하여 매수의 평균단가를 낮추고 주식 수량을 더 늘리는 것을 말한다.
물타기를 한 경우에 다행히 주가가 올라가면 큰돈을 벌지만 주가가 지나치게 하락하면 자산이 물타기한 주식에 잠기게 되어 다른 좋은 주식을 사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되기 때문에 큰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심지어는 멋모르고 물타기한 주식이 상장 폐지되어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저명한 투자자 중에 물타기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사람이 윌리엄 오닐 (William J. O'neil)이다. 그는 “반드시 무조건 손실을 7~8%로 제한하라”고 한다.
그는 “7~8%가 손실의 절대 한계라는 점을 명심하라. 주저 없이 팔아야 한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주가가 다시 오르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며칠을 더 기다려서는 절대 안 된다. 아니 그날 마감 시간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고 하면서 투자자들이 물타기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반면에, 가치투자자로 불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타기를 예사로 하고 있다. 그리고 물타기를 하는 방법도 예사롭지 않다.
캐나다의 워렌 버핏으로 알려진 피터 컨딜 (Peter Cundill, 1938~2011)은 북아메리카 최대의 철강 회사에 투자할 때 주당 15 달러에 매수를 시작했는데,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추가 매수를 하여 주가가 6달러로 하락할 때까지 버텼다. 대략 -70% 하락하였다. 컨딜이 최종 매도를 하였을 때 이 주식의 매수로 그는 복리수익률로 30%를 넘게 벌었다고 전해지는데, 첫 매수일로부터 대략 6년 정도 걸렸다.
이와 같이 가치투자해서 물타기를 해도, 예기치 않게 -70%까지 하락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 투자자의 경우 투자자금이 바닥이 날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초기에 가치투자 이론을 대충 배우고 함부로 물타기를 하여 큰 손해를 보게 되면 가치투자라는 말을 듣는 것조차 싫어하게 된다. 그래서 다시 추세 추종자로 돌아가게 된다. (가치투자의 큰 비밀을 체험하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아쉬움이 있다)
컨딜은 똑똑하게도 함께 물타기를 해줄 친구를 구해서 자금줄이 마르지 않게 하였다. 사실은 컨딜이 운영하는 가치투자 펀드의 자산만으로도 충분히 뒷감당을 할 수 있었다. 전체 투자금액이 운영 펀드의 4% 정도에 불과하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생각을 같이하는 친구가 함께 물타기를 해주면 위로가 된다.
펀드를 운용하는 컨딜과는 달리, 개인투자자들은 -70%까지 빠지는 주식에 물타기를 하면 회복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견디기 어렵다. 그래서 개인투자자들은 가능하면 최대한 저가에 있으면서도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골라서 물타기를 해야 마음이 편하다.
주식농부로 알려진 투자자 박영옥은 “나는 투자하는 기업의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1~2년 동안 꾸준히 매수하지만, 매도는 자주 하지 않는다.” 고 말한다. 언뜻 보면 그는 물타기 선수로 보인다.
놀랍게도 그의 투자수익률은, 필자가 아는 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 수학과 통계로 주식에 투자하는 수학교수 짐 사이먼스 (James Harris Simons)의 30년 평균 투자수익률 대략 66%를 제외하면, 박영옥이 대략 10년 이상 연 투자수익률이 50% 이상으로 투자수익률이 세계에서 최고로 높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물타기를 잘하는 투자자가 시장에서 큰돈을 벌 수 있나?”하는 의문이 생긴다. 필자가 관찰한 바로는 대체로 그렇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치투자 이론 자체가 물타기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치투자 이론에서는 대략적인 내재가치가 구해지면 그것을 토대로 안전마진을 계산하고, 일정한 안전마진이 확보되면 매수를 하기 시작하고, 주가가 하락하여 안전마진이 커지면 추가매수를 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다. 다만 이렇게 하려면 간도 커야 하고, 예비되어 있는 투자자금도 넉넉해야 한다.
물타기의 성공 여부는 물타기를 해도 되는 기업을 고르는 안목에 달려있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계산하는 공식은 수도 없이 널려 있지만, 딱히 잘 들어맞지는 않는다.
기업의 성장주기에 투자해야 한다고 하는 박영옥의 물타기 방법은 독특하다. “2~3년 동안 꾸준히 관찰하며 분석한 결과 반드시 성장한다는 확신이 든다.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고른 기업의 주가가 떨어진다. 얼마나 좋은 매수 타이밍인가? 시장의 타이밍은 맞힐 수 없지만 내가 투자할 기업을 매수할 타이밍은 맞출 수 있다. 열심히 공부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주가가 떨어질 때 살 수 있으려면, 담력 결단 용기가 필요하다. 실제로 해보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게 될 것이다.”
오랫동안 시장에서 온갖 풍파를 경험하고 일가를 이룬 대가와는 달리, 초보자들은 이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무턱대고 따라하다가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투자철학을 기술하고 있는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와 《주식투자 절대법칙》 을 여러 번 읽고 사색해보면 그의 말이 무슨 말인지 대체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압구정 교주로 소문난 조문원 대표도 손절할 주식을 샀다는 것은 처음부터 주식을 잘못 고른 것이라고 한다. 그는 자신이 주식을 매수하고 나면 주가가 내려가기만 빈다고 한다. 주가가 내려가면 더 싼 값에 더 많은 주식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가치투자자들은 윌리엄 오닐과 정반대로 생각한다. 그것은 시장을 보는 관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윌리엄 오닐은 “물타기를 해야 하나?” 하는 문제를 거론하면서, 시장은 오로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움직인다고 말한다. 반면에, 가치투자자들은 기업이 계속 돈을 잘 벌고 성장하면 주가가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PEG 연구에 재미를 붙인 필자는 PEG 분석을 통해서 물타기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낼 수 있는지에 대하여 관심이 많다. 많은 기업의 시계열 데이터를 가지고 살펴보면, PEG 분석은 안심하고 물타기할 기업을 찾아내는데 유용하다. PEG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물타기할 수 있는 기업인지 아닌지 대체로 확연히 감이 온다. 저평가된 기업의 비즈니스모델과 이익의 질을 분석하여 그 기업이 미래에도 계속 돈을 잘 벌지를 대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물타기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정도의 실력자가 되면 시장에서 발생하는 온갖 잡음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것이다. 물타기는 단순한 투자방법의 문제가 아니고 심오한 투자철학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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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원문은 버핏연구소 윤진기 명예교수 칼럼 ‘경제와 숫자이야기’ 2023년 07월 09일자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저자의 원문에는 각주가 부기되어 있으며, 각주에서 인용자료의 출처와 추가적인 보충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원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