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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승훈 인하대 교수, "팁(tip)문화, 공동체 중시하는 한국 정서와 이질적 " - "한국 사회 구성원들 '우리 공동체' 중시... 팁 가격 합의 어려워" - "미국 밀레니얼 세대, 팁 문화 거부감 높아... 대안 논의중"
  • 기사등록 2022-03-30 13: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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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정채영 기자]

“팁(tip) 문화는 17세기 영국 귀족의 과시욕에서 시작됐습니다. 평등과 공정, 타인과 나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 정서와는 어울리지 않죠. 한국인들이 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냐구요? 팁은 상대방과 나 사이에 성립하는 ‘의무’가 아닌 ‘선택’의 문제입니다. 개인의 자유에 맡겨야 한다고 봅니다.“

 

‘팁 문화’를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한승훈 인하대 영문학과 교수의 의견이다. 

 

팁 문화가 한국 사회의 이슈로 떠올랐다. 최근 서울의 한 식당에서 주인이 테이블에 “종업원의 응대가 친절했다면 팁을 주세요”라는 안내판을 놓았다가 여론 뭇매를 맞았다. 팁 문화에 대한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거부감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 사회에 팁 문화가 받아 들여질 수 있을까?

 

한승훈 인하대 영문학과 교수. [사진=더밸류뉴스]

◆"한국 사회에 ‘팁 문화’ 정착 어려워... 집단중시 성향 때문"

 

더밸류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승훈 교수는 "미국에서 팁 문화가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개인주의(individualism) 성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내 정체성(I-identity)’를 최우선 가치로 여깁니다.  내가 속한 집단을 고려하기 보다는 오로지 ‘나’의 입장에서 상황에 대응합니다. 이러한 개인주의는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자 사이에도 나타납니다. 소비자는 팁을 줘야 한다는 의무가 있고 서비스 제공자는 팁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반대로 한국 사회에서 팁 문화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 한 교수는 "한국 사회가 집단주의(collectivism)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리 나라는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국가로, ‘우리 정체성(We-identity)’을 중시합니다. '내'가 중심인 개인적인 기준보다 내가 '속해있는' 내 집단이 추구하는 가치∙권리∙욕구를 우선시하고 그 맥락을 고려합니다. 그래서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자 모두가 속해있는 집단 내에서 발생하는 이견을 무시하지 못하죠. 너의 입장, 나의 입장, 그의 입장 등등을 따지다 보면 적정한 팁이 책정되기 힘듭니다."


한국에서 팁문화에 대한 거부감은 뿌리가 깊다. 1963년 정비석 작가의 수필집 ‘비석과 금강산의 대화’에는 "음식점에서 장사꾼에게 음식을 사먹고도 1할정도를 꼭 줘야한다니, 세상에 이처럼 이해하기 힘든 일은 없는 것 같아요"라는 구절이 나올 정도다. 


한승훈 교수는 “팁이란 개개인에게 한정되는 권리가 아닌 집단 자체에 해당되는 권리이므로 저마다 이견이 나오기 마련"이라며 "하나의 문화 형태로 정착되는데 한계가 존재하며, 한국 사회에 팁 문화가 자리잡을 만한 모멘텀은 약하다”라고 분석했다. 

 

◆"미국 '팁 문화' 기원은 영국 귀족주의"

 

‘팁(tip)’의 어원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보편적으로는 속어에서 기원한 가설이 유력하다. 한 교수는 “17세기 초 유럽에서는 ‘적은 돈을 주는 것’이라는 통상적 의미를 지녔지만, 18세기 작가 조지 파쿠아(George paqua)의 ‘구호 작전’에서는 팁을 '금기시하는' '이유 없는' 등의 의미를 가진 동사로 사용한 기록이 있다”며 “이는 팁이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텍사스주 애틀랜타의 공원을 어린이가 산책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본래 팁 문화는 유럽 영국에서 생겨나 점차 미국으로 전파됐다. 한 교수는 "팁의 유래는 17세기 초 노블리스오블리주에 기반한 귀족주의 문화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영국 귀족들이 본인의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팁을 줬다"고 말했다. 


마이클 린 코넬대학교 경영학 교수의 ‘팁을 제공하는 동기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팁을 주는 이유는 과시욕, 서비스 제공자의 수입 보충, 개선된 서비스, 인정욕구, 의무의 5가지로 요약된다. 이렇게 전파된 영국의 팁 문화는 미국인의 6가지 가치 체계(자유, 기회의 평등, 물질적 부, 노력, 경쟁, 자립)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자 간 서로의 자유가 보장돼 있지 않고 평등한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승훈 교수는 “이런 이유로 1909~1926년의 17년간 미국 몇몇 주에서는 팁 문화가 불법화 되기도 했다”며 “다만 팁이 사라지니 호텔∙식당 운영자들은 서버의 임금이 너무 높아져 다시금 팁 문화가 제도화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도 팁문화 개선 움직임 보여"

 

미국에서도 팁 문화는 사라지는 추세이다.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들은 팁 문화에 인색하다. 이들은 개인주의 색채가 짙어 타인에게 ‘부탁을 받거나 부탁을 하는 것’ 모두 유쾌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서비스를 받고 팁을 줘야 하는 행위 자체에 부정적이며,팁이 당연시되는 문화를 반대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승훈 인하대 교수가 강의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한승훈 교수는 “현재는 밀레니얼 세대가 신세대로 여겨지지만 시대가 변천하면서 신세대는 늘 존재해왔다”며 “과거의 신세대들도 지속적으로 팁 문화에 반대하는 비중이 컸었다”고 말했다. 


"신세대는 공정과 평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여기에 반대되는 팁 문화에 반감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 세대 교체가 일어날수록 팁 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도 강해질 겁니다."


한승훈 교수는 “향후 미국인들은 팁을 포함한 서비스 비용을 모두 단일 가격에 포함시키거나 업종 별로 적정한 팁을 정하는 방식으로 개선해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 한승훈 교수는...


▷서강대 대학원 영어학 박사(의미, 화용론). ▷한국연구재단(교육부) 주관 학문후속세대 연구과제 연구책임자(2014~2017). ▷공격과 불통의 언어 연구∙문화주의와 화행 비교연구 진행(국내외 전문학술지 논문 12편 게재). ▷가톨릭대 영문과 강의교수. ▷서강대 영문과 대우교수. ▷한국외국어대∙한양대 강의교수. ▷경찰공무원 공채시험 출제위원


1011pink@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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