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도대체 이게 뭔데 관심이 뜨거운걸까?
해외 뉴스를 검색하다가 리스틴 라가르드 IMF(국제통화기금) 총재가 "가상 화폐가 향후 안전한 화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요지는 “가상 화폐는 완전하게 투명하게 발급될 수 있고 알고리즘도 신뢰하고 관측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 가상 화폐의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해킹이나 가격 변동 등은 모두가 기술적 문제이며, 역사를 돌이켜보면 기술적 문제는 결국은 해결돼왔다" 는 것이다. 국제통화를 총괄하는 거물급 인사의 발언이다.
국내에서는 넥슨 지주사인 엔엑스씨(NXC)가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을 인수했다. 코빗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같은 가상화폐들이 거래되는 것을 돕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넥슨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김정주씨는 인터넷 초창기에 이 신기술이 세상을 바꿀 것을 내다보고 여기에 베팅해 지금의 성공을 일군 인물이다.
도대체 가상화폐가 뭐고, 그 미래는 어떻게 될까?
나도 이게 궁금해 서울 여의도 영풍문고를 뒤적여 찾아낸 책이 <가상 통화 혁명>이다. 이 서점에서는 아예 '가상통화' 코너를 설치하고 관련 서적들을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해두었는데, 가상통화의 원리와 미래를 이 책이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가상 화폐가 일회성이 아니라 산업혁명이나 IT혁명못지 않은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가상화폐 거래 1위 국가인 일본의 경제학자 노구치 유키오가 저술했다.
가상 화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화폐'(Currency)가 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화폐의 본질은 사회 구성원들이 물건의 교환 수단으로 '합의한 것'이다. 그것이 조개 껍데기이건, 돌멩이건 관계없다. 사회 구성원들의 교환 수단으로 ‘서로 인정하기만 하면’ 그것은 화폐가 되는 것이다.
가상 화폐는 이 조건을 충족시킨다. 대표적 가상 화폐인 비트 코인은 '블록 체인'이라는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 블록 체인에는 개인의 과거 거래 기록을 비롯한 모든 정보가 기록돼 있으며, 이를 '블록' 형태로 만들어 '체인'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공유토록 한다. 글자 그대로 '블록+체인'인데 모든 참여자가 동일한 모양의 블록체인을 갖고 있다 보니 조작이나 위변조, 이중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려면 참여자 모두를 해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래 당사자들은 이 기록을 '신뢰'할 수밖에 없고, 화폐의 조건이 갖춰지는 것이다.
가상화폐는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네티즌이 온라인에 쓴 8쪽짜리 논문 한 편에서 시작됐다. 제목은 '비트코인, 개인 간 전자적 화폐 시스템'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10년이 되지 않은 2017년 10월 현재 비트코인 거래소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30여개국에 186개가 설립돼 있다.
이렇게 가상 화폐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송금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세상은 ‘지구촌 시대’가 되면서 국제간 거래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송금 비용은 은행을 거치기 때문에 선진국이라고 해도 2~3%에 달한다. 그런데 비트 코인은 중앙 관리자(은행, 정부)가 없기 때문에 송금 비용이 사실상 제로다. 특히 수출업자는 은행을 거치면 대금 회수에 수개월이 걸리지만 비트 코인을 이용하면 곧바로 대금을 회수할 수 있다. 저자는 "비트코인 결제를 채용한 무역업자는 경쟁상 유리한 위치에 설 것이므로 다른 업자들도 비트코인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비트코인을 도입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려 퇴출되는 것을 아무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26 P)
또, 비트 코인의 한계와 단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이는 모두 기술적 문제이기 때문에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비트코인은 현재 불편하다. 환전소는 정비돼 있지 않고, 가격 변동도 심하다. 비트코인을 받아주는 기업이나 상점도 많지 않다. 그런데 1990년대의 인터넷도 마찬가지로 회선 속도가 느렸고 상시 접속도 되지 않아서 실용적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런데 기술 혁신이 이뤄지면서 인터넷은 일반화됐다. 가상화폐의 대중화는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182 P)
"지금의 가상화폐에 대한 세상의 반응은 인터넷이 막 등장했을 당시를 연상시킨다. '세계 어디로나 문장 또는 사진을 즉시, 그것도 비용 없이 보낼 수 있다'는 말을 당시 믿는 사람은 사실상 없었다. 그렇지만 인터넷은 대중화됐고, 세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비트 코인도 그런 길을 걸을 것이다." (29 P)
신기술은 언제나 생활의 편리함을 넘어 세상의 제도와 패러다임을 바꿔놓는다. 가상 화폐는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저자는 가상 화폐가 대중화되면 가장 피해를 입을 산업으로 은행업을 꼽고 있다. 가상 화폐가 은행을 대체하면 은행은 중개 수수료를 잃는 등 기반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상 화폐는 정부와 중앙 은행의 기능도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비트 코인은 정부나 중앙 은행 같은 중개망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화폐 발권력과 정책 기능 약화가 점쳐지고 있다. 또, 금융 당국은 가상 화폐로 물건을 사고 파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세금을 부과하기 어렵다. 가상 화폐 거래는 은행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기업이 가상 화폐로 임직원들에게 보수를 지급하면 세무 당국은 골치 아파진다. 다시 말해 세금의 공정성이 훼손된다. 자본주의 체제의 근간인 정부와 은행을 가상 화폐는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비트 코인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이와 관련, 저자는 "미국 서부 개척 시대에 돈을 번 사람은 금광 개발자가 아니라 청바지 상인이었다"며 "가상 화폐 거래소 설립보다는 통화 환전 서비스 창업이나 파생 금융 상품 개발이 유망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는 "재무 이론을 공부한 사람에게 비트 코인은 기회의 땅"이라고 덧붙이고 있다(204 P)
비트코인은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먼저, '월렛'(Wallet)이라고 부르는 지갑을 노트북 혹은 스마트폰에 만든 다음 인터넷상의 환전소에 우리 돈 원화나 달러를 내고 비트 코인을 매입한다. 그리고 비트코인을 취급하는 점포(현재 대부분은 온라인)에서 쇼핑한 다음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면 된다.
가상 화폐의 대중화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지난 9월 삼성SDS는 해운 물류의 거래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수도권의 3차 의료기관 1개 병원과 30만원 이하 금액에 대해 보험금을 자동청구하는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적용해 시범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4월 비트 코인을 합법적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고 국민에게 가상 화폐 이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비트 코인으로 실제로 거래해보고 이것이 초래할 미래 세상을 점쳐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정말이지 내 앞에는 놀랍고 신기한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덮으면서 실감했다. 부제 : 비트 코인은 시작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