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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윤종원 행장 '사면 초가'... 노조추천이사 무산에 고배당 논란

- 노조 "약속파기. 출근 저지 투쟁 불사"

- 시중은행은 저배당, 기업은행만 고배당 실시

- 3년 연속 순이익 감소

  • 기사등록 2021-04-19 15: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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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김민교 기자]

"노조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찾아가 규탄 행사를 여는데, CEO는 중소기업 애로사항 듣는다며 경기 군포로 갔습니다. 취임식에서의 "열린 경영하겠다"는 약속은 어디로 갔습니까?"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노조추천 사외이사 무산' 사태를 맞으면서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3년 연속 순이익 감소'로 요약되는 부진한 지난해 실적에 이어 노조추천 사외이사 무산 사태, 고배당 논란으로 노동조합원들과 주식시장 참여자들이 돌아섰다는 지적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무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기업은행 노동조합]


◆노조, "출근 저지 집회 불사... 명백한 합의 파기"


12일 기업은행 노조는 서울 종로구 분수대 앞에서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무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형선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은 지난해 청와대에서 금융노조에게 약속한 사항”이라며 “대통령이 한 약속을 누가 막는 것인지 답이 나올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측은 '행장 출근 저지 집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규탄 기자회견은 노조 추천 이사가 선임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윤종원 행장은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기관과 적극 협의해 추진한다는 내용의 노사 공동 선언문에 합의했다. 노조추천이사제는 이번 정부가 출범하며 금융권 공약으로 내세운 것 중 하나다.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전문가를 이사회 사외이사로 참여시키는 제도로 노동현장의 의견을 경영활동에 반영하자는 취지다.


기업은행은 은행장이 사외이사 후보를 제청하면 금융위원회가 검토 후 임명한다. 기업은행은 노조 추천 인사 1명을 포함한 사외이사를 금융위원회에 제청했지만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는 선임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는 "인사와 관련된 사항으로 별도로 답하지 않겠다"고 전했지만 기업은행측에는 노조가 추천한 후보가 사외이사 후보로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측은 “기업은행은 노조 등 다양한 경로의 영향 있는 후보들을 추천받아서 복수로 제청했으며 선임은 금융위원회의 고유 권한이다”라고 전했다.


◆고배당 발표, 수혜자는 기획재정부... "세수 충당 편법" 지적도


윤종원 행장의 '악재'는 이 뿐만이 아니다. 


기업은행은 최근 배당성향  29.5%의 고배당 실시를 공시했다. 총 3829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한다. 이는 금융위원회(위원장 은성수)가 최근 시중 은행들에게 배당성향을 20% 이하로 축소하라고 권고한 것에 대한 예외에 해당한다. 금융위원회가 시장 은행들에게는 코로나19로 생기는 손실흡수능력을 유지 및 제고하기 위해 배당을 순이익의 20% 이내로 실시하도록 권고했지만 국책은행의 경우 손실이 나더라도 정부가 보전할 수 있다는 이유로 권고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고배당 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기업은행 최대주주인 기획재정부이다. 이번 고배당정책으로 기획재정부가 받게 될 배당금은 2208억원이다. 전년비 550억원 가량 늘었다. 부족한 세수 충당을 위한 편법이 아니냐는 지적과 더불어 윤종원 행장이 정부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있다는 지적이 터져 나오고 있다.  


IBK기업은행 연간 총 배당금과 기획재정부 배당금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주식 투자자 김모씨는 “배당성향이 하락하고 차등배당이 줄어들며 정부의 세수를 충당하기 위해 일반주주들의 배당금을 줄인 것 같다”며 불만을 표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은 더밸류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업은행의 배당성향은 배당협의체에서 논의되며 최종 배당성향은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라고 답변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 [사진=기업은행]

◆정부 눈치 보기 급급?… 리더십 어디에


윤종원 행장은 지난해 1월 첫 출근부터 '가시밭길'이었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정부의 낙하산 인사"라고 주장하며 윤 행장의 출근 저지 시위를 했다. 윤 행장은 노조원들과 얘기를 통해 풀어보려 했지만 노조의 출근 저지 시위가 계속돼 첫 출근길은 실패로 돌아갔다.


당시 윤 행장은 노조측과 노조추천이사제를 합의하면서 가까스로 행장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그런데 윤 행장은 결국 합의를 지키지 못한 셈이다. 윤 행장측은 노조추천이사가 불발된 이후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윤종원 행장이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하다보니 정부 눈치를 지나치게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적 관계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윤종원 기업은행 은행장과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1980년 서울대 경제학과 동기이자 행정고시 27회 동기이다. 이들 두 사람은 ‘함현정’이라는 이름의 행정고시 27회 동기모임도 갖고 있다. 기업은행측은 “윤 행장이 관료 출신의 외부인사는 맞지만 노조추천이사제의 불발과 2020년 배당금과의 상호 연관성은 찾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종원 행장이 경영을 맡은 지난 한해 기업은행 실적은 부진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1조 547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비 4.1% 감소했고, 2018년(1조7642억원) 이후 3년째 내리막이다. 별도 기준 기업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2632억원으로 전년(1조3928억원) 대비 9.3% 급감했다.  


kmk22370@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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