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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롯데월드타워 스카이런 123층·3000계단 완주하다...34분만에

- 초반 전력 질주했더니 체력 소진... 123층 완주까지 30분 이상 소요

- 사전에 실현 가능성 높은 전략 수립해야

  • 기사등록 2023-05-04 14:3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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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공현철 기자]

"롯데물산 홍보팀입니다. 롯데월드타워의 123층 계단을 도보로 오르는 '스카이런'(SKY RUN·수직마라톤) 대회를 개최합니다. 앤데믹 후 4년만에 마스크 없이 뛰는 대면 레이스입니다...(중간생략)... 긍정적인 취재 검토부탁드립니다." 


롯데물산에서 이메일 보도자료가 왔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의 123층을 도보로 오르는 수직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의 어지간한 곳에서도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롯데월드타워가 보인다. 국내 최고층 빌딩(555미터)이다.


서울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사진=롯데물산]

평소 체력 관리의 중요성을 느껴온 터라 관심이 갔지만 무려 123층이다. 계단 숫자로는 거의 3000개(정확히는 2917개). 망설였지만 회사에서 참가비를 지원한다는 격려에 경쟁부문에 지원했다. 참가 신청 첫날(4월 20일)에 온라인 신청을 마쳤는데, 알고 보니 5분 만에 신청이 마감됐고 신청자가 2000명이 훌쩍 넘었다고 한다. 조금만 늦었으면 참가 못할 뻔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내가 과연 몇 등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롯데월드타워 레이스킷. [사진=더밸류뉴스] 

대회 참가에 필요한 물품이 담긴 레이스 킷(KIT)을 받았다. 레이스킷을 열어본 느낌은 한마디로 '푸짐하다'였다. 공식 티셔츠, 배번호, 스포츠 삭스, 대회 설명서, 참가서약서, 병력확인서, 스포츠 스퀴즈 보틀, 서울스카이 할인 티켓, 롯데면세점 VIP 골드 발급·LDF(롯데면세점 카드) PAY(5000원권) 등이 들어 있었다.


◆남녀노소, 외국인, 어린이 참가자 2000여명 인산인해 


행사일(4월22일) 아침 일찍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행사장에 도착해 등록을 마쳤다. 쌀쌀한 아침 날씨에도 수많은 참가자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리듬 체조와 요가를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기자와 비슷한 또래의 참가자는 물론이고 푸른 눈의 남녀 외국인, 어린이도 함께 했다. 취재해보니 '2023 스카이런'의 최고령 참자가는 81세, 최연소 참가자는 만 5세였다. 


4월 20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앞에서 스카이런 참가자들이 사전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메인 광장 옆에는 롯데 계열사별로 행사 부스들이 대회 참가자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롯데웰푸드(대표이사 이창엽) 부스에선 '헬시플레져(건강 관리의 즐거움)' 고객을 대상으로 전개하는 설탕제로·당류제로 '제로(ZERO)' 브랜드의 빙과를 받았다. 롯데정보통신(대표이사 노준형) 부스에선 완주기록을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소장할 수 있다는 홍보 행사를 진행했다.


부상 방지에 필요한 스포츠 테이핑도 무료로 받았다. 양쪽 무릎에 스포츠 테이핑을 감으면 무릎에 안정감이 실린다. 한국대학선수트레이너연맹(KUATF) 전문가들이 직접 테이핑을 감아주었고 별도로 챙겨온 무릎 보호대가 필요 없을 만큼 안정적이었다.


기념 사진 촬영 공간도 마련돼 있었는데, 약 20분 가량을 기다려야했다. 홀로 참가한 사람들도 행사 진행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기념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장소는 공연무대, 롯데월드타워 123층 전망대 등 4곳에 설치돼 있었다.


◆1층부터 쾌속 질주했더니 50층에서 '체력 고갈'


드디어 대회 시작. 


참가자별로 부여된 번호와 출발 시간에 맞춰 출발 선에서 대기를 시작했다. 출발 선상에선 김소현, 김재희 리포터가 참가자들에게 익살맞는 돌발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 사람씩 약 5초 간격으로 출발했고, 30미터 가량 들어가면 나오는 롯데월드타워 계단 앞 스타트라인을 통과하자 "삐익" 하는 소리와 함께 기록 측정이 시작됐다.


