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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이 신뢰를 무너뜨린다?...DLF사태를 바라보며 - 불공정 상품 설계 가담, 상품 위험정보 제공 미흡 등의 사례 드러나 - 사후 조치 해결보다 사전 예방 필요
  • 기사등록 2019-11-13 16: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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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 오중교 기자]

김정현씨(62, 가명)는 업무를 볼 겸 은행에 들렀는데 은행원이 “VIP고객에게만 파는 상품인데 얼마 남지 않았다”며 “절대 원금 손실이 날 일이 없는 안정적인 상품이다”고 설득해 은행원이 표시한 계약서 부분에 서명을 했다. 얼마 후 독일 금리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원금 손실이 100% 가까이 돼 은행만 믿고 있었던 김정현씨는 하루 아침에 수중의 돈을 잃어버렸다.


지난 9월 26일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국채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상품 손실률이 쿠폰 금리를 포함해 98.1%로 확정됐다. 해당 상품은 만기가 4개월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6% 밑으로 떨어지면 전액 손실 구간에 접어드는데, 이 상품의 기초자산인 독일국채 10년물 금리가 -0.619%로 마감해 원금 전액 손실이 확정된 것이다.


이에 금융소비자원은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 DLS(파생결합증권), DLF 피해에 대한 100% 배상 청구를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금소원은 “이번 사태는 은행의 사기적 행위가 명백하다고 보기 때문에 분쟁조정의 수단을 거부하고 바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지난 10월 2일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 관련 중간 검사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DLF, 수익 한정적이지만 손실 무한대인 위험 상품


현재 사태의 원인인 DLF는 DLS를 편입한 펀드로 해외금리에 연계된 파생상품이다. DLS는 금 가격, 이자율, 주가, 통화 등의 실물자산을 기초로 해서 정해진 조건을 충족시키면 약정한 수익률을 지급하는 상품으로, 수익은 정해진 조건이 있어 무한대로 높아질 수 없지만 손실은 무한대가 될 수 있다. 외국에서는 투자적격판정을 받아야만 투자할 수 있다.


DLF는 외국계 투자은행(IB)이 국내 증권사에 상품을 제안한 것이 발단이 됐다. 증권사가 유리한 가격을 제시한 IB 국내지점과 발행조건을 확정한 뒤 헤지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은행이 자산운용사를 지정해 증권사에 통보하면 증권사는 은행 및 자산운용사에 DLS 세부 내용을 동시에 알리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금융회사들은 DLF를 제조하고 은행은 투자자를 대상으로 이 상품을 판매했다.

 

해외금리 연계 DLF 상품 설계, 제조 및 판매 절차 개요. [사진=금융감독원]

문제는 펀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DLS 발행과 관련해 증권사들이 은행이 요구한 4%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금리 하향에 따른 손실배수를 기존 200배에서 333배까지 늘리는 등 불공정한 상품 설계에도 가담한 것이다. 또 증권사들은 DLS 거래계획서에 대한 내부 리스크관리부서로부터 "최근 독일 국채 10년 금리의 하락이 심상치 않아 상품의 원금 손실도 가능하기 때문에 신중히 거래하라"는 의견을 들었으나 이를 무시한 채 DLS를 발행했다.

 

◆은행들의 수수료 탐욕이 사태를 키우다


DLF는 발행 과정에서부터 문제점이 드러났다. 판매과정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은행에서는 DLF 상품의 위험성에 대한 자체 리스크 분석 없이 손실위험을 0%로 오인할 수 있는 자산운용사의 백테스트 결과 자료를 그대로 수용했다.


이와 함께 기초자산인 채권금리의 하락으로 기존에 판매한 DLF의 손실가능성이 증대하는 상황에서도 상품판매를 중단하지 않고 오히려 상품구조를 바꾸어가며 신규판매를 지속했다. 기존 고객들에게 손실가능성을 제대로 통보하지도 않았다. 은행들이 수수료 수익을 내는 데만 정신이 팔려 투자자의 원금을 지키는 것은 안중에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상품 마케팅에 대해 은행 본점이 영업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판매직원 교육자료에 ‘짧은 만기, 높은 수익률’만을 강조하는 등 손실가능성 및 금리변동성에 대한 상품의 위험성 관련 중요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지 않은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마다 투자자 권유 원칙을 담은 내규가 있다"며 "은행 내규 위반까지 더하면 불완전판매 의심 사례는 최소 50%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은행 사내 상품게시판 공개 자료. [사진=금융감독원]

◆탐욕 앞에 무용지물인 내부통제시스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는 과정 속에서 국내 은행들은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등 통제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구축했다. 그러나 이번 DLF 사태에서는 은행들이 자랑하는 내부통제시스템과 금융소비자 보호 절차가 작동되지 않았다고 할 만큼 손쉽게 무너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통제나 소비자보호 같은 시스템 보다 앞서는 것이 탐욕"이라며 "탐욕 앞에 시스템이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사태가 벌어진 후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금융감독원의 분쟁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고객들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금감원은 위규 사항 등에 대해 법리검토 등을 통해 추후 제재절차를 진행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엄격히 조치할 예정이다. 아울러 불완전판매 수준과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손해배상여부 및 배상비율을 결정할 계획이지만 이는 사후적인 조치로, 이미 벌어진 일을 전부 감당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ojg@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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