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법무법인(유) 세종 세미나실에서 정진호 세종 대표 변호사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법무법인(유) 세종]
"혁신 기업은 들여보내되, 부실 기업은 가차 없이 내보내겠다."
법무법인 세종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청진동 본사에서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에 따른 기업 대응방향 모색 - 상장폐지 개혁방안에 대한 선제적 대응전략'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실에 모인 관계자들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코스닥 지수의 만성적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거래소가 꺼내 든 '상장 폐지 개혁'이라는 칼날이 예상보다 훨씬 날카로웠기 때문이다.
강연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제 상장은 끝이 아니라 더 가혹한 생존 게임의 시작"이라고 경고하며, 변화된 시장 규정에 맞춘 기업들의 전면적인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 시가총액 300억 허들 못 넘으면 퇴출...'동전주' 사선에 서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부실 기업을 걸러내는 '체'가 훨씬 촘촘해졌다는 점이다.
강지호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거래소 팀장)은 상향된 시가총액 요건을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꼽았다. 현재 150억원인 시가총액 기준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상승해 최종 300억원 미만인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시가총액 및 매출액 요건 대폭 상향된 재무요건. [자료=더밸류뉴스]
특히 과거에는 90일 중 10일만 기준을 넘기면 됐으나, 앞으로는 45거래일 연속으로 기준을 충족해야 해서 일시적인 주가 부양책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여기에 주가가 액면가에 크게 못 미치는 이른바 '동전주' 퇴출 기준까지 신설되며, 저주가 상태인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이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적극적인 밸류업 전략이 없으면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 '병행 심사' 도입으로 퇴출 속도 2배...개선 기간은 절반으로 단축
부실 기업이 시장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절차적 '속도전'도 본격화된다. 거래소는 기존에 형식적 심사와 실질 심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를 동시에 진행하는 '병행 심사'를 도입해 퇴출 효율성을 높였다.
또 기업에 주어지던 개선 기간도 최대 2년에서 1년으로 대폭 단축됐다. 이는 한 번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면 짧은 기간에 재무 구조를 완전히 개선하거나 영업 지속성을 증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관리종목 지정 후 이의신청조차 불가능한 '즉시 퇴출' 항목이 늘어난 만큼, 트리거 조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 '기술 특례' 상장사 주의...밸류업 공시 미이행 시 특례 박탈
상장 문턱을 낮춰줬던 기술 특례 상장 기업들에 대해서는 사후 관리의 칼날이 매서워졌다. 기존 바이오 중심에서 AI, 우주, 에너지 등 미래 전략 산업으로 맞춤형 심사가 확대되는 등 진입로는 다양해졌으나, 상장 이후 약속했던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의 페널티는 강화됐다.
특히 기술 특례 기업이 상장 당시 공언했던 주된 사업을 변경하거나,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밸류업 공시'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상장 폐지 요건 면제 혜택이 즉시 박탈될 수 있다.
이는 상장 시점의 기술력뿐만 아니라 상장 이후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영업의 지속성과 시장과의 약속 이행 여부를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 고의적 공시 위반 '원스트라이크 아웃'...횡령·배임은 확인 즉시 거래정지
지난 18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법무법인 세종에서 유무영 변호사가 '상장유지를 위한 선제적 대응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법무법인(유) 세종]
투명한 경영 환경 조성을 위한 공시 및 내부 통제 기준도 엄격해졌다. 유무영 변호사는 공시 위반 벌점 기준이 15점에서 10점으로 낮아졌으며, 중대하고 고의적인 위반의 경우 벌점 합산과 관계없이 즉시 상장 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횡령·배임 혐의는 기소 여부와 상관없이 회사가 이를 인지하고 확인하는 순간 곧바로 거래가 정지되고 심사가 시작된다. 최근 M&A 과정에서 전 경영진의 비위를 찾아내 고소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상장 폐지 리스크를 자초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기업 인수 전 정밀 실사와 사전 방어 체계 구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이날 세미나는 코스닥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거래소의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급변하는 규제 환경 속에서 상장사들이 생존을 넘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