2023 스카이런 참가자가 출발지에서 인터뷰를 나눈 뒤 롯데타워 123층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영상=공현철 기자]

기자는 20분 안에 도착한다는 목표로 1층 계단부터 뛰어 올라갔다. 20분 안에 123층을 화끈하게 주파해 손을 흔드는 내 모습을 상상해봤다. 자신감이 충만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대실패였다. 10층부터 고비가 찾아왔다. 숨은 턱 끝까지 찼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을 느꼈다. 오르는 계단마다에 '국내 최고 높이에 도전하라' '2023 스카이런 화이팅!'라는 격려 문구가 있었지만, 다리는 말을 듣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롯데월드타워는 123층, 2917 계단으로 이뤄져 있으며, 약 20층 마다에 쉼터가 있다. 피난안전구역은 22층, 40층, 60층, 83층, 102층에 총 5곳에 있었다. 이 곳에선 휴식공간, 음료, 스프레이 파스 등이 제공됐다. 또 위급 상황에 대비해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힘이 풀린 다리를 가까스로 들어올리며 정상을 향해 나아갔다. 눈앞에 보이는 첫번째 쉼터(22층), 가지런히 나열된 게토레이 한잔을 들이키고 호흡을 가다듬은 뒤 다시 출발했다. '다시 뛸까?' 싶었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내 눈 앞에 보이는 것은 '30F(30층)'. 4분의 1도 마치지 못했는데,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고 다리도 후들거려 한 칸씩 오르기도 버거워졌다. 이때부터 '고난의 행군'이 찾아왔다. 


가쁜 숨을 내쉬며 엉금엉금 한참을 오르자 60층에서 3번째 쉼터가 나타났다. 진행 요원들이 준비해둔 음료를 급하게 마신 뒤, 펼쳐진 돗자리에 쓰러지다시피 몸을 던졌다. 이곳에 누워 1~2분간 호흡을 되돌린 후 다시 출발했다.


122층에서 가쁜 숨을 내쉬며 마지막층(123층)을 향해 뛰었다. [사진=더밸류뉴스]

100층에 도달했다. 온 몸에서 열이 뿜어져 나왔고 체력은 완벽하게 고갈됐다. 그렇지만 반드시 완주해야 한다는 내면의 투지도 동시에 불타 올랐다. '20분은 실패했지만 30분엔 도전해보자'는 생각을 하며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계단마다에 새겨진 '끝까지 화이팅!', '완주까지 단 90미터!'라는 식의 응원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실현 가능성 높은 전략 수립·사전 워밍업 필요


계단을 오르고 또 올랐더니 'FINISH' 결승선이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꼭대기층에 도달한 것이다. 라인을 통과하자 "삐익"소리가 나며 기록측정이 끝났음을 알렸다. 이후 10미터도 가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고도가 555미터여서 그런지 호흡이 빨리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튼 기자는 완주했다. 내면에서 성취감이 솟아 올랐다.  


기쁨을 뒤로 한 채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123층까지 오르는 데는 한참이 걸렸지만 엘리베이터로 1층에 도달하기까지는 불과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워낙 엘리베이터가 빠르게 하강하다 보니 엘리베이터에 내리고 나서 귀가 멍한 현상이 2시간 이상 지속됐다. 


1층에 마련된 기록 확인 부스에서 기념 촬영도 마쳤다. 기록은 34분 54초. 


1층에 마련된 기록 확인 부스에서 스카이런 완주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더밸류뉴스] 

1층부터 123층까지 완주하는 데 걸린 공식 기록이다.


당초 목표는 20분 이내였지만 실제로는 30분을 넘긴 것이다. 체력 조절을 하지 않고 초반에 전속력으로 질주한 것이 패인으로 생각된다. 전략 부재도 원인으로 생각된다. 1위 완주자의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니 "1분 40초마다 10개층을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도전에 임했다"며 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다음에 스카이런에 참가한다면 사전 준비 운동을 철저히 하고 실현 가능성 높은 전략을 수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현미(왼쪽) 롯데 시그니엘 총지배인이 '2023 스카이런' 경쟁부문 수상자들과 포토존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현미 총지배인, 여성부 3위 김미화, 2위 박다정, 1위 정혜란, 남성부 1위 김창현, 2위 이해영, 3위 김두진, 김상우 롯데백화점 점장. [사진=더밸류뉴스]

경쟁부문이 마무리되고 시상식이 열렸다.


경쟁부문 남성 1위는 김창현 군이고 여성 1위는 정혜란 양이다. 기록은 각각 19분 46초, 24분 28초를 기록하며 2위와의 기록을 30초 이상 벌렸다. 1등에게 주어지는 상품은 롯데상품권 123만원권이고 2위는 시그니엘서울 스테이 식사권(2인)이다. 3위는 퓨마 운동복과 운동용품 세트가 주어진다. 이외에도 후원사의 상품과 트로피가 제공됐다.


김창현 군과 정혜란 양은 시상식에 앞선 인터뷰에서 각자 "마라톤과 런닝을 즐겨한다"며 "수직마라톤 대회가 이색적이라 참가했고, 마스크 없이 진행되는 대회라 기대됐다"고 말했다. 시상식에선 상품으로 주어진 롯데상품권을 어디에 사용할 것이냐는 물음에 두 사람 모두 "어버이날을 맞이해 부모님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스카이런 참가자들의 참가비는 전액 롯데의료재단 보바스어린이학원에 개인 명의로 기부된다. 기부금은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환아들의 재활 치료에 사용된다. 


police202@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